살며 생각하며

[편집자에게] 잡스의 미발표 작품은 'iDiot(바보)'?

도깨비-1 2012. 1. 5. 19:11


[편집자에게] 잡스의 미발표 작품은 'iDiot(바보)'?


이상억 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 / 2012. 01. 05. 조선일보

 

   스티브 잡스는 2011년을 뜨겁게 달구며 불같이 살다 갔다. 이제 해를 넘기고 난 시점에서 생각해 봐야 할 게 있다. 잡스는 Apple·iMac은 물론 iPod·iPhone·iPad· iTunes·iOs·iCloud·iBooks·iMovie· iPhoto·iWeb·iDVD·iLife·iWork 등 수많은 'i시리즈'를 만들어 놓았다. 아울러 수많은 애플리케이션들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웬만한 일을 손전화기 하나로 할 수 있게 해놨으니 무척 편리해진 스마트한 세상을 연 것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나 차 안에서도 한 손으로는 손전화기를 잡고 있는 형상이다. 그러다 주변을 못 살펴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운전 시에도 어물거리는 형색이 드러난다. 이 정도 부작용이라면 주의하면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은 더 큰 문제가 보편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편리하고 스마트하게 사는 것 같지만 그것을 찾아 단순히 이용하는 데는 능해도, 좀 더 심층적 사고를 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다든지 하는 일에는 둔해진다. 손끝으로 조작은 잘해도 머리를 써서 생각할 시간과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과잉 정보의 노예로 거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현상이 도처에 일어나고 있다. '잡스'러운 어플들도 많아서 차라리 없었으면 하는 것들도 있다.
   원래 우리 생활은 남과 관계하는 부분과 나 혼자 하는 부분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한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를 붙들고 있으면, 대인관계나 정보 입수에는 유리할지 몰라도 자신이 창작할 값진 내용은 쌓이지 못한다. 가령 음악가나 소설가가 집중해야 할 시간에 스마트폰이 울리고 그 응대에 긴 시간을 쓰게 된다면 결코 좋은 연주나 작품은 나올 수 없겠다. 현대인은 의문의 갈증 속에 생각하고 고민하고 연구하고 판단할 시간이 적다. 이렇게 되면 결국 스마트해지기는 어렵다. 이런 악순환이 오래 쌓이면 결국 'iDiot(바보)'라는 인간이 양산될 것이다. 이것이 잡스도 모르는 사이에 예비해 놓은 미발표 작품이었을까? 잡스도 인간들이 스마트 기기로 인해 '아이디어트'가 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잡스가 외친 "Stay foolish!"는 '바보로 남아라!'가 아니다. 항상 우직하게 생각하고 탐구해서 스마트해지도록 잘난 척하지 말란 뜻일 게다. 남이 정리해 놓은 어플만 따라다니는 데 시간을 다 쏟고 독창적인 사고를 못한다면 어찌 제2의 잡스가 나올 수 있겠는가? ▣

 

id·i·ot [ídiət]

1.

(비격식) 바보, 멍청이

You idiot!
이 바보야
The idiot has sold his apartment.
아파트를 팔다니, 그 녀석 참 바보군.
2.

(고어) (선천적 또는 정신 연령이 매우 낮은) 백치, 천치, 정신박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