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

사벌(沙伐) ․ 1

도깨비-1 2006. 2. 22. 23:52
 

    사벌(沙伐) - 1

         - 아버지


서라벌, 달구벌, 사벌…

그렇습니다. 모래 벌 - 사벌입니다.

계곡을 숨가프게 달려온 시내(川)들이 모여

드디어 강이 되는 곳

낙동강이 찬 숨 좀 고르고 편안히 쉬었다가 가는

너른 모래 벌 - 沙伐하고도 경천대입니다.

내 유년이 뒹굴고 뛰어놀던

구릉이며 들판이며 시내이며 강입니다

내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아버지들이

내 어머니와 그 어머니의 어머니들이

긍지와 자부심으로 지키고

고난과 설움과 싸워서 지킨

터전입니다

사벌국 이래 착한이들 모여

오순도순 비와 바람과 이웃하며

터 일궈 농사짓고 생을 꾸린

세상에서 제일 넓었던 들판입니다.


상주하고도 사벌

그 들판 위로 雨水 뒤의 훈풍이붑니다

땅 기지개소리 들립니다.

겨우내 잠들었던 씨앗들이

자연의 기운을 먼저 알았습니다.

아, 그 흙냄새-봄 내음을 아시나요?

아지랑이 사이 우리네 농사꾼의

헛기침소리 들판을 가릅니다.

일상의 고단함 속에서도

달리 이름 하지 않아도 좋을

세월이며 삶이 있습니다.

사벌들에 바람이 분다고

사벌들엔 바람이 분다고

북서 삭풍을 지나고

이제 봄바람, 신바람, 일바람…

그렇게 또 한 세월의 농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버지, 

봄입니다.

                    (2006, 0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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