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벌(沙伐) ․ 2
- 여름 장마
노고지리 하늘 높던
봄을 지나
밀, 보리타작
모내기 때면
젖먹이 동생 들쳐 업고
새참 길에 따라나섰던
구불구불한 논둑길사이로
피어오르던 아지랑이
그 너머 당신
모습도 아련한
30년입니다.
그 어느 해
장마 비, 장마 비
그 지루한 더위 속에서도
무너지진 않으셨지요?
세상에서 제일 넓은 그 초록 들판이
온통 흙탕물 바다가 되었어도
희망을 버리진 않으셨지요,
그 때 당신은.
더는 어찌할 수 없음에도
논 옆 터지다 만 천방(川防)
멍석 몇 장
말아 지고
빗속을 뚫고 나가셨을 때
그 때는 우셨지요, 아버지.
온 밤 내내
천둥 번개사이
한숨을 삼키던
헛기침
한 여름 뙤약볕
김매랴, 거름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그래도
무럭무럭 자라는 벼들을 보며
행복하셨지요? 그때는
그립습니다, 아버지.
'한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 내 . 36 (0) | 2007.10.16 |
---|---|
사벌(沙伐) ․ 3 (0) | 2007.10.16 |
사벌(沙伐) ․ 1 (0) | 2006.02.22 |
짝사랑 (0) | 2006.02.22 |
아내.30 - 사과나무 (0) | 2006.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