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

사벌(沙伐) ․ 2

도깨비-1 2007. 10. 16. 15:24
 

사벌(沙伐) ․ 2

  - 여름 장마


노고지리 하늘 높던

봄을 지나

밀, 보리타작


모내기 때면

젖먹이 동생 들쳐 업고

새참 길에 따라나섰던

구불구불한 논둑길사이로

피어오르던 아지랑이

그 너머 당신

모습도 아련한

30년입니다.


그 어느 해

장마 비, 장마 비

그 지루한 더위 속에서도

무너지진 않으셨지요?

세상에서 제일 넓은 그 초록 들판이

온통 흙탕물 바다가 되었어도

희망을 버리진 않으셨지요,

그 때 당신은.


더는 어찌할 수 없음에도

논 옆 터지다 만 천방(川防)

멍석 몇 장

말아 지고

빗속을 뚫고 나가셨을 때

그 때는 우셨지요, 아버지.


온 밤 내내

천둥 번개사이

한숨을 삼키던

헛기침


한 여름 뙤약볕

김매랴, 거름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그래도

무럭무럭 자라는 벼들을 보며

행복하셨지요? 그때는


그립습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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