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올해 마흔 두 살에 이성적 특이경력이라곤 전혀 없는 ‘싱글’ 기자는 눈앞의 장동건을 두고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솔직하게 기자가 출근 안하는 주말에 집에서 연출하고 있는 모습과 뭐가 다른가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어떻든 눈 앞의 이 사람은 아시아를 웃고 울리는 거물이다. 정확한 상황은 이랬다. 이 대한민국 최고 배우가 정말 ‘무극’스런 장발머리, 꺼칠한 수염으로 소박한 피켓 하나 들고 그 앞에 한 무리의 기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이들을 30여명의 시위진압 경찰들이 둘러쌓았고 경찰들은 다시 수백명의 여성들과 대치 비슷한 형태로 마주보고 있었다.
“출입처도 아닌데 그냥 갈까”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무수한 여성들이 운집해 열광하고 있는 현장의 원심력에서 끝내 헤어나지 못했다. 조금씩 조금씩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겨갔다. 피켓에 뭐라고 적혀 있나 읽으려고 했더니 경찰들이 접근을 차단했다. 열심히 ‘아시아 최고 뒷모습’만 감상하고 있더니 곧 장동건 소속사 측 인사가 “인터뷰 하실 분 이쪽으로 와주세요”라고 외쳤다. 이 방면의 초심자로서 ‘오버’를 말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에서 소속사 측에 “그냥 나는 남들 문답 메모만 할께요”라고 접고 들어갔다. 덕택에 7명의 질문기자 +추가 1명이 돼서 무리에 섞여 경찰의 포위 원 속으로 들어갔다. 이 동그라미 속에서 주고 받은 문답은 아까 보내드린 기사 내용 그대로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과연 ‘춘향전’을 만들어주겠는가"는 장동건의 한마디는 지금껏 미처 생각 못했던 대목이다. 막상 40cm 간격에서 마주치게 된 특급 스타를 향해 그다지 ‘쇼킹’한 질문은 없었다. 워낙 탁 트인 공간에 팬들이 운집하다 보니 장동건이 느릿느릿 꺼내는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당초 예정했던 광화문에서 뜻밖의 인파가 운집해 여의도로 왔다지만 단순히 이런 이유 뿐만은 아닌 듯 했다. 국회를 향해 “너희들은 과연 얼마나 멀쩡한 판단으로 감히 스크린 쿼터를 없애겠다는 거냐”는 질타로도 해석됐다. 특히 조금 전 근엄한 국회 본청 안에서 보고 온 ‘생 쇼’를 생각하면 과연 이런 사람들이 스크린쿼터 뿐만 아니라 다른 건 제대로 논의할 수 있을까. “당신은 어차피 장관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답변할 필요가 없다”고 잡아떼는 야당 의원. 눈앞의 장관 후보자를 두고 엉뚱하게 자신의 계파 보스인 전임 장관 공치사를 늘어놓는 여당 의원. 이런 인간들이 모여서 스크린쿼터를 논의한다고 하니 아시아 최고배우는 둘째치고 그 누구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소문만 요란했던 ‘이종석 파티’장이 장동건의 피켓 한방에 파장나 버린 이날 국회 안팎의 풍경이었다. /장경순 기자 kschang@akn.co.kr <저작권자(c)아시아경제(www.akn.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장경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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