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WBC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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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제1회 세계야구클래식에서 일본에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2라운드까지 6전 전승과 무실책 경기로 세계를 놀래게 했다. 한국은 주최 쪽의 이해할 수 없는 대진방식으로 일본과 4강전에서 다시 맞붙었다. 1라운드부터 따지면 3번째 대결이다. 결국 한국에 두 번이나 패한 뒤 독기를 품고 대든 일본은 3번째의 설욕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은 애초 목표인 8강을 넘어 ‘세계 4강’에 오르는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온국민을 감동시켰다. 경기 내용도 놀라웠다. 한국은 ‘1차 목표’인 대만은 물론 ‘숙적’ 일본을 1·2라운드에서 연거푸 격파했다. 감히 넘볼 수 없는 상대로 여기던 ‘세계 최강’ 미국의 벽마저 허물어뜨렸다. 김인식의 ‘데이머니즘’= 한국 ‘돌풍의 핵’은 김인식 감독의 ‘데이머니즘(DAMANISM) 야구’였다. 상대 전력을 정확히 분석한 ‘데이터(DATA) 야구’에 믿음을 바탕으로 한 ‘휴머니즘(HUMANISM) 야구’가 더해지며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거뒀다. 한국은 대회 시작 전에 김성한(전 해태 감독)·유승안(전 한화 감독) 한국야구위원회(KBO) 감독관 2명을 호주로 보내 전지훈련 중인 대만 야구를 철저하게 분석했다. 또 2라운드를 앞두고 미국 현지에서 미국 라인업의 장·단점을 파악해 ‘김인식 컴퓨터’로 전송했다. 여기에 이승엽·이종범·구대성 등 ‘지일파’와 박찬호·서재응·김병현 등 메이저리거들은 자신들이 겪은 일본과 미국 야구를 각자 ‘김인식 컴퓨터’에 입력했다. ‘인화’를 바탕으로 한 ‘김인식호’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 감독의 ‘데이머니즘 야구’는 선동열·김재박·조범현 등 개성 강한 코칭스태프도 하나로 묶어 세웠다. 투수교체 타이밍을 전적으로 선동열 투수코치에게 맡겨 신뢰를 표시했고, 김재박 코치의 ‘눈’을 믿고 선발한 ‘수비 잘하는 선수’들은 내·외야를 가리지 않고 물샐 틈 없는 그물망을 짰다. 철벽 마운드·무결점 수비= 한국 선수들은 2라운드까지 매경기 메이저리그 선수를 뺨치는 놀라운 실력을 뽐냈다. 2라운드까지 6경기 평균자책 1.33의 철벽 마운드, 미국·일본 등을 상대로 한 이승엽의 4경기 연속 홈런포, 박진만·이진영의 메이저리그급 호수비는 지구촌 야구팬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상대 팀 감독들은 자신들의 패배를 인정하면서 한국 선수들의 수준 높은 플레이와 투혼을 칭찬했다. ‘애국심’도 경기력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했다. 일본의 마쓰이 히데키를 비롯해 다른 나라가 스프링캠프과 겹친다는 이유로 메이저리거를 차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반면, 한국은 박찬호·이승엽·서재응·최희섭 등 ‘국외파 스타’들이 국가의 부름에 기꺼이 응했다. “30년 동안 일본을 이기지 못하게 해주겠다”던 ‘이치로 발언’은 한국 선수들의 타오르는 투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또 대만전 승리 이후 본격화한 ‘병역 혜택’ 추진도 선수들에게는 적절한 ‘당근’이었다. 반면 너무 빠른 병역혜택 발표가 선수들의 투쟁심을 앗아갔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의 불운과 과제= 우승까지 넘볼 태세이던 한국은 주최 쪽의 ‘이상한 대진 방식’의 희생양이 됐다. 대회를 주최한 메이저리그 사무국(MLB)은 예선 전적을 안고 싸우는 ‘라운드로빈 방식’과 4강에서 상대 조와 대결하는 ‘크로스토너먼트 방식’을 모두 채택하지 않았다. 결국 한국은 일본과 3번이나 맞붙어야 했고, 가장 중요한 세번째 대결을 놓치며 땅을 쳤다. 이광권 <에스비에스(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아무리 강팀이라도 야구에서 세번 붙으면 한번은 질 수밖에 없다”며 ‘이상한 대진방식’을 비난했다. 6전 전승을 달리던 한국은 준결승에서 엷은 선수층에 울어야 했다. 좌완 구대성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투수로테이션에 치명적인 구멍이 생겼고, 김동주를 대체할 만한 ‘거포’를 찾지 못해 ‘클린업 트리오’ 구성에 애를 먹었다. 또 심정수 김한수 박재홍 등 ‘대표감’들이 줄부상으로 빠져 방망이가 제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미국의 수백 분의 1, 일본의 수십 분의 1에 불과한 엷은 선수층으로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 온라인미디어의 새로운 시작. 인터넷한겨레가 바꿔갑니다. >>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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