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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委가 憲裁 결정문 요구" 옛 통진당 지지자들의 거짓말

도깨비-1 2015. 1. 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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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委가 憲裁 결정문 요구" 옛 통진당 지지자들의 거짓말

입력 : 2015.01.03 03:04 /  조선일보   
전수용 사회부 기자

 

 

지난달 19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헌정(憲政) 사상 처음으로 정당 해산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옛 통진당 지지 세력의 반발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헌재나 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지적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헌재 재판관들도 여러 비판을 각오했고, 정치적 논란을 예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비판에 동원된 논리나 전제가 사실 자체를 왜곡한다면 다른 얘기가 된다.

옛 통진당 지지자들이 베니스위원회를 들먹이며 통진당 해산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비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베니스위원회가 우리 헌재에 통진당 해산 결정문을 보낼 것을 요청했다고 주장한다. 마치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기관이 우리 헌재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따져보기 위해 결정문을 요청한 것처럼 포장한다. 일부 언론은 '국제적으로 정평 있는 헌법 자문 기구(베니스위원회 지칭)가 우리 헌재 결정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헌재의 위상과 지위에 대한 평가가 나올 것'이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베니스위원회가 위원회 차원에서 우리 헌재에 결정문을 요청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한다. 베니스위원회는 1990년 유럽평의회 산하에 설치된 헌법 자문 기구다. 각국의 헌법재판소를 회원으로 둔 국제적 협의체에 불과하다. 헌재 관계자는 "강일원 재판관이 친분 있는 다른 나라 재판관한테 사석에서 '결정문을 보고 싶다'는 요청을 받은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했다. 유사한 사례가 있는 나라의 재판관으로부터 우리 헌재 판단을 참고하려는 차원일 뿐 베니스위원회가 우리 헌재 결정에 대해 왈가왈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헌재 결정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베니스위원회가 1999년에 낸 '정당의 금지와 해산 및 유사 조치에 관한 지침'도 교묘히 왜곡했다. 마치 우리 헌재 결정이 베니스위원회가 제시한 정당 해산 기준에 맞지 않다는 듯이 주장한다. 하지만 베니스위원회의 지침은 정당 해산은 엄격히 결정해야 한다는 지극히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 뿐이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관들은 베니스위원회의 기준도 면밀히 검토해서 구체적이고 개별적 사안에서 기준에 위반되지 않도록 최종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베니스위원회의 기준은 물론 다른 나라 사례도 면밀히 분석해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헌재의 결정에도 흠결이 있을 수 있고, 비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든 헌재 결정에 흠집을 내기 위해 그 목적에 맞춰 사실관계까지 비틀며 국민을 속이려 들려 해서는 안 된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