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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막말 폭력`에 멍드는 國格

도깨비-1 2014. 9. 5. 09:08
`막말 폭력`에 멍드는 國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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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디어다음] 사회일반 
글쓴이 : 조선일보 원글보기
메모 : "여러분, 박근혜가 이번 기회에 재난 대비를 위한 보험을 활성화하잡니다. 이거 완전 미친 거 아닙니까."

3일 오후 7시쯤 서울지역대학생연합이 광화문광장에서 주최한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문화제'에서 자신을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소속이자 이화여대 재학생이라고 밝힌 양모(23)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대학생 대표로 나선 그가 대통령을 향한 원색적인 발언을 쏟아내자 또래 대학생부터 머리 희끗희끗한 60대까지 200여명의 군중이 "와" 하는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양씨는 세월호 유족 김영오(47)씨의 단식에 의문을 제기한 보수단체 회원들을 가리켜 "이런 놈들 입에 들어가는 쌀이 아깝고, 이런 자들이야말로 강제로 단식시켜야 된다"고 말하는가 하면, "정부가 (세월호 사고의) 범인", "(세월호특별법에 반대하는) 새누리당은 친일파"라고도 했다. 그럴 때마다 시위 참가자들 사이에선 "옳소", "속이 다 후련하다"는 외침이 나왔다. 지나던 한 시민은 "젊은 여대생의 말이 어찌 저리 살벌하며 거기에 박수를 쳐주는 어른들은 또 뭐냐"며 혀를 찼다.

우리 사회 공론장(公論場)에서 막말의 수위가 도를 넘었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집회·시위 현장, 정치권,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등 각종 공간을 가릴 것 없이 막말이 난무한다. 이진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객원교수는 "정치인이나 집회 참가자의 막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재난 이후 더 심해졌다"고 진단했다.

최근의 막말 풍토는 세월호 유족 김영오씨의 대통령 욕설 논란에서 정점을 이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씨는 지난달 19일 청와대 앞에서 경찰이 길을 막아선다는 이유로 "대통령이란 X이 똑같은 거야. XX년이지"라는 욕설을 했고, 이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본 국민들 사이에서 "해도 너무한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이진곤 경희대 교수는 "야당과 세월호 유가족 일부가 상징성을 부여한 인물인 세월호 유족 김영오씨가 도를 넘은 발언을 함으로써 유가족 전체의 뜻이 왜곡되고, 국민들에게도 허탈함과 실망감을 안겼다"고 말했다.

임지현 한양대 교수는 "좌우를 불문하고 서로가 막말로 맞불을 놓으면서 사회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세월호특별법에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막말도 김영오씨의 막말 못지않다. 지난달 말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에서는 '언제는 단식 말라더니 니가 하고 자빠졌냐? 쌀값 아까운 기회주의 구태정치꾼 문재인 평생 단식하라'는 현수막이 등장했다. 한 배우는 막말을 한 김씨를 향해 '그냥 단식하다 죽어라'라는 페이스북 글을 올려 새로운 막말 논쟁을 일으켰다.

집회·시위 현장의 한 경찰관은 "예전엔 막말이 '민중의 곰팡이' '민중의 몽둥이' 수준이었는데 요즘 세월호 집회에서는 '네 부모는 네가 정권의 개로 사는 건 알고 있냐'는 말까지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 화나는 건 참가자들이 한목소리로 '잘한다' '더 조져라'는 식으로 부추기고 맞장구를 치는 모습"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막말로 튀고 인기를 얻는 한국의 정치 구조가 공론장과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평론가인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시위 현장처럼 군중이 많은 장소일수록 막말을 적당히 섞으면 더 강해 보이고, 더 지지받는다는 의식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파급력이 커지고 사회의 호흡이 빨라지면서 짧은 시간에 자기 이름을 알리려고 '노이즈 마케팅'에 나서는 정치꾼, 시위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세월호 정국에서 여야, 좌우를 막론하고 자신의 지지층만을 의식한 막말 행진이 이어졌다. 지난달 21일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진상 규명에도 나서지 않는 대통령, 당신은 국가의 원수"라고 했고, 며칠 뒤 같은 당 홍익표 의원도 정부·여당에 "최악의 패륜 집단"이라고 말했다. 여당과 보수 인사들도 상처를 주는 막말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지난달 초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 앞 단식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국회에서 저렇게 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어디 뭐 노숙자들 있는 그런…"이라고 말했다가 반발을 샀고, 보수 인사인 지만원씨는 세월호 참사 초기 "시체 장사에 한두 번 당해봤는가? 세월호 참사는 이를 위한 거대한 불쏘시개"라는 표현으로 사회적 논란을 불렀다.

정치인의 막말 중에는 계산된 것이라는 의심을 받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박 대통령을 '만주국의 귀태(鬼胎·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 태어났다는 뜻) 박정희의 후손'이라고 지칭한 홍익표 의원 사례가 그 대표적인 예다. 자기주장을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소속된 집단 내에서 튀기 위한 수단으로 전략적으로 '무례함'을 택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막말을 한 사람들이 공론의 장에서 퇴출되기는커녕, 특정 집단에서 열렬히 환호받고 "할 말을 했다" "용기 있다"는 식으로 칭찬받는 현실이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최근 저서 '싸가지 없는 진보-진보의 최후 집권전략'에서 막말 세태 등을 빗대 "(싸가지 없음은) 용기와 파렴치의 경계마저 무너뜨려 파렴치한 짓을 하면서도 용감하고 의로운 행동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논쟁을 '싸가지 없기 경연대회'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지난 총선에 출마한 나꼼수 김용민씨 사례처럼 요즘 정치권은 국민들 앞에 겸손하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보다 오히려 막말하는 사람을 골라서 공천 주는 경향까지 있다"며 "막말 스타가 나오고, 그 막말이 보편화돼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왜곡된 시각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라고 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사회 공론장의 말은 곧 그 사회의 품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막말을 지지하는 여론이 있기 때문에 막말이 자생하고 증폭되는 것"이라며 "대중이 소신과 막말을 명확히 구분하고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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