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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균 칼럼] 大選여론 조작 목적이면 330위 사이트 골랐겠나

도깨비-1 2013. 4. 25. 10:39


[김창균 칼럼] 大選여론 조작 목적이면 330위 사이트 골랐겠나

 

국정원女 넉달간 댓글 120개
1500만 방문 네이버 놔두고
6만명 親野 네티즌과 상대
朴·文후보 언급 하나도 없고
제주도 기지 등 北 자극에 초점
'對北 심리전' 설명 왜 못 믿나


  김창균 부국장/ 조선일보 2013. 04. 24.

 

   국가정보원 소속 여직원 김모(29)씨가 작년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 사이트에 댓글을 올린 일에 대해 민주통합당은 "4·19 혁명의 계기가 된 3·15 부정선거에 맞먹는 일"이라고 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없었다면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정통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국정원은 "정상적인 대북 심리전 활동의 일부"라고 반박했다.
   역사가는 한 시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릴 때 그 경쟁적인 가설(假說) 중 어느 쪽이 사료(史料)와 부합하는지 검증하는 방식으로 역사적 진실에 접근해 간다. 국정원 댓글 사건 역시 같은 방법으로 진상(眞相)에 다가설 수 있다. 국정원 김씨가 댓글을 단 이유에 대한 가설 1은 '상부 지시에 따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서'라는 야당 주장이고, 가설 2는 '남측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하는 북 요원을 감시·추적하기 위해서'라는 국정원 주장이다. 어느 쪽 가설이 진실에 가까운지 검증하기 위한 물증은 김씨가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는 댓글 120개이다.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가설 1'이 성립하려면 김씨는 가급적 네티즌이 많이 모이는 사이트, 그것도 대선에서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많이 모이는 사이트로 갔어야 한다.
   김씨가 주로 활동했던 '오늘의 유머'는 종북(從北) 성향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친야(親野) 색깔이 짙다. 지난 4월 7~13일 일주일간 방문자 수 기준 순위가 전체 사이트 중 330위였다. 하루 평균 순(純)방문자 수가 6만5213명으로 1위 네이버 1538만8291명의 1%도 못 된다. '오늘의 유머'는 '가설 1'이 성립하기 위한 두 가지 조건과는 동떨어진 반면 북 사이버 요원을 찾기 위해서라는 '가설 2'에는 아주 적합한 무대다.김씨가 쓴 댓글들은 '북한은 주민은 굶기면서 핵실험 하고 미사일 쏘는 비정상적인 집단'처럼 북한을 비난하거나 '눈과 귀 틀어막고 제주기지를 반대하는 세력 때문에 국가 안보가 보류됐다'며 북한이 민감해하는 이슈를 주로 건드렸다. "북한을 자극하는 글을 올리면 북 사이버 요원이 반응하며 미끼를 문다"는 국정원 김씨 주장과 맞아떨어진다. '가설 2'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반면 '가설 1'이 진실이라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거나 문재인 후보를 비난하는 글이 많이 등장해야 하는데 김씨는 박 후보, 문 후보 이름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야권에서 유일하게 발견해낸 증거라는 것이 문 후보가 토론회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공약한 다음 날 올린 '목 내놓고 금강산 가기는 싫다'는 댓글 한 줄이다. 김씨가 대선 후보를 직접 겨냥한 글은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TV 대선 토론에서 대한민국을 남쪽 정부라고 부른 것을 문제 삼은 딱 한 가지였다. 당시 이정희 후보는 1% 내외 지지율을 오르내리며 야권 성향 표를 잠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민주당은 이 후보 사퇴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이런 국면에서 국정원 김씨가 이 후보를 공격한 것은 문 후보를 지원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정원이 김씨에게 박 후보 지원을 명령했다는 '가설 1'과는 정반대 행동을 한 것이다.
   경찰이 국정원 김씨의 댓글이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발표하자 조국 서울대 교수는 "국민을 얼라(어린아이)로 아나"라고 했다. 조 교수는 작년 대선 국면에서 40만 팔로어를 상대로 하루 수십 개씩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야권 후보 단일화 국면에선 3단계 방법론을 제시하며 적극 중재에 나섰고 "박근혜는 재벌 총수와 기업 자체를 혼동하고 있다. 문재인 지적에 박근혜가 당황했다" "박근혜가 집권하면 이정희는 감옥에 들어갈 것 같다" 등 박 후보를 실명으로 공격했다. 특정 후보를 지원했다는 말을 들으려면 조국 교수 정도의 활약상은 보여야 한다. 반면 국정원 김씨는 대선 전 4개월간 댓글 120개를 달았다. 하루 평균 한 개꼴로 한두 줄짜리 짤막한 댓글을 올린 것이다. 대선에 개입하라는 상부 지시를 받고도 김씨가 이랬다면 태업(怠業) 아니면 항명(抗命)에 해당한다.
   '오늘의 유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시글은 조회 수가 1만 회 남짓이다. 그 밑에 달리는 댓글까지 꼼꼼히 읽는 사람은 많아야 수백 명일 텐데 댓글로 친야 성향 유권자 마음을 움직여 대선에 영향을 주라고 지령을 내릴 바보가 도대체 어디에 있겠는가. 야당은 김씨 댓글 때문에 108만 표 차로 갈린 대선 결과가 바뀌었을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또 김씨 댓글을 3·15 부정선거에 빗대며 4·19 혁명처럼 들고일어나야 한다고 선동한다. 국민을 '얼라' 취급한다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