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이 시기에 육·해·공군 참모총장을 4시간 묶어뒀다니-[조선일보 사설]

[사설] 국회, 이 시기에 육·해·공군 참모총장을 4시간 묶어뒀다니

  조선일보 / 2013. 04. 20(토)-지방판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김관진 국방장관과 육·해·공군 참모총장의 출석을 요구해 이들이 4시간 가까이 출석했다고 한다. 4시간 가까이 국회에 묶여 있으면서 정작 답변엔 육군 참모총장이 8분 정도, 해군 참모총장이 5분 정도 걸렸고, 공군 참모총장에게는 질문하는 의원도 없었다.
   안보 비상 상황이라고 해서 국방장관과 각군 참모총장들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 그 정도로 지휘체계에 공백(空白)이 생긴다면 그 자체로 문제다. 실제 참모총장이 국회에 출석하더라도 군 작전을 총괄하는 합동참모본부는 기능이 그대로 유지된다. 군 지휘관들이 국회에 나와 국방 문제에 관해 국민에게 보고하는 것은 지휘관으로서 의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엔 국방 현안을 다루는 국방위가 아니라 법사위가 군사법원 업무 보고를 받겠다면서 3군 참모총장을 다 불러낸 것이다. 군사법원 문제도 소홀히 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처럼 북한의 핵위협이 계속되는 비상 시기에는 군사법원장이나 검찰단장이 출석해 답변해도 충분한 사안이다. 그걸 굳이 3군 참모총장들까지 다 나오라고 해서 "이번에 진급하는 사람 중에 호남 출신이 한 명도 없다"는 등의 질문을 했다니 국회의원들이 비상 국면에 군의 대비 태세를 방해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국회가 분초(分秒)를 다투는 군 작전에 관련된 사람들을 출석시킬 때는 목적도 분명해야 하고, 시기도 납득할 수 있을 때를 골라야 한다. 하지만 의원들이 이런 식으로 바쁜 지휘관들을 아무 때나 불러내 회의실에 앉혀두고 위세(威勢)나 부리는 모양이 되면 국민이 혀를 차지 않을 수가 없다.
   어제 서울 국방부 건물 인근에는 '국방장관 처단…'운운하는 유인물 수백장이 뿌려졌다. 북한 공작원이 했든 북의 지시를 받은 종북 세력이 했든 이는 대한민국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의원들이 이런 현실에 대한 경각심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군사법원 문제를 다룬다고 장관과 3군 총장을 다 불러내 4시간을 대기시키는 일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