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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보정당 대표가 쓴 '진보 정치 반성문'

도깨비-1 2013. 6. 12. 17:11


[사설] 진보정당 대표가 쓴 '진보 정치 반성문'

  조선일보 2013. 06. 12.
 

   심상정 진보정의당 원내대표는 11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진보는 항상 옳은가, 진보는 더 민주적인가에 대한 회의와 갈등이 있었다"면서 "국민은 진보 정당이 우리 정치의 변화를 이끌 제3의 미래 세력이 되길 기대하고 응원했지만 진보 정치는 국민의 기대만큼 준비되지 못했고 과거의 낡은 사고의 틀에 갇혀 국민의 요구에 응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는 진보 정당이 안보에서 국민에게 불안을 줬고, 대기업 정규직 노조에 휘둘려 온 점 등을 대표적 잘못으로 들었다. 그는 "분단과 전쟁을 겪은 우리 국민이 가질 수 있는 이념적 트라우마나 안보 불안을 깊이 주목하지 못했고, 이에 성실히 응답하지 못했다"며 "그간 진보 정당은 대기업 정규직 정당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는데 근거 있는 비판"이라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낭독한 '진보 정당의 반성문'은 지난 10년간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의 전신) 내에서 비판이 허용되지 않았던 북한과 민주노총이라는 2대 성역(聖域)을 겨냥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내에서 북한과 민노총이 신성시돼 온 까닭은 과거 북한의 주체사상을 떠받들었던 주사파 출신들이 당을 장악하고 있고, 민노총은 통합진보당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대의원과 당원을 거느린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단 한 번도 정면으로 비판하지 않았고, 북한의 3대(代) 세습을 두둔해 왔으며, 국민의례를 거부하고 태극기를 국기(國旗)로 인정하지 않았다. 통합진보당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민노총의 눈치를 보느라 비정규직 근로자와 중소 영세상인들의 아픔을 외면해 왔다. 소수 특권 노조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 다수의 경제적 약자를 외면해 온 게 그간의 진보 정당이었다. 그 결과 2004년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 13%로 10명의 국회의원을 당선시켜 원내(院內) 3당으로 떠올랐던 진보 정당은 이제 '주변부 정당'으로 밀려났다.
   지난해 통합진보당을 탈당해 진보정의당을 만든 심 원내대표는 조만간 당명(黨名)에서 오욕(汚辱)이 점철된 '진보'라는 말도 떼어내고 새로운 이름을 찾을 것이라고 한다. 심 원내대표는 연설 후 언론 인터뷰에서 진보 정당의 활로에 대해 "묘수가 없다"며, 답답하고 막막한 심정을 밝혔다. 지난 10년간 진보 정당이 실패한 이유는 북한과 민노총을 신줏단지처럼 껴안고 가면서 국민의 상식(常識)으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이다. 바로 이 상식을 되찾느냐에 따라 진보 정당의 앞날이 결정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