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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수돗물을 물로 봐 다오

도깨비-1 2006. 9. 12. 09:14
뉴스: 수돗물을 물로 봐 다오
출처: 한겨레21 2006.09.12 08:07
출처 : 한겨레21
글쓴이 : 한겨레21 원글보기
메모 : [한겨레] 생수가 수돗물보다 100~200배나 비싸지만 수질검사 기준 등엔 별 차이 없어… 교통혼잡과 대기오염 일으키는 생수가 정말 차별성이 있는지 의심해야 할 때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520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세계 최대의 민간 자연보호단체인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은 2001년 4월 생수 판매업자들의 속을 뒤집는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판매되는 생수(bottled water)가 수돗물에 견줘 최고 1천 배나 비싼 값임에도 수돗물보다 더 안전하거나 건강에 이로운 게 아니라는 요지였다.

당시 WWF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생수에 대한 검사 기준보다 수돗물에 대한 검사 기준이 오히려 더 엄격하다고 덧붙였다.

수돗물 그대로 마시는 비율 1%

우리나라 사정은 어떨까? 우리나라 상수도 요금은 1t당 600원으로 책정돼 있다. 이에 비해 생수는 500㎖, 700㎖짜리가 싸게는 300원, 비싸게는 1천~1500원(관광지)에 팔리기도 한다.



어디에서 구입하느냐에 따라 값이 천차만별인데 대체로 생수가 수돗물에 비해 100~200배 비싼 것으로 환경부는 계산하고 있다.

이렇게 가격 차이는 극심한데도 수질검사 기준은 별 차이가 없다. 되레 수돗물 검사 항목이 더 많다. 환경부 기준을 보면, 수돗물은 모두 55개 항목의 수질 기준을 지키게 돼 있다. 납(Pb) 0.05mg/ℓ, 불소 1.5mg/ℓ, 페놀 0.005mg/ℓ, 철 0.3mg/ℓ 등이 그것이다. ‘먹는샘물’(생수의 행정용어)의 수질 기준 항목은 51개다. 최용철 환경부 수도정책과장은 “수돗물의 경우 소독 부산물에 관한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검사 항목이 더 많다”며 “전체적으로 (양쪽의) 수질 기준은 같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수돗물과 생수의 수질에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최 과장은 자신 또한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수돗물을 병에 받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마신다. 그게 가장 안전하고 맛있는 물을 먹는 방법이다. ”

검사 기준이나 환경부 실무 책임자의 음용 행태로 보아 질적 차이가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두 제품(생수-수돗물)의 가격차가 100~200배로 유지되는 밑바탕에는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환경부가 2003년 3월 월드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는 응답은 1.0%에 불과했다. 2000년 3월(2.5%)보다 훨씬 낮아졌다. 2000~2003년 사이 정수기와 생수 이용률은 18.7%에서 44.0%로 급증하고 수돗물 이용률(끓여서 마심+그대로 음용)은 61.6%에서 45.8%로 떨어졌다. 이후 환경부 차원의 수돗물 음용 행태에 관한 조사는 없었지만,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비율은 대체로 1%대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감이 높은 이유로는 상수원에 대한 의구심이 주로 많이 꼽힌다. 서울YWCA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 이유’로 “유해물질 우려”를 꼽은 비율이 38%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세균 감염 우려”가 24%, “물맛이 좋지 않아서” 17%, “정수기가 있어서” 15%로 나타났다. 가장 비중이 높은 이유가 상수원에 대한 불신과 밀접한 관련성을 띠고 있다.

최용철 과장은 “정수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모두 걸러져 기준을 충족시키지만, TV 화면을 통해 팔당댐 상류 같은 상수원 유역의 축산 농가, 러브호텔, 일부 공장의 폐수 방류 장면을 본 께름칙함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염소와 온도가 ‘물맛’ 떨어뜨려

몸에 해로운 미생물을 없애기 위해 쓰는 염소(Cℓ)의 잔류 성분 탓에 수돗물 특유의 냄새가 난다는 점도 수돗물을 꺼리게 하는 주요 이유로 꼽힌다. 서울YWCA 설문조사에서 “물맛이 좋지 않다”는 항목과 관련이 있다. 환경부의 정수처리기준(고시)에서는 염소의 잔류성분을 ‘0.2ppm 이상’으로 유지하게 돼 있다. 이 정도를 유지해야 유해한 미생물의 번식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염소 잔류성분 기준치를 ‘0.1ppm 이상’으로 낮춰 잡으면 수돗물 특유의 소독약 냄새는 사라지는 대신 안전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일본의 경우 (미생물 번식의 위험이 크게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염소 기준치를 ‘0.1ppm 이상’으로 잡고 있다.

수돗물 맛을 떨어뜨리는 또 다른 요인은 물의 ‘온도’이다. 물맛이 가장 좋은 온도 수준은 4℃인데 수돗물의 온도는 10~20℃ 수준이다. 이 때문에 수돗물은 ‘밍밍하고 맛없는 물’로 여겨져, 냉장고에서 갓 꺼낸 생수나 정수기물에 견줘 질적으로 훨씬 낮다는 이미지를 띠고 있다. 수돗물도 냉장고에 한동안 보관했다가 마시면 소독약 냄새를 없앨 수 있고, 생수 못지않게 맛있는 물이 된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수돗물 불신 요인으로 빼놓기 어려운 게 낡은 상수도관과 공동주택의 저수조, 옥내 급수관의 부실 관리 문제다. 상수원 문제나 염소 잔류 성분·물 온도 등이 막연한 불안감이나 심리적·미각적 거부 요인이라면, 이 부분은 구체적으로 눈에 띄는 문제점이다. 노후 상수도관 등으로 인해 생겨난 녹물이나 부유물질을 본 처지에서 선뜻 수돗물을 마시려 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 녹물 성분은 대부분 몸에 해롭지 않은 철, 아연이고 망간 성분 또한 기준치 아래인데다 침전시킬 수 있다는 설명은 먹혀들지 않는다.

정부 나름대로는 수돗물의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갖가지 방안을 마련해왔다. 수질 기준치를 높이고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는가 하면, 낡은 수도관의 교체 같은 조처를 취했다. 올 6월 말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정 수도법도 같은 맥락이다. 이 법률에 따라 연면적 6만㎡ 이상 다중이용 건축물, 연면적 5천㎡ 이상의 공공시설의 옥내 급수관은 준공검사 뒤 5년이 지난 날부터 1년 주기로 상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 수돗물을 공급받는 소비자가 수돗물 생산·공급 과정과 원수 및 정수의 수질정보를 담은 보고서(CCR)를 수도사업자로부터 1년에 한 번씩 받아보게 했다.

정부의 이같은 처방전에도 불구하고 수돗물에 대한 신뢰가 이른 시일 안에 회복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워낙 오랫동안 쌓인 불신의 벽이 두껍다.

“수돗물 행정을 투명화하라”

환경운동연합 산하 수돗물시민회의의 백명수 사무국장은 “정부나 서울시에선 ‘55가지 수질검사항목 기준치에 적합하다’며 수돗물의 안정성을 강조하지만, 국민들의 기대치는 그보다 높다”고 말했다. 기준치에 맞는다는 사실을 넘어서는 상수원 관리, 사고의 사전적 예방과 사후 처리의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백 사무국장은 “수돗물과 관련한 행정은 너무 어려워 주민들로선 알아듣기 힘들다”며 “행정의 눈높이를 낮추고 투명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운동가이자 미국 지구정책연구소장인 레스터 브라운은 <지구를 살리는 새로운 경제학 에코이코노미>란 책에서 “비록 생수 판매업자들이 약삭 빠른 마케팅을 통해 생수가 건강에 더 좋다는 확신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었음에도 이러한 확신의 정당한 근거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생수를 사기보다 수돗물을 끓이거나 여과해 쓰는 게 경제적이고도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브라운은 “생수 판매를 점차 축소시키면, 물을 운송하고 배분하는 트럭도 줄일 수 있을 것이며 그 결과 트럭 운행과 관련된 교통 혼잡, 대기 오염, 탄소 배출도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인다. ‘생수-수돗물’ 문제는 거대한 환경 이슈이기도 한 것이다. 수돗물에 대한 신뢰를 금방 회복할 수는 없다고 해도 생수나 정수기 물에 대한 정당한 ‘의심’과 수돗물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가져봄직하지 않을까?







북한 생수도 흘러흘러
육로관광과 함께 ‘금강산샘물’ 수입 재개, ‘백두산천지샘물’도 판매중

지난 2000년 7월 ‘금강산샘물’이 분단 이후 최초로 국내에 반입돼 소비자들한테 선을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북한산 먹는샘물을 편의점 등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어찌된 것일까? 국내 (주)태창과 북한의 능라88무역회사가 합작한 ‘금강산샘물합작회사’가 우여곡절 끝에 2000년 하반기에 들여온 금강산샘물은 금강산에서도 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동석동에서 천연 광천수가 두꺼운 화강 암반을 뚫고 솟아나온 샘물이다.

금강산 샘물은 예로부터 산삼과 녹용이 스며 있다는 ‘삼록수’로 불릴 만큼 뛰어난 수질을 자랑한다. 그러나 금강산샘물은 선박을 이용한 반입에 따른 물류비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그해 12월 판매를 중단하고 말았다.

그러다가 금강산 육로관광이 허용되면서 육로수송이 가능해져 물류비가 크게 떨어졌고, 이에 따라 태창은 2005년부터 반입을 재개했다. 이름도 ‘금강수’로 바꿔 올해 초부터 홈플러스와 백화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조만간 편의점에도 진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가격은 500㎖짜리 페트병이 400∼500원, 2ℓ짜리는 800∼900원 정도다.

북한 생수의 주요 취수지는 금강산·신덕산·묘향산 등 청정 샘물로 이름난 곳들인데, ‘강서청산수’ 등 중소업체가 반입해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브랜드도 있다. 오는 9월 시판 예정인 ‘백두산천지샘물’은 백두산천지샘물(이사장 강호영·소재지 중국 길림성)과 중국의 장백산천연광천수가 합작한 ‘백두산천지 천연광천수 합작회사’가 생산하는 물이다. 백두산천지샘물 쪽은 “백두산 천지에서 약 10km 거리에 있는 백두산 원시림 지하의 내두천에 원수지를 두고 있다”며 “내두천의 화산용암과 현무암의 갈라진 틈의 깊숙한 곳에서 솟아난 샘물로 세계 3대 광천수로 불린다”고 말했다. 550㎖짜리가 1천원에 팔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