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자료

[스크랩] 17세 소년이 편곡한 `재즈 애국가`

도깨비-1 2006. 8. 23. 20:46

얼마 전 미디어다음 TV팟에 한 동영상이 올라왔다.

 

 애국가 이상모드 ㅋ ㅋ ㅋ

 

라는 제목의 동영상은 17세 소년이 직접 애국가 편곡한 것을 피아노로 치는 모습을 영상에 담은 것이었다. 조회 수만 약 6만 회, 댓글에는 악보를 보내달라는 사람들의 글로 도배되어 있었다. 얼마 전에는 애국가 곡을 듣고 한 네티즌이 노래를 불러 보고 싶다며 파일을 보내주더란다. 아래가 바로 그 애국가 노래다.

애국가 노래 듣기. 17세 소년 애국가에 한 네티즌이 노래를 불렀다

 

불과 1여 년 전까지만 해도 본인이 직접 찍은 동영상을 네티즌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쉽지 않았다. 동영상 촬영이 익숙하지 않기도 하거니와 찍은 동영상이 있어도 인터넷에 쉽게 올릴 수 있는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핸드폰 및 캠코더로 직접 찍은 동영상을 개인 블로그 및 홈페이지에 쉽게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환경 변화를 가장 반가워 할 사람은 바로 자신의 개인기를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이들이지 않나 싶다. 춤, 노래, 악기 연주 등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기를 영상에 담아 많은 사람들에게 뽐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고, 동시에 다수의 네티즌은 자신과 관심 분야가 비슷한 영상을 골라 보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애국가 소년의 피아노 치는 영상은 네티즌들에게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직접 찍은 동영상을 올리는 사람은 많지만 일반인이 이렇게 주목을 받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본인은 어떤 기분일까? (후에 주인공에게 직접 들어보니 전혀 상상치 못했던 반응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일까? 등등등이 궁금하여 주인공을 찾아 나섰다.  

 

“왠지 애국가가 딱딱하게 느껴졌어요.”

 

 

편곡한 애국가 연주 중인 이기쁨 군

 

나이 17세, 이름은 이기쁨. 소년은 현재 철원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사방이 논과 산으로 둘어 쌓인 경치 좋고, 공기 맑은 그곳엔 소년의 집과 막 새로 지은 교회 한 채가 있었다. 소년의 아버지는 목사였고 소년은 피아노 반주를 맡고 있다.

 

“그런데 왜 많은 곡 중에서 애국가를 편곡할 생각을 했어요?”
질문은 그냥 동영상을 보고 문득 들었던 궁금증이었다.
“아..원래 음악 공부하는 사람들이 편곡하면서 작곡 연습하고 그러는데....”
처음에는 다소 평이한 대답인 듯 싶더니만
“왜, 텔레비전 방송 끝날 때 나오는 애국가 있잖아요. 글쎄...좀..무겁게 느껴졌어요. 뭐랄까..딱딱하고..웬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미국에서는 머라이어 캐리나 비욘세 놀스 등이 미국 국가를 편곡해서 부르기도 했거든요. 그냥 좀더 부드러운 느낌이 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소년은 뭔가를 설명하고픈 표정인데 말로 채 표현되지 않은 듯 했다. 그래서 그냥 편곡된 애국가 연주를 들어 보았다.

 

“언제부터 피아노 치기 시작했어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요. 자연스럽게...엄마가 피아노 선생님이셨거든요. 지금은 취미로 그냥 치시고요..”
어머니의 음악적 성향을 이어받아 피아노를 치게 되었다는 이기쁨 군. 동생도 지금 드럼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기쁨 군이 직접 쓴 악보들

 

소년이 본격적으로 음악 공부를 시작한 건 중학교 때부터다. 아무런 흥미도 느끼지 못하고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이 지루해 결국 고등학교 검정고시 시험을 보기로 결심했다. 중학교 때 음악 선생님이 작곡 전공을 하신 덕분에 음악을 공부하면서 틈틈이 검정고시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며칠 전 합격 통보를 받았다.

 

“정말 음악 공부가 좋았나봐요?”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하지 못하고 있는 게 바보 같았어요.”
소년의 대답은 짧지만 그 안엔 나름의 ‘생각’이 있었다.

 

‘아리랑’곡조에 조선시대 신분 차별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아..

 

 

아리랑

 

“학교 공부를 좋아하지는 않는데 한번 빠져들면 깊이 파고드는 성격이에요. 한창 우리나라 국사에 관심이 많았는데, 역사적 사건 중에 지금에 와서 다시 돌이킬 수는 없지만 돌이키고픈 그런 답답한 사건들이 있더라고요. 조선시대 신분 차별 문제 같은 거요. 그래서 이런 것을 음악으로 해소해 보면 어떨까 해서 ‘아리랑’ 곡에 붙여 본 거에요.”

 

애국가 외에 또 어떤 음악을 편곡해 보았냐고 묻자 대뜸 아리랑 도입부를 연주한다. 아리랑 곡조에 맞춰 구슬프게 흘러나오는 가사 내용은 조선 시대 신분 차별로 사랑을 이루지 못한 양반의 딸과 노비 아들의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남자와 여자의 듀엣곡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소년은 먼지 쌓인 상자에서 어렵게 가사가 적힌 종이를 꺼냈다. 아직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한다.

 

 

이기쁨 作 / 신분 차별로 이루지 못한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오늘도 밤 중에 몰래 훔쳐보는 당신의 모습

당신의 수려한 모습을 어릴적부터 사모했던 나

이고 가던 물동이를 깼던 그날 기억해요?

당신은 몰라겠지만 난 내 몸을 보이기 싫어

당신에게만은 부끄러워서 그랬던 거에요

 

그댄 오늘도 밤 속에 갇혀 수를 뜨나요

어찌 세월 다 가도록 그래 얼굴 조차 못보오

그대 고운 치맛단 아름답단 말 해주고 싶었는데

사실 그댄 내 존재 조차도 모를거요, 같은 지붕아랜데...

 

우리 그들을 바라보는 것조차도

허락 되지 않은 이 세상

난 음식을 하며 당신에게 내 맘을 전하고

난 나무를 패며 그대를 온기로 안아준다오

그 마음 언제나 한결같은데

그건 윗사람들만의 이야기오

우린 맘하나 제대로 못 전하게 한

우리 피를 원망하오

 

'짝사랑'의 시작과 음악의 변화

 

처음에는 사회 비판적인 내용이 담긴 음악만이 진정한 음악인 줄 알았다. 그래서 사랑 타령만 하는 노래들은 정말 듣기 싫었다고. 하지만 짝사랑에 빠진 순간부터 문제(?)는 시작되었다. 그때부터는 오직 ‘사랑’에만 혼신을 담아 지은 곡들만 쌓여가기 시작한 것.

 

 

창작곡 '가을愛'

 

애국가 영상과 함께 네티즌들의 악보 요청이 쏟아지고 있는 창작곡 ‘가을愛’다. 지난 2005년 11월에 작곡한 곡으로 처음 제목은 ‘그대 원치 않으면 숨도 쉬지 않겠어요' 였다. 그런데 너무 긴 것 같아 대폭 줄였다고. 짝사랑 주인공에 대한 언급은 끝까지 노코멘트였지만 아마도 당분간 소년의 악상은 ‘사랑’의 샘에서 솟아나지 않을까 싶다.

 

 

직접 쓴 '가을愛' 악보 및 가사(위)와 네티즌들의 요청에 의해 만든 악보(아래)

 

 

난 기억해요, 그대의 눈빛

날 생각하지 않는 다는 걸

내 시선을 피해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그대의 옆모습

그런 그대까지도 사랑한다 지켜 본 내가 너무나 바보 같아-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한 척 하며 살아온 내 자신이

이젠 그대 싫어한다면 숨도 쉬지 않겠어요

 

삶을 포기하라면 눈물 머금고 포기 하죠

다만 내게 말해요, 그땐 즐거웠다고-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하-죠

 

혹 즐겁지 않았다해도 난 만족하면서 갈 테지만

그렇게 떠나면 그대 최책감까지도 내가 책임지려할텐데

내 행복을 위한 거죠, 그대를 향한 생각 전혀 없다고

말해 보지만 한번도 쉽게 성공 한 적은 없었고

내 맘만 더 무거워져

이젠 그대 원치 않으면 숨도 쉬지 않겠-어요

 

그대 아픈 마음에 내가 상처준다면

혹시 옛일 생각해봐요-

상처 되거든

어떤 기억 떠오를지 모르지만 하나만큼 기억해 주는 것으로 나 행복해요

 

허나 아무 기억도 나지 않아도 괜찮죠

눈감으면 끝인걸요 더 바라면 그건 너무 큰 욕심이죠 이젠 가야겠어요

되돌릴 순 없겠-죠

 

“제 곡을 많은 사람들이 같이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에게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동영상을 찍어 올린 게 지금 이렇게 화제가 되었다는 이기쁨 군.

“음악은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만드는 거잖아요. 이렇게 많이 좋아해 주시리란 생각은 못했었는데...기분 너무 좋습니다.”

현재 그는 창작한 노래 악보를 수많은 네티즌들과 공유하고 있다.

 

 

중학교 때 지었다는 '독도'라는 제목의 시(위)와 피아노(아래)

 

이기쁨 군의 방에는 ‘독도’를 주제로 한 시 하나가 벽에 걸려 있다. 지은이 역시 ‘이기쁨’. 중학교 때 지은이  시도 언젠가는 노래가 되어 대중들에게 알려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의미 있는 음악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소년의 바람이 변치 않는다면 말이다.

 

 

양양씀

출처 : 양양기자의 두루세상!
글쓴이 : 양양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