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 비둘기 유감
문화재청에서는 고궁의 주요 고건축물들을 비둘기 배설물의 피해로부터 예방하기 위하여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부시(새들이 앉지 못하도록 전각의 처마 밑을 싸서 치는 철망)와 삼지창, 오지창 등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2006년 8월 현재 부시 설치현황을 보면, 근정전을 비롯한 경복궁 주요 전각에 32곳, 창덕궁 8곳, 창경궁 9곳, 덕수궁 2곳, 종묘 3곳 등 총 54개소에 부시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큰 전각 한곳에 부시를 설치하려면 2~3천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니 만만치 않은 예산이 든다는 것을 알 수 있겠지요? 그러나 부시는 전각의 단청을 온전히 감상하는데 방해가 되며,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부풀어 오르는 고무풍선 효과를 유발하여 부시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다른 전각이 피해를 보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필자도 수년 전 창경궁관리소장으로 근무할 때 비둘기배설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꽤나 고심하였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부시가 비둘기 피해로부터 가장 안전하게 전각을 보호하는 장치인 것 같습니다. 삼지창이나 오지창은 비둘기들이 금방 적응하여 요리조리 쉽게 피해다니기 때문에 그 효과에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아직 부시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고궁의 주요 전각에는 계속하여 부시를 설치할 필요가 있으며, 앞으로 복원되는 전각은 애초부터 부시 설치를 포함하여 시공을 하면 나중에 별도로 부시를 설치하는 경우보다 비용을 많이 절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궁에 많은 까닭
잘 아시다시피 비둘기는 다른 새들과 달리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바로 그들의 둥지가 곧 인간의 근거지이기에 사람과의 많은 접촉으로 인해 적응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그 중에서 특히 고궁은 비둘기들이 서식하기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수많은 관람객이 던져 주는 과자 부스러기는 훌륭한 먹잇감이며, 아름다운 연못은 목을 축이기에 부족함이 없고, 또한 여러 전각은 더 없이 좋은 보금자리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비둘기가 모이는 곳에 항상 나타나서 먹이를 주는 일명 ‘비둘기 아저씨’가 간혹 가십거리로 보도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필자가 근무하였던 창경궁에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창경궁이 문을 여는 날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와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분이 계셨습니다. 연세가 근 70 가까이 되시는 분인데 그분이 오기만 하면 어떻게들 그렇게 잘 아는지 비둘기들이 금방 모여들곤 합니다. 피해가 특히 많이 발생할 때는 비둘기 배설물에 의한 피해를 말씀드리고 그때만이라도 먹이 주는 것을 자제토록 간곡히 당부드려도 직원이 보이지만 않으면 어느 틈에 먹이를 주곤 하였습니다.
글쓴이 : 김갑륭 _ 문화재청 홍보담당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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