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자료

[스크랩] '말 폭탄' 이 명절 망친다

도깨비-1 2006. 1. 28. 21:04
뉴스: '말 폭탄' 이 명절 망친다
출처: 조선일보 2006.01.28 02:38
출처 : 사건/사고
글쓴이 : 조선일보 원글보기
메모 : [조선일보 김윤덕, 류정 기자]

서울 서초동에 사는 맞벌이 주부 김연우(가명·35)씨는 다가오는 설 명절이 공포 그 자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명절 노동 때문이 아니다. “아직도 무소식이냐?” 시할아버지부터 손위 동서까지 쏟아내는 ‘말(言)폭탄’들. 결혼 5년이 되도록 아기가 없어 불임클리닉에 다녀야 하는 연우씨에겐 ‘웃으며 당하는 형벌’이다.

심리학자들은 “말로 인한 스트레스는 부부, 가족처럼 정서적으로 친밀한 사람들이 모이는 명절에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성영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서구 사회와 달리 ‘가족 간에 못할 말이 어디 있느냐’라고 생각하는 우리 의식이 문제”라면서 “‘가족도 남과 마찬가지로 프라이버시를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을 조심해야 명절 스트레스가 없다”고 충고했다.



◆꽉 막힌 도로, 차 안을 조심하라

일단 말로 인한 싸움은 귀성길 자동차 안에서 시작된다. 열에 여덟 쌍의 부부는 반드시 다툰다. 이유는 뭘까? 성영신 교수는 “꽉 막힌 고속도로 위의 자동차 안에서 받는 스트레스 강도는 잠수함, 교도소와 같은 폐쇄공간에 갇힌 스트레스와 맞먹는다”고 지적한다. 대화 컨설턴트 이정숙씨는 “자동차 안에선 시댁이나 처가 식구들에 관한 평가, 돈 얘기는 삼가라”고 말했다. 즉,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 ‘어머니 임플란트 새로 해드려야 한다’ ‘이번 칠순잔치는 우리가 맡아서 해야 할 것 같다” 는 등의 목돈 들어가는 얘기는 스트레스를 폭발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음악을 틀어놓거나, ‘개그 콘서트’ 수준의 유머러스한 대화를 유도하는 게 현명하다.

◆칭찬은 못된 며느리도 춤추게 한다

명절증후군을 앓는 주부들에게 스트레스를 얹어주는 말은 단연 시어머니의 면박성 발언인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조선일보가 빨리쿡닷컴(www.82cook.com)과 ‘명절 때, 이런 말 정말 짜증난다’를 주제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71%가 ‘시어머니의 말’ 때문에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했다. 차가 밀려 조금 늦겠다는 전화에 “그러게 왜 꾸물거려?”, 친정에도 가봐야겠다는 말에 “벌써 가게?” 하는 식의 말이 거북하다는 것. 애써 차려놓은 음식을 맛본 뒤 “그래도 김치가 최고다”라고 말하거나, 시누이와 며느리를 차별하는 말도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차 한잔 하며 쉬었다 해라’ ‘네가 시집와 고생이다’처럼 따뜻한 말 한마디가 명절증후군을 날려 버린다고 조언했다.

◆월급, 성적은 제발 묻지 마세요!

‘동서 사이에 오가는 말’도 적잖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응답자들은 “설 보너스 얼마 받았어?” “집값은 올랐어?” “애들 공부는 잘해?” 같은 질문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이 밖에 “서방님 승진은 멀었어?” “동서, 이런 거 평소에 못 먹을 테니 많이 먹어” 등등 상대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쪽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는 말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 “형님, 더 날씬해지신 것 같아요” “동서는 머리 스타일 바꾸니까 훨씬 좋네” 하는 식의 가벼운 칭찬으로 대체하는 지혜가 필요한 대목이다.

◆너도 많이 늙었구나?

결혼을 안 했거나 취업 때문에 고민하는 처녀 총각들도 한마디 말이 상처가 되기는 마찬가지다. 젝시인러브(www.xy.co.kr)가 미혼 남녀 414명에게 ‘명절에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을 주제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남자의 경우 ‘취직했니?’(41%), 여자의 경우 ‘결혼 언제 할 거니?’(35%)가 가장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말로 나타났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결혼이나 취업을 상대적으로 쉽게 했던 윗사람들은 그런 말들을 부담 없이 하지만, 당사자에겐 ‘왜 그렇게 사니?’라는 매정한 소리로 받아들여질 만큼 스트레스의 강도가 크다”고 강조했다. “첫 직장이니 눈높이를 조금 낮춰보는 건 어떨까” “언젠가 좋은 짝 나타나겠지. 조급해할 것 없다” 식으로 용기를 북돋워줄 필요가 있다.

(김윤덕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sion.chosun.com] )

(류정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well.chosun.com])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