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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re: 월400 귀족노동자 논의에 부쳐...

도깨비-1 2006. 1. 28. 21:17
작은 가구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동네에서 주민을 상대로하는 월수입 600만원 정도의 작은 가게죠.
가게의 특성상 혼자서는 절대로 일을 할 수 없기에, 아내와 직원한명을 포함해 저까지 세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월수입 600만원이라함은 가게월세나 가구구입비등을 제외한 순수입을 말하는 것입니다.
사실 그리 힘들게 살지않습니다. 남들에게 아쉬운소리 안하고, 그렇다고 지나친 사치부리며 살지도 않는 아주 평범한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3남매를 키우는데, 비싼 개인과외는 못시켜도, 동네 학원에 한달에 12만원씩내고 보충수업을 받고있습니다. 막내는 피아노 교육때문에 8만원정도 더 내고 있죠.

다름이 아니라, 요즘 신문에 월급 400만원에 대한 얘기가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데, 민망함을 감추지 못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제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 월급은 현재 150만원입니다. 물론 적은 금액이라고 생각하고 저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달 월급에 20만원정도 더 보테어 주면서 서로 정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600만원에서 170만원 월급주면 430만원정도가 저희 가게 총수입인 셈이지요.

일을 얘기하자면, 직원에게 할말이 없습니다. 10시에 출근해서 9시 30분에 퇴근하니, 거의 12시간 근무입니다. 일이 쉽냐구요? 그렇지 않습니다. 100키로 가까이 되는 장농을 엘리베이터도 없는 다가구주택 5층에 배달하고나면, 한겨울에도 온몸에 땀이 비오듯 흐릅니다. 그럴때면 어린 직원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음료수 한잔 나눠마시는 것으로 미안함을 대신할 수 있을 뿐이죠. 가끔 고객이 담배값이나 하라며 주는 만원 한장을 직원 주머니에 슬며시 꼽아주며 멋적은 웃음 지어주는것 밖에 제가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그나마 직원이 일한지 1년이 좀 넘어서, 이번에 월급을 200만원으로 인상해 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일의 특성상 직원들이 1년넘게 일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죠. 힘들고 박봉이니까요. 물론 거의 고정적인 수입으로 살고있는 저희 가족에겐 허리띠를 조이는 결과를 가져오겠죠.

그래도, 월급 올려준다는 얘기하면, 서로 기분좋을거 같아서...저녁에 근처 갈비집에라도 데리고 가서 회식도 하려고 하고 있었는데....

직원하고 저녁에 난로 앞에 앉아서 뉴스를 보고 있는데, 월수입 400만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게 아니겠습니까? 정말 아무말도 할수없고, 얼굴이 화끈거려서 자리를 일어서서 화장실로 나와버렸습니다.

황당하더군요. 제가 마치 악덕고용주가 되어버린 기분이었습니다. 직원에겐 너무 미안한 마음도 들고, 화도 나더군요. 근처에 저희같은 가게들이 몇개 더 있는데, 대부분 동네에서 하는 장사라서 수입들이 그 근처에서 오락가락합니다. 그래도 내 사업 운영한다고, 남보다 못사는건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기에, 상심이 더욱 컸습니다.

돈으로 노동의 가치를 비교해선 안된다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이제 20대 중반을 갓 넘은 직원에겐 이런 말을 하는 것 조차, 구차한 변명처럼 들릴거 같아서,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윗분 말씀대로, 엄청난 소득을 올리는 대기업들이나 잘나가는 중소기업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요. 그런 기업들에만 직원이 있는게 아닙니다. 저처럼 소규모 사업체 운영하며, 얼마 안되는 수입으로 서로 나누어 쓰는 가게도 많습니다. 동네 큰길나가서 한번 보십시요. 수없이 많은 작은 가게들엔 다들 이정도 급료 받으면서도 땀흘려 수고하는 일꾼들이 많습니다.

이 댓가가 정당하다고 말씀드리는게 아닙니다. 이정도 댓가밖에 줄 수 없는 상황인 업체가 많은 상황에서, 이런 글은 생계에 대한 의욕마저 꺾어놓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걸 아셔야 합니다.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출처 : 자유토론방
글쓴이 : 심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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