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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유승민은 여의도 野合 정치의 몸통이다

도깨비-1 2015. 7. 8. 15:14

 

[시론] 유승민은 여의도 野合 정치의 몸통이다

  • 조우석 사회평론가·언론인

입력 : 2015.07.08 03:00 / 조선일보

지난 10여 일 동안 벌어진 당·청 갈등과 국회·정부 대립은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한국 사회의 오늘에 대한 썩 훌륭한 은유다. 현대정치학은 파편화된 개인, 이익집단화된 정치로 멍든 21세기 초 지구촌 상황을 '통치 불능의 사회'라고 한다는데 한국이야말로 그 전형이다. 바닥을 드러낸 시민윤리가 우선 그걸 여실히 보여준다. 그들은 '절제된 자유(liberty)'보다는 '방종에 가까운 자유(freedom)'에 익숙하다. 이른바 '떼법'과 친해진 그들은 촛불 같은 초(超)헌법적 상황을 즐겨 연출해낸다. 통치 불능의 사회를 만드는 요인의 다른 하나는 일부 선동 언론인데 그들은 당·청 갈등 보도에서 균형을 잃었다. 그 통에 유승민 원내대표 등 새누리 지도부와 국회 독재의 문제점은 가려졌다. 대신 유 원내대표를 의로운 피해자로 포장하는 바람에 그 자신도 헷갈릴 판이었다.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 발언 다음 날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허리를 꺾었던 유 원내대표가 "사퇴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버티기 전략을 구사했던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번 사태의 진실은 따로 있는데, 그것도 아주 명쾌하다.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대통령이 "국회법안이 입법부 독재로 흐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던 게 핵심이 아닐까? 그동안 무능·무책임 국회에 대한 원성이 하늘을 찔렀던 걸 염두에 둔다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자연스럽다. 특히 국회선진화법 이후 여야가 함께 나눠 먹는 진흙탕 국회는 지탄받아 마땅했다. 의회는 예산을 쥐고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데, 외려 멋대로 지갑을 열어왔다. 선악(善惡) 이분법의 극한 대결에 몰두하던 그들이 어느 순간 이익집단으로 똘똘 뭉쳐 한 몸인 양 돌아간다는 걸 우리 모두가 눈치챈 지 오래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이런 야합과 탈선의 여의도 정치에 대한 포괄적 경고음이었다. 이게 분명해진 지금 유승민 원내대표가 설 땅은 없다. 새누리당이 기회주의 웰빙 세력에 불과하다는 건 더 이상 비밀이 아닌데 유 원내대표야말로 야합과 탈선 정치의 중심에 서지 않았던가? 그는 지난 4월 국회 연설에서 좌파적 경제론을 펼쳐 사람들을 당혹하게 했다. 세상을 '가진 자, 기득권 세력, 대기업 대(對) 빈곤층'으로 나누는 계급적 관점이 그러했다. 대기업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면서 막상 개혁 대상인 강성 노조에는 입도 뻥끗 안 했으니 그는 새누리당의 이념과 가치를, 아니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배신한 장본인이 맞다. 이 때문에 그의 거취 문제란 국회 독재와 새누리당 지도부가 환골탈태하는 첫발을 떼는 수순이다.

한국 사회의 혼란과 퇴행을 막는 것 역시 정치 영역의 몫인데 야합과 탈선의 정치는 외려 혼란과 퇴행을 부추겨왔다. 아니 집권 세력과 체제 수호 세력이 일치하지 않는 게 사회 혼란의 핵심이자 뿌리다. 이런 구조 때문에 대한민국 선진화라는 목표, 북핵 제거를 통한 한반도 평화라는 진짜 이슈는 언제나 가려진다. 역사 교과서 문제 해결을 질질 끌고 눈앞의 노동·연금·공기업 등 개혁도 탄력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유승민 원내대표는 조용히 그리고 빨리 물러나고, 새누리당은 체질 개선의 혹독한 단련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정부 있는 무정부 상태'를 빨리 종식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가 백의종군하며 균형 감각을 가진 정치인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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