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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공짜 보육'이 어디 있나

도깨비-1 2015. 2. 26.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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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공짜 보육'이 어디 있나

  • 입력 : 2015.01.22 03:00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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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행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김행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만약 필자에게 신혼 초로 다시 돌아가겠느냐고 물으면 단연코 '노 생큐'다. 젊음도 싫을 정도로 고생한 기억만 생생해서다. 눈에 콩깍지가 씌어 결혼은 했는데 집도 없고 돈도 없었다. 그 와중에 딸 하나를 달랑 낳았는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도무지 키울 방법이 없었다. 친정엄마에게 부탁해서 어렵게 아이 돌보미를 구했다.

    퇴근 후 부리나케 집에 돌아갔다가 기절하는 줄 알았다. 돌보미가 쏟은 라면 국물에 딸내미 넓적다리가 화상으로 짓물러 허물까지 벗겨진 것이 아닌가? 눈물 콧물 다 쏟다가 딸을 둘러업고 시집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시작된 시집살이가 지금까지다. 그러니 시어머니는 또 무슨 죄인가?

    인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어린 여자아이의 빰을 후려치는 모습을 마음이 아파 정면으로 보지 못했다. 그러니 전국이 분노의 도가니가 된 것이다. 어떻게 30년이 지났는데도 세상은 이리도 안 바뀌나?

    국가가 양질의 보육 환경을 제공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과 정부가 백가쟁명식으로 내놓고 있는 대책을 보면 한숨만 푹푹 나온다. 폭력 교사에 대한 형사처벌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CCTV 설치 의무화, 민간 어린이집의 국공립 전환, 보육교사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이 맨입으로 되나?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도대체 하겠다는 건지, 안 하겠다는 건지.

    어떻게 해야 할까? '0~5세 전면 무상 보육 정책'을 재설계하는 것이다. 가정 보육과 기관 보육,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를 융합하자는 얘기다. 우리나라같이 아침 7시 30분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 12시간을 어린이집에 맡기기만 하면 모든 비용을 국가가 지급하는 나라는 없다. 그것도 아이사랑카드를 통해 결제해 주니 쓰지 않으면 바보다. 그러니 전업주부들까지 하루 종일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이다.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는데. 그 결과 '애착장애증후군 아동'이 너무 많아졌다는 것이 현장 교사들의 증언이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스웨덴 등 육아 복지 선진국들도 0∼2세는 가정 보육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보육시설 이용률은 10% 미만이다. 우리도 0~2세는 '부모육아휴가제' 도입과 가정 보육에 대한 과감한 지원으로 아이를 물고, 핥고, 빨면서 키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보육시설이 꼭 필요한 0~2세에게는 국공립 어린이집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 현재의 국공립 어린이집으로도 10%는 보살필 수 있다.

    또 외국 사례에서 보듯 3세부터는 전업주부·취업 주부 구분 없이 하루 3시간씩 주 5일, 즉 주당 15시간 정도만 보편적 무상 보육의 혜택을 주고 나머지 추가 이용은 개인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다. 그래야 전업주부도 잠시 아이 맡기고 다른 일을 볼 수 있다. 취업 주부의 추가 비용 부담에 대해서 일정액을 세금으로 환급받을 수 있도록 선택적 복지를 적용하면 된다. 자동차 살 때처럼 기본 옵션과 추가 옵션을 나누자는 것이다. 추가 옵션이 다양해지면 부모의 선택권도 넓어져 어린이집들도 경쟁력을 갖기 위해 혈안이 되게 마련이다.

    모든 것을 국가가 해주겠다는 여야의 허황된 복지 공약으로 부모는 부모대로, 애들은 애들대로 멍들고 말았다. 전면 무상 보육 공약에 표 바꿔 먹은 우리도 부끄럽긴 마찬가지다. 세상에 '완전 공짜'가 어디 있나?

     

     

     

    * 패관잡기[] -조선 명종 권이 우리나라 각종 설화 시화 모아 해설 붙인

    * 패관 [] - 민간의 풍설이나 소문 등을 주제로 한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