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통영 티켓 다방 여성, 누가 죽였나

도깨비-1 2015. 2. 26. 23:33

패관잡기 이 카테고리의 다른 기사보기

통영 티켓 다방 여성, 누가 죽였나

입력 : 2015.02.25 03:07


 

김행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김행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누가 이 여인을 죽였나? 영희(가명)는 1990년에 태어났다. 가난한 집이었다. 세 살 때 부모가 이혼했다. 중학교에 다니다 가출했다. 열일곱 살에 임신했다. 혼인신고와 출생신고를 하고 싶어도 미성년자라서 할 수 없었다. 아버지에게 연락해 겨우 신고를 마쳤다. 그러나 남편의 폭력이 심했다. 3년을 버티다 이혼했다. 스무 살 영희는 세 살짜리 딸을 아버지에게 맡기고 고향에서 먼 통영으로 갔다. 그녀가 취직한 곳은 티켓 다방이었다. 1000만원짜리 전세방과 당장의 생활을 위해 사채를 썼다. 날마다 일수를 찍었다. 돈이 모이질 않았다. 일 년에 고작 두서너 번, 어떤 때는 30만원, 어떤 때는 50만원을 아버지에게 부쳤다.

그녀는 2013년 여름 보험을 들고 어린 딸을 상속인으로 지정했다. 매달 생활보험 12만8120원, 어린이 무배당 보험 7만2910원씩 부었다. 그렇게 1년 6개월여를 이 악물고 버텼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25일 성매매 단속에 걸렸다. 단속 경찰을 피하려다 6층 모텔에서 추락, 사망했다. 이 여인이 남긴 것은 전세 보증금과 보험금 및 약간의 통장 잔고, 그리고 사채 빚이었다.

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에 그녀의 어린 딸 순이(가명)를 만나러 갔다. 순이는 '사랑의 집짓기'에서 지어준 집에서 외할아버지와 둘이 살고 있었다. 정오가 다 됐는데 아침밥도 못 먹었다고 했다. 유일한 보호자인 외할아버지는 인공 고관절로 허리를 지탱하는 장애인이었다. 그는 "딸의 직업을 눈치챘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며 "외손녀의 법정후견인으로 지정되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연락도 안 되는 친부(親父) 때문에 친권(親權)이 없어 보험금도, 예금도 찾을 수 없다. 사채 빚 독촉 때문에 걱정"이라고 한숨을 토했다.

이 절대 빈곤 가정엔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는 논쟁조차 무의미하다. 어느 쪽으로 결정되어도 영희의 사망 전이나 후나 국가로부터 받는 돈은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인 지원금 등을 합해 한 달에 40여만원 남짓으로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왜? 턱없이 낮은 최저생계비 책정과 호적에만 올라 가공(架空)의 소득을 발생시키는 부양 의무자 등 불합리한 선정 기준 때문이다.

해답은 생활 유지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립을 지원하는 공공부조(公共扶助)를 획기적으로 확대·강화하는 것이다. 현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150만명 수준, 공공부조 규모는 GDP 대비 1.4%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제 추정되는 절대 빈곤 계층은 400만명에 이른다. 반면 4대 보험과 공무원·군인·사학연금을 합친 사회보험 지출은 2013년 GDP의 9.8%이고, 2060년에는 27.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부분의 절대 빈곤 계층이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 얼마나 심각한 복지 불균형인가?

통영 티켓 다방 여종업원 사망엔 한부모 가정, 장애인 가정, 가출, 학교 밖 청소년, 미성년자 임신, 가정 폭력, 성매매 여성, 조손(祖孫) 가정, 빈곤 노인 등 온갖 가난의 문제가 다 들어 있다. 주위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이어졌지만 그때마다 국가는 제때 손을 내밀지 못했다. '사회적 타살'인 영희의 죽음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