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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 健保 편법 이용… 보험료 900억 샌다

도깨비-1 2015. 3. 5. 14:08

외국인 근로자 健保 편법 이용… 보험료 900억 샌다

  • 정철환 기자
  • 이지혜 기자
  •  

    입력 : 2011.07.27 03:05 | 수정 : 2011.07.27 09:06 / 조선일보

    전체 64%인 80만명, 의료보험 사각지대에… 동료·고용주 이름으로 진료
    98년 의료보험 통합 후 환자 신원 확인 의무 없어져 타인명의 진료 막기 힘들어
    "외국인 인권 차원에서 의료 제공 시스템 갖춰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주방 보조로 일하고 있는 중국 국적의 A씨는 몸이 아파도 쉽게 병원을 찾지 못한다. 관광 비자로 입국해 2년째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불법 체류자 신분이라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 보니 병원에 가면 약값을 포함해 5만원 이상 돈이 든다. 그래서 병원을 꼭 가야 할 때는 식당 사장 이름을 대고 진료를 받는다. A씨는 "특별히 환자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진료와 약에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 체류 중인 외국인 상당수가 이렇게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편법으로 의료기관을 이용하면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은 26일 국내 거주 외국인(행정안전부 집계 126만명) 중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외국인은 전체의 36%인 45만7000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외국인 근로자 健保 편법 이용… 보험료 900억 샌다

    20만명에 육박하는 불법 체류자와 국적은 외국인데 국내에서 생활하고 있는 교포 등 나머지 약 80만명의 외국인은 질병에 걸려도 건강보험 없이 병·의원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을 경우 5~10배에 이르는 진료비를 내야 한다.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인 3명 중 2명은 의료 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내국인이나 다른 외국인 명의를 빌려 편·불법으로 병·의원을 이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건강보험관리공단 관계자는 말했다. 국내 외국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교포들은 국내에 거주하는 친척이나 직장 동료, 고용주 명의로 진료를 받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 등에서 입수한 타인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진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1998년 의료보험 통합 이후 의료기관이 환자의 신원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의무가 사실상 없어졌기 때문에 현재 제도로는 타인 명의로 받는 편법 진료를 막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러한 편법 진료로 내국인에게 전가되는 건강보험료는 연간 9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외국인의 의료문제는 단순히 무임 승차문제로만 따지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국내 서비스업이나 제조업에서 주로 일하는 중국·동남아 출신 외국인들의 의료문제는 다문화 포용정책이나 외국인 인권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권용진 교수(의료정책)는 "국내 거주 외국인들을 건강보험에 일괄 가입시키는 것은 무리이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일정 부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국인과 외모 차이가 확연한 동남아 출신 불법 체류 외국인들은 남의 명의로 진료를 받는 것도 어려워 선교단체나 시민단체에서 운영하는 의료 봉사단의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다.

     

     

     

    [전문기자 칼럼] 국민건강보험에 무임승차하는 外國人 환자들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논설위원
  •  

    입력 : 2015.02.24 03:00 /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논설위원 사진
                 김철중 의학전문기자·논설위원

    최근 국내 유명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몽골에서 간경화 환자가 생체 간 이식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환자는 간 절반을 내어줄 가족도 데리고 입국했다. 해당 병원에서는 진료비 규모가 2억원가량 나오는 해외 환자를 유치한 셈이다. 몽골 환자와 가족은 간 이식 수술이 가능한지 CT와 각종 정밀 검사를 받으며 국내에 체류했다. 간 이식 수술을 받았고, 환자의 건강 상태도 좋아졌다. 하지만 진료비를 중간 정산해야 할 시점에 이들은 치료비 지급을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다 수개월이 지나자 국민건강보험증을 가지고 나타났다. 취업이나 장기연수로 3개월 이상 국내에 체류하는 신분이 되면 국민건강보험 가입 자격이 있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병원 측은 분명히 브로커가 끼었을 것이라고 의심했지만 수사권이 없어 더는 캐물을 수 없었다. 이 몽골 환자는 그동안 밀린 진료비를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전체의 10~20%만 냈다. 나머지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지불한다. 병원 직원은 "우리는 건강보험료를 세금처럼 생각하고 내는데 이렇게 해외 환자들이 무임승차하니 화가 난다"고 했다.

    한 의대 교수가 들려준 다른 이야기다. 우리나라와 사는 수준이 비슷한 국가의 대학생이 한국에 유학 왔다. 이 학생은 자기 나라에서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이 사실을 대학에 알리지 않고 유학생 비자를 받아 입국하여 국민건강보험 자격을 취득했다. 유학생은 입학 또는 재학증명서만 있으면 즉시 가입된다. 그리고는 대학병원에서 고가의 항암 치료를 받았다. 암 환자 산정 특례를 받아 진료비의 5%만 냈다. 요즘 대학병원 해외 환자 진료 파트는 암 치료를 받는 외국 환자가 어느 날 한국 건강보험증을 취득하고 와서 암 치료를 이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한국에 취업하는 중국 동포들은 중국에 있는 자식에게 큰 병이 생기면 자신의 국민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록시켜 국내 병원에서 치료받게 하기도 한다. 한국어가 능숙한 불법 체류 동포들은 국내 지인의 건강보험 가입증을 이용하여 지병을 치료받는 경우도 있다. 한 대학병원에서 2000만원이 드는 심장 인공판막 수술을 받은 환자가 알고 보니 건강보험증을 도용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네이버의 지식인 검색 창에는 "외국인 친구가 있는데 국내 건강보험 가입되나요?"라는 질문이 가끔 올라온다. 그러면 "'쪽지'(당사자끼리만 알 수 있는 교신 방법)로 연락드리겠다"는 답변이 붙는다. 국내 건강보험 가입을 알선하는 브로커라는 냄새가 짙다. 외국인 이주 노동자 알선 단체나 회사들이 이런 편법을 저지르고 건강보험으로 감면되는 진료비 차액 일부를 알선료로 받는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요즘 우리는 한 해 20만명의 해외 환자를 유치하여 경제 수익도 올리고 고용도 창출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알토란 같은 국민건강보험이 외국인 환자들의 무임승차로 질질 새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당한 신분으로 국내에 취업했거나 유학 와서 질병이 생기면 당연히 건강보험으로 진료받게 해야 한다. 하지만 편법·불법 무임승차는 강력히 제지해야 한다. 이것도 못 하면서 백날 해외 환자를 유치해야 한다고 말해 봐야 헛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