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나라 망가뜨리기로 작심한 사람들
입력 : 2015.02.02 03:00
-
- 지해범 동북아시아연구소장
참모총장뿐만이 아니다. 그에게 뇌물을 준 기업 측 로비스트는 전직 해군작전사령관(중장)이었다. 그의 연금액 역시 월 430만원에 이른다. 공군 중장으로 예편한 또 다른 장성은 민간 방위사업체에 취직해 예비역 중사 밑에서 일하면서 전투기 정비 대금 240억원을 빼돌리는 데 앞장섰다.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엮여 나오는 방산 비리의 공통점은, 국가 안보야 어떻게 되든 '높은 자리' 있을 때 상관과 부하가 한통속이 되어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을 최대한 빼돌리려 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서 돈 있고 권력 있고 많이 배운 사람이 모인 조직일수록 끼리끼리 뭉쳐 더 큰 이익을 챙기려는 풍조가 강해지고 있다. 여의도 국회가 바로 그런 곳이다.
18대 의원들은 '한번 의원(18대까지)이면 영원한 연금(65세 이상부터 매월 120만원) 수혜자'란 법을 만들어 '세금 빼먹기'에 담합했다. 19대 의원들은 겸직 의원에 대한 징계를 미뤄 최대한 돈을 챙기도록 봐주고 있다. 이들에게 양심이나 도덕, 애국심, 청빈 같은 가치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지 오래된 쉰 음식이나 다름없다.
새누리당 송광호(제천·단양) 박윤옥(비례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민홍철(김해갑) 서영교(서울 중랑갑) 백군기(비례대표) 의원 등은 아들이나 딸, 동생, 친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하고도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국회의원직을 개인 기업쯤으로 여겨 전문성 대신 핏줄로 보좌진을 뽑아 법이 부여한 특권과 6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누리게 했다. 이들에게 '13월의 세금 폭탄(연말정산)'을 맞은 보통 사람들의 고통은 '딴 나라 얘기'일 뿐이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나라야 망가지든 말든, 좋은 자리 있을 때 최대한 내 몫을 챙겨 떠나겠다는 '먹튀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에 퍼지고 있다. 군부와 국회뿐만이 아니다. 청와대는 대통령 임기 동안 한몫 잡으려는 '정치 철새'들로 북적인다.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 각종 단체·협회는 업무의 기본도 모른 채 고액 연봉과 고급 승용차만 누리다 떠나는 '낙하산'들의 놀이터가 됐다.
제대로 검증받지 않고 감시받지 않는 '무책임한 책임자'들이 국가 핵심 조직에 넘친다. 이들은 '남들이 다 해먹는데 나만 못 해먹으면 바보' '나 하나쯤 농땡이 쳐도 나라는 굴러간다' '오로지 표(票)만이 최고 가치'라고 믿는다. 이들이 활개 치는 사회에서 청년 세대가 희망을 찾기는 어렵다. 국민 합의로 미래 비전을 만들어내는 일도 불가능하다. 나라 망가뜨리기로 작심한 이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명 칼럼 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물상] '졸혼(卒婚)' (0) | 2016.05.13 |
---|---|
[양상훈 칼럼] 대통령은 안 가도 우리가 알아야 할 역사 (0) | 2015.05.07 |
[朝鮮칼럼 The Column] 대통령의 현문우답(賢問愚答) (0) | 2015.02.02 |
[글로벌포커스] 선진국의 조건, 위기를 견디는 능력 (0) | 2014.12.02 |
판교 환풍구 사고 사상자 中·高生은 없었다 (0) | 2014.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