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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환풍구 사고 사상자 中·高生은 없었다

도깨비-1 2014. 10. 2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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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환풍구 사고 사상자 中·高生은 없었다

言論 기반은 사실성·정확성인데 영향력·명성 지닌 손석희 앵커
未확인 피해자 신분 誤報하고 서태지 인터뷰선 상대방 극존대
情報 質 중요한 정보 과잉 시대 '언론은 무엇인가' 성찰 있어야


입력 : 2014.10.27 05:33/ 조선일보

 

언론학 교수를 포함, 언론계에 한때 몸담았던 몇몇 인사들에게 최근 물었다. "손석희 진행자가 언론인입니까?" 돌아온 답변은 대략 이랬다. "역할은(이 부분 강조) 언론인이다." "언론인이 아닌 것 같다." "아나운서 아닌가?" "처음엔 아니었다가 지금은 언론인이 되었다." 어떤 이는 "그에게는 기자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손석희라면 각종 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반열에 늘 오르내리는 간판 진행자 아니던가. 한국참언론인대상, 한국아나운서대상, 연기대상 라디오부문 최우수상 수상자이며, 대한민국영상제전 포토제닉상까지 받은 그의 '정체'를 새삼 탐색해 본 이유는 최근 몇 가지 보도에 대한 의문점 때문이다.

얼마 전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참사를 보도하며 그는 "환풍구가 붕괴하면서 25명이 추락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대부분이 안타깝게도 또 학생이었는데요…"라고 일보를 전했다. 현장 기자를 연결한 그는 "사망자가 대부분 학생 맞습니까?"라고 질문했고, 이윽고 35세 남성이 첫 사망자 신원으로 밝혀지자 "예? 당초에 이야기가 나온 것은 대부분 학생이라는 것으로…"라고 했다. '당초'란 대체 언제이며, 학생이라는 소식은 누가 확인해준 것일까. 비슷한 시각 다른 방송사 뉴스는 학생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사상자 신원이 모두 밝혀진 지금 추락한 인원은 27명이며, 사망자는 16명, 그중 가장 나이가 어린 사람은 20세 여성으로, 고등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손석희 진행자는 가수 서태지를 인터뷰했다. 그는 마흔을 갓 넘긴 인터뷰이에게 "나와 주셨습니다" "처음이실 것 같은데" "모시게 되었습니다" "저도 영광입니다" "20대 때 은퇴하셨잖아요" "말이 짧으시면 어떨까 걱정했는데" 등등 존칭을 이어가며 대담을 이어갔고, 인터뷰가 끝난 후 공식 트위터에 인증샷을 공개했다. 인터뷰란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대신 해주는 공적 만남임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따라서 인터뷰 상대에 대한 극존칭이나 친분 과시는 전체 시청자의 연령과 입장을 고려해 가급적 삼가는 편이 좋다.

기자 혹은 언론인이 무슨 자격증이 있는 직업은 아니다. 그들이 특별하고 소중한 이유는 떠다니는 소문을 확인해 뉴스를 가려내고, 의제를 설정하며, 건전한 여론을 형성해 궁극적으로 민주주의 실현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의 출발은 정확한 보도와 사실 확인이다. 분초를 다투는 보도에서 오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손석희쯤 되는 스타급 앵커라면 소문의 바다에서 확인된 사실만 뉴스로 갈무리해야 할 책임이 막중하다. 그가 진행하는 뉴스 프로그램의 하루 시청자가 24만명에 달하고, 동영상 조회 수가 SBS보다 3.5배, MBC보다 20배 앞선다고 하니 더욱 그렇다.

디지털 기술로 매체가 융합하는 요즘에는 저널리즘도 다양한 형태로 진화 발전해 신문과 방송이 합쳐지고, 라디오와 TV가 손잡으며, 인터넷과 종이가 화합해 끊임없이 뉴스를 쏟아낸다. 그러다 보니 '뉴스인 듯 뉴스 아닌 뉴스 같은' 소식들을 전하는 '유사(類似)저널리즘'과 그사이에서 각종 '하이브리드 저널리스트'들이 맹활약한다.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은 이런 추세를 더욱 부채질한다. 9월 말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미디어정책과에 등록된 인터넷 신문사는 뉴스 서비스 포함해 5720개에 달하고 매년 폭발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 그러다 보니 뉴스의 품질을 유지하기 어려워 지난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접수된 2433건의 중재 신청 건수 중 인터넷상의 뉴스가 62%(1499건)를 차지했다.

혼탁한 정보의 시대에 '진짜 언론인'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이 쓴 '저널리즘의 기본 요소'는 "언론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에 대한 명쾌한 접근이 돋보이는 책이다. 언론인의 숨소리를 느껴보고 싶다면 새뮤얼 프리드먼의 '젊은 언론인에게 주는 편지'를 읽어보라. 30년 넘게 현장에서 삭혀진 늙은 기자의 귀한 조언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기사 작성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싶다면 멜빈 멘처 교수의 '뉴스 리포팅과 라이팅'이나 미주리그룹이 쓴 같은 제목의 교과서를 탐독해 볼 것을 권한다. 서구 자유주의 언론 모델에 기초한 언론의 전문성이 어떤 과정을 통해 다듬어지고 전수되는지 엿볼 수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정보 과잉 시대일수록 정확한 정보의 질은 더욱 올라간다고 했다. 비슷한 것들이 넘쳐날수록 사람들은 '진짜'를 찾는다. 방송 진행자로 명성을 얻기는 쉽지만 언론인으로서 존경받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명성과 존경을 두루 갖춘 사람이라면 그만큼 책임도 무거울 것이다. 손석희 진행자도 예외가 아니다. 숱한 방송인들이 정치계로 발길을 돌릴 때 그래도 줏대 있게 방송국을 지켜온 그에게 언젠가 '언론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특강을 요청하고 싶다. 아직은 그때가 아닌 것 같다.

박성희 |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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