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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민 증세’ 아니라 궤변 말고 ‘보편 증세’ 논의를

도깨비-1 2014. 10. 2. 13:26

[사설] ‘서민 증세’ 아니라 궤변 말고 ‘보편 증세’ 논의를

등록 : 2014.09.17 19:48 수정 : 2014.09.17 23:33/한겨레

 

최근 정부가 발표한 담뱃값 인상안 등으로 ‘서민 증세’ 논란이 뜨겁게 일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적극 진화에 나섰다. 최 부총리는 16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담뱃값 인상안은 세수 목적이 아니라 철저하게 국민 건강을 고려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주민세와 영업용 자동차세 인상도 “복지 지출 때문에 어려워진 지방자치단체들의 강력한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런 세금 인상을 두고 박근혜 정부가 증세 정책으로 전환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오해다”라고 강변했다. 도무지 수긍할 수 없는 군색한 논리다.

최 부총리는 한발 더 나아가 “세금을 올리는 것은 위축된 한국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며 증세 불가론까지 폈다. 요컨대 박근혜 정부가 세수 증대를 목적으로 한 세제개편은 추진하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궤변에 가깝다. 최 부총리의 주장은 기획재정부 핵심 관계자의 최근 발언과도 어긋난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12일 기자들에게 담뱃값 인상 등과 관련해 “증세가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조세정책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당국자가 사실상 증세 효과를 시인한 것이다. 최근 일련의 세제개편안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는 정부가 곧 국회에 제출할 내년 예산안에도 반영되어 있다. 증세 효과는 있는데 증세가 아닌 것은 어떤 경우인가?

더구나 정부의 잇단 증세안은 원칙과 기준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사고 있다. 무엇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담뱃세 등은 모두 소득이 많건 적건 누구나 똑같은 세금을 내야 하는 간접세여서 역진성이 강하다는 게 문제다. 간접세 비중이 커지면 조세의 형평성과 소득 재분배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가뜩이나 조세의 재분배 기능이 다른 선진국보다 떨어져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늘어나는 복지 수요에 대응하면서 재정 기반을 튼튼히 하려면 기본적으로 증세는 필요하다. 그러나 원칙과 기준이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세금을 늘리는 것은 곤란하다. 특히 변칙적이고 우회적인 간접세 위주의 증세는, 이명박 정부의 부자 감세에서 비롯된 재정여건의 악화를 서민과 중산층에 부담시키는 꼴이 된다. 지금부터라도 소득세나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조세체계 전반의 개편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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