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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증세 논란’ 사설 비교해보기

도깨비-1 2014. 10. 2. 13:24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증세 논란’ 사설 비교해보기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등록 : 2014.09.29 19:42 수정 : 2014.09.29 20:55/ 한겨레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10월 7일에는 ‘공무원 연금 개혁’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한겨레 사설] ‘서민 증세’ 아니라 궤변 말고 ‘보편 증세’ 논의를

최근 정부가 발표한 담뱃값 인상안 등으로 ‘서민 증세’ 논란이 뜨겁게 일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적극 진화에 나섰다. 최 부총리는 16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담뱃값 인상안은 세수 목적이 아니라 철저하게 국민 건강을 고려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주민세와 영업용 자동차세 인상도 “복지 지출 때문에 어려워진 지방자치단체들의 강력한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런 세금 인상을 두고 박근혜 정부가 증세 정책으로 전환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오해다”라고 강변했다. 도무지 수긍할 수 없는 군색한 논리다.

최 부총리는 한발 더 나아가 “세금을 올리는 것은 위축된 한국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며 증세 불가론까지 폈다. 요컨대 박근혜 정부가 세수 증대를 목적으로 한 세제개편은 추진하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궤변에 가깝다. 최 부총리의 주장은 기획재정부 핵심 관계자의 최근 발언과도 어긋난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12일 기자들에게 담뱃값 인상 등과 관련해 “증세가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조세정책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당국자가 사실상 증세 효과를 시인한 것이다. 최근 일련의 세제개편안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는 정부가 곧 국회에 제출할 내년 예산안에도 반영되어 있다. 증세 효과는 있는데 증세가 아닌 것은 어떤 경우인가?

더구나 정부의 잇단 증세안은 원칙과 기준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사고 있다. 무엇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담뱃세 등은 모두 소득이 많건 적건 누구나 똑같은 세금을 내야 하는 간접세여서 역진성이 강하다는 게 문제다. 간접세 비중이 커지면 조세의 형평성과 소득 재분배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가뜩이나 조세의 재분배 기능이 다른 선진국보다 떨어져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늘어나는 복지 수요에 대응하면서 재정 기반을 튼튼히 하려면 기본적으로 증세는 필요하다. 그러나 원칙과 기준이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세금을 늘리는 것은 곤란하다. 특히 변칙적이고 우회적인 간접세 위주의 증세는, 이명박 정부의 부자 감세에서 비롯된 재정여건의 악화를 서민과 중산층에 부담시키는 꼴이 된다. 지금부터라도 소득세나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조세체계 전반의 개편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중앙일보 사설]복지비 재원 마련 방안 공론화하라

정부가 대대적인 지방세 인상에 나섰다. 안전행정부가 지난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주민세와 자동차세·지역자원시설세 등을 지금의 두 배까지 올리겠다는 지방세제 개편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여기다 현재 23%에 이르는 각종 지방세 감면율을 국세 감면율인 14% 수준으로 낮춰 지방세수를 늘리겠다는 복안도 내놨다. 이렇게 해서 지방세로 대략 1조4000억원쯤을 더 걷을 계획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가 담배에 물리는 각종 세금을 올리거나 신설해 2조8000억원을 더 걷기로 한 데 이어 증세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과 함께 ‘증세(增稅)’ 없이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었다. 정부의 해석에 따르면 여기서 증세란 기존 국세세목의 세율 인상만을 의미한다. 담배에 특별소비세를 신설한다든지, 지방세를 올리는 것은 증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선 어떤 식으로든 세금을 더 낸다면 그것이 곧 증세다. 문제는 증세에 대한 편협한 해석을 내세워 편법으로 이런저런 세금을 찔끔찔끔 더 걷는 식으로는 늘어난 복지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다는 점이다.

‘증세 없는 세수 확충’이란 박근혜 정부의 복지재원 마련 구상은 첫해부터 어긋났다. 지하경제 양성화와 각종 비과세·감면 정비를 통해 세수를 늘리겠다고 했으나 실제 징수액은 지난해 목표액(270조원)보다 15조원이나 모자랐다. 올해도 10조원 이상 부족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 판에 지난해부터 무상보육비가 지급되기 시작했고 올해는 기초연금이 새로 도입돼 복지지출 소요는 세수와 관계없이 또박또박 늘어나고 있다. 그러자 재정 기반이 취약한 지방정부부터 두 손을 들기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난해 무상보육비 분담분을 못 내겠다고 나가떨어진 데 이어 올해는 기초연금 분담금을 마련할 길이 없다며 ‘복지 디폴트(지급 중단)’ 가능성마저 내비쳤다. 정부의 지방세 인상 계획은 다분히 이 같은 지방정부의 요구를 감안해 마련됐다는 혐의가 짙다. 국세 증세 대신 지방세 인상으로 복지지출 증가분을 충당하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편법 증세에도 불구하고 날로 늘어나는 복지재원을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이제는 복지지출 증가속도와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복지비를 지금처럼 계속 늘려갈 것인지, 늘린다면 그 재원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를 국민에게 다시금 물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국민이 세금을 더 못 내겠다면 복지를 더 늘릴 수 없는 것이고, 복지를 늘리려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점을 국민에게 솔직히 털어놓고 답을 구하라는 것이다. ‘증세 없다’는 공허한 구두선에만 매달려 얼렁뚱땅 세금을 올릴 게 아니라 복지지출과 재원부담 방안을 공론화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조세정의에 기반해야”…중앙 “복지비 재원 재검토를”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지난 11일 정부는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리겠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였다. 이는 증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담뱃값을 올리면 2조8300억원 정도 세수가 늘어난다. 하지만 담배 피우는 서민은 앞으로 9억원대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의 재산세만큼 담뱃세를 내야 한단다. ‘서민 증세’라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지난 15일에는 안전행정부가 ‘2014 지방세제 개편방안’을 내놓았다. 주민세와 자동차세, 발전용수 및 지하수 등에 부과되는 지역자원시설세 등을 대폭 인상한다는 내용이다. 세금 느는 것을 달가워할 사람은 없다. 그래서인지 정부에서는 “증세가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친다. 금연을 유도하고 물가 등을 반영해서 지방세를 조정했을 뿐, 증세는 아니라는 거다. 증세 효과는 있지만 세금을 올리지는 않았다고 하는 희한한 논리다.

정부의 처지가 딱하기는 하다. 재정수지는 2008년 이후 언제나 적자였다.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세수는 줄고 복지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현실은 지방정부들이 ‘복지 디폴트’를 선언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로서는 어떻게든 세금을 더 많이 걷어야 하는 처지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한겨레와 중앙은 공감하는 태도를 보인다. 한겨레는 “늘어나는 복지 수요에 대응하면서 재정 기반을 튼튼하게 하려면 기본적으로 증세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앙은 또한 “복지 지출 증가속도와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두 사설 모두 증세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셈이다.

두 신문은 지금의 ‘증세 방법’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로 비판한다. 중앙은 “세금을 찔끔찔끔 더 걷는 식으로는 늘어난 복지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한겨레는 “담뱃세 등은 모두 소득이 많건 적건 누구나 똑같이 세금을 내야 하는 간접세여서 역진성이 강”할뿐더러 우리나라는 가뜩이나 조세의 재분배 기능이 다른 선진국보다 떨어져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걱정한다.

중앙이 복지 예산 확보가 가능한지를 문제 삼는다면, 한겨레는 ‘조세 정의’를 앞세우는 셈이다. 강조점이 서로 다른 만큼 두 사설이 내놓는 해법 또한 차이가 있다. 각각의 주장을 살펴보자.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한겨레는 “간접세 위주의 증세는 이명박 정부의 부자 감세에서 비롯된 재정여건의 악화를 서민과 중산층에 부담시키는 꼴”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이는 지금의 정책이 “명백한 서민 증세”라는 야권의 주장과도 맥이 통한다. 소득세와 법인세 등 직접세는 부자일수록 더 많이 내야 하는 세금이다. 지난 정부는 경제 살리기를 이유로 이런 세금의 부담을 많이 낮추어 놓았다. 하지만 결과는 별로 좋지 못했다. 경제가 살아나기보다 빈부격차만 심해졌을 뿐이다. “원칙과 기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세금을 늘리는 것은 곤란”하다는 한겨레의 주장은 ‘서민 증세’에 앞서 ‘부자 감세’부터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반면 중앙은 복지비를 지금처럼 계속 늘려갈 것인지, 늘린다면 그 재원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복지를 늘리려면 세금을 더 내야한다는 점을 국민에게 솔직히 털어놓고 답을 구하라”고 충고한다. 지금의 복지 재정 위기는 어려운 사람들만 돕는 ‘선별적 복지’에서 모든 이들이 혜택을 받게 하는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면서 불거진 문제다. 무상교육, 무상보육비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다.

내가 낸 세금의 혜택이 나에게 돌아올 때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내가 낸 세금이 나에게 별다른 이익을 주지 못할 때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보편적 복지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그 재원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를 먼저 논의하고 합의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돈이 없으면 복지도 불가능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복지와 조세의 수준은 국민대타협위원회를 통해 여론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로서도 중앙의 제안대로 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복지를 둘러싼 논쟁은 ‘보편적 복지’에서 ‘복지 증세’를 논하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두 사설은 복지재원 확보와 조세정의를 놓고 벌어지는 우리 사회의 논란을 잘 짚어준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담뱃값 인상과 증세 논란

정부는 지난 11일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부의 예상대로라면 담뱃값이 오르면 세수는 2조8300억원 가량 늘어난다. 1조600억원 규모의 개별소비세(국세)도 새롭게 만든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명백한 서민 증세”라고 반발하며, “서민 주머니에서 세금을 빼낼 것이 아니라 부자 감세를 철회해 곳간을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정부는 “담뱃값이 세계에서 가장 낮고 흡연율은 세계 최고인데 이것을 방관해야 하느냐”며 “담뱃값 인상으로 들어오는 수입의 상당 부분은 금연 정책에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수 목적으로 담뱃값을 올린 것이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최고 수준인 흡연율을 끌어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뜻이다. 나아가, 정부는 소득세와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부분 국가들이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법인세 세율을 낮추고 있”으며, “소득세 최고 세율도 세계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증세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소득세를 포함한 직접세의 비중이 낮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세금을 더 내는 직접세는 소득 불평등 개선 효과가 크다. 하지만 이런 세금들은 개개인에게 직접 돈을 걷어야 하므로 만만치 않은 ‘조세 저항’에 부딪히곤 한다. 그래서 역대 정부는 손쉽게 걷을 수 있는 간접세를 올리는 방법으로 세수를 메우곤 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똑같은 금액을 걷는 간접세는 서민층일수록 부담이 더 크다. 담뱃값 인상을 둘러싼 ‘서민 증세’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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