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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선과 이인호

도깨비-1 2014. 11. 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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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선과 이인호

단호하게 逆攻 펼친 이인호 KBS 이사장, 의원에게 生活 정치 가르친 배우 김부선
재미도 관심도 없던 國監서 주목받은 건 攻守가 뻔히 갈렸던 국감 관행 깼기 때문

 

입력 : 2014.11.01 07:32/ 강인선 주말뉴스부장 / 조선일보

 

평소 정치는 물론 국정감사에는 더더욱 관심 없던 이들이 이번 국감에서 관심을 보인 인물이 있다. 영화배우 김부선씨와 이인호 KBS 이사장이다.
스타도 없고 폭로도 없어 밋밋했다는 이번 국감에선 이들이 스타였다. 두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다. 여성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공통점도 없다. 그런데 왜 유독 이 두 사람이 주목받았을까.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던 어떤 룰을 무시하거나 뛰어넘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난방투사'란 별명까지 얻은 배우 김부선씨. 국감장에 등장한 그는 배우답게 모든 면에서 튀었다.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툭 터놓고 말했다. "미혼모로 살면서 난생처음 내 집 마련을 했는데 첫해 겨울 난방비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나왔다."
그가 아파트 난방 비리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지극히 사적이었다. 거창한 명분이나 논리 같은 것은 갖다붙이지 않았다. 자신이 억울하고 분했던 사연을 말하다 보니 그게 국회의원들에게 생활 정치를 한 수 가르친 결과가 됐다. 그는 국감장을 나오면서는 "다시는 이런 일로 국회에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며 울었다.

이인호 KBS 이사장은 다른 의미에서 튀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지난달KBS 국정감사에서 이 이사장은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사장 선임 과정과 관련, "마음의 결정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부 언론이 저에 대해 부당한 공격을 하는 걸 보고 이사장을 맡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우리가 아는 어떤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인도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구 선생에 대해선 "독립운동가로서 매우 훌륭하시지만 48년 대한민국 독립(단독 정부 수립)에 반대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공로자로서 거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이런 발언이 시끄러운 논란을 불러오리라는 것쯤은 당연히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개 석상에서 사상이나 이념 같은 것을 두루뭉술하게 표현해서 이쪽저쪽으로부터 다 공격받지 않도록 처신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의 태도는 단호했고 공격적이었다. 일부에서는 "국감장이었는데 기관장으로서가 아니라 역사학자나 개인으로 대답한 것 같다"고 했다.

국감장에 불려나오는 장관이나 기관장들은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하게 말하고 행동한다. 그들만의 룰, 정답이 있다. 일단 공손해 보인다. 예외가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알겠습니다" "검토하겠습니다"로 '방어'한다. 큰 틀은 늘 비슷하다. 국회는 호통을 맡고, 행정부는 '예, 예' 하는 역할을 맡는다.
여야는 이번 국정감사에 대해 민생 현안을 다룬 정책 국감이었다고 자평하는 모양이다. 재미도 없었고 국민적 관심도 못 끌었던 국감이란 고백처럼 들린다.
국감장의 이인호 이사장과 김부선씨가 보여준 발언과 태도는 '거침없는 하이킥'이었다. 정부나 정가 사정에 밝은 사람들이야 국회를 몰라도 너무 몰라서 나온 돌출 행동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중요한 건 국민들이 그들의 말에 귀 기울였다는 점이다. 게임의 룰을 몰랐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던 셈이다.
원칙 무시하고 막가자는 얘기가 아니다. 이들의 전략 아닌 전략이 먹힌 지점을 잘 살펴보자는 것이다. 기업이나 정부에 고위직 여성 할당제를 도입하고, 다문화 가정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조직에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은 다양성을 도입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외부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정답'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것이기도 하다. '무능'과 '불신'으로 외면당하는 정치인들도 이렇게 생각하면 한 수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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