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乙도 편 갈라서 눈물 닦아주는 野黨

도깨비-1 2014. 10. 21. 11:07
  • 乙도 편 갈라서 눈물 닦아주는 野黨

    • 입력 : 2014.10.17 05:27 / 조선일보
       
      강경희 사회정책부장

      얼마 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입주민의 폭언에 시달리던 경비원이 분신자살을 기도했다. 이 경비원은 한 70대 입주민에게 상습적으로 인격 모독을 당했고, 심지어 입주민이 아파트 5층에서 던진 음식을 받아먹어야 했다는 경악스러운 증언도 동료 경비원에게서 나왔다. 사회적 약자를 함부로 대하고 모욕적 언행을 서슴지 않는 건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한 몰지각한 '갑(甲)질'이 분명하다.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은 경비원 이모씨는 여러 차례 대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치료비와 생계가 막막해 사회적 관심과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한다. 뉴스를 접한 시민들이 분노했듯 정치권도 딱한 사연에 손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새누리당 이군현 사무총장과 이한성 인권위원장이 사건 발생 일주일 만인 14일 병문안을 다녀왔고, 15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의 우원식 위원장과 홍익표 의원이 병원을 다녀왔다. 을지로위원회는 이씨 돕는 데만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경비노동자들의 고충을 파악하고 제도적 개선책을 내놓도록 촉구하겠다고 했다.

      불행 중 다행이다 싶고 정치인들이 모처럼 할 일 한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을지로위원회가 '경비노동자도 똑같은 인간입니다'라는 플래카드까지 내걸고 거창하게 움직이는 게 100% 정의롭게만은 보이지 않아 마음이 불편했다. 불과 한 달 전, "내가 누군지 알아?" 하면서 갑질한 이들 때문에 또 다른 사회적 약자인 대리기사가 황당하게 집단 폭행을 당했을 때 을지로위원회는 입 다물고 있었다. 같은 당 김현 의원과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 대표들이 대리기사 집단 폭행 사건에 연루된 것은 9월 17일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는 '수퍼갑(甲)들의 횡포로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린 을(乙)들의 고통과 연대하고 피해를 구제하고, 을 살리기 입법을 추진하고, 우리 사회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지난해 출범했다. 경비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나선 것처럼 지난해에는 '대리기사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실태 조사도 벌였고 간담회도 했다.

      대리기사나 경비원은 저임금 근로에 감정노동이 심한 대표적인 '을' 직종이다. 모욕적인 갑질을 못 견딘 경비원은 자해(自害)했고, 갑들한테 굽실거리지 않은 대리기사는 집단 폭행을 당했다. 그런데 '갑'이 누구냐에 따라 어떤 을의 눈물은 닦아주고 어떤 을은 외면하면 '을 지키는 을지로위원회'가 아니라 갑 따라 달라지는 '갑대로위원회'로 불러야 마땅하다. 이런 '멋대로 정의감' 갖고 국민 마음을 얻기는 정말 힘들다.

      엊그제 낸 보도자료에서 을지로위원회는 "경비노동자 등 감시단속적 노동자,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인권을 지켜주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라고 했다. 이 을지로위원회의 '의무'에서 쏙 빠진 대리기사 이모씨의 인권은 사건 당시도 그랬듯 상식 있는 시민이 지켜줘야 할 것 같다. 그의 근황이 궁금한 독자도 있을 것 같아 지면을 빌려 전한다. 전치 4주 진단받고 입원했던 대리기사 이씨는 엊그제 퇴원했고, 다음 주부터 다시 일을 나갈 것이라고 한다. 시민들이 모아준 돈으로 치료받았고, 남은 돈은 곧 기부처를 정해 자신을 도와줬던 목격자들 공동 명의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쓰겠다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