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edia.daum.net/v/20140503033506632
■ 재난정보미디어포럼 이연 회장
정확성보다는 속보에만 집착 긴급상황 시 대처법 등은 찔끔
피해자들 인권도 뒷전으로
가이드라인 없어 과열경쟁·혼선 매체별 준칙 마련 교육 강화 필요
SNS 진위검증도 언론의 역할
'한국 언론은 세월호와 함께 침몰했다.'
언론이 세월호 참사 보도로 뭇매를 맞고 있다. 집단 오보, 부적절한 인터뷰, 지나친 속보 경쟁, 피해자 인권 외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 등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재난재해보도만큼은 달라져야 한다는 여론도 들끓고 있다. 이연 한국재난정보미디어포럼 회장 겸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한국의 재난 보도는 유치원 수준"이라면서 언론의 각성을 촉구했다.
↑ 이연 교수는 “한국 언론은 사고 현장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우왕좌왕한다”며 “재난 보도 원칙을 정해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 했던 보도 패턴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TV가 피해자들이 울고 있는 자극적인 장면을 화면에 계속 내보낸다. 피해자의 인권은 뒷전에 밀린다. 대책본부가 발표하는 내용을 검증하지 않은 채 그대로 전하는 것도 여전하다. 사고 당일 '전원 구조'와 같은 오보를 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사태 해결 방안이나 대안 모색은 등한시 한다."
재난방송 주관사인 KBS 등 지상파 방송의 보도가 특히 논란이 됐다.
"국민의 전파나 채널을 위탁 받아 사용하는 KBS와 MBC 등은 준방재기관의 역할을 해야 한다. 방송사가 3년마다 재허가 심사를 받는 것도 이런 역할을 잘 수행하느냐를 평가하는 것이다. 심사에서 1,000점 만점에 650점 이상을 받으면 재허가가 나는데 이중 재난보도 등과 관련해서는 60점 정도가 반영된다. 재승인 심사에서 재난보도의 비중을 60점 이상으로 올려야 방송사가 정확하게 보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언론의 재난보도 문제가 어디에서 비롯됐다고 보는가.
"이번에는 신문, 방송은 물론 인터넷, 1인 미디어 등 매체가 너무 많이 모여 현장이 무질서했다.
언론은 그곳에서 무엇을 취재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그렇다고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도 마땅히 없었고 기자들이 재난 보도에 대한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어서 취재 경쟁이 과열됐다."
외국의 재난 통보 시스템 및 그들 국가 언론의 재난보도는 한국과 어떻게 다른가.
"미국은 중앙통합재난시스템을 갖추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관련 상황과 정보를 알린다. 일본 역시 지진이 잦기 때문에 위기관리대응 시스템이 잘돼 있다. 두 나라의 재난보도는 속보가 아닌 정확성, 즉 진실 보도가 기본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뉴욕에서 아파트 붕괴 사고가 일어났을 때 현장에 가장 빨리 도착하고도 즉각적인 속보 기사를 내보내는 대신 현장 검증을 철저히 한 뒤 사고 발생 1시간 45분 후에야 첫 보도를 했다. 일본에서는 지진이 발생하면 3~5초 안에 TV 화면에 발생 자막이 뜬다. 늦어도 20초 안에 재난방송을 하는 게 의무화돼 있다. NHK는 전국에 70여개의 지진관측데이터센터를 두고 지진 발생 후 20초 안에 그 사실을 안방에 전한다. 요미우리 신문의 오사카 지사만 해도 재난보도 전문기자가 국장급으로 10여명이 있다. 아사히 신문은 재난보도 전문기자가 퇴직 후에도 한 달에 한 번씩 현직 기자들과 모임을 갖고 정보를 공유한다. 이들 국가와 비교하면 한국의 재난보도 수준은 유치원 수준이다."
제대로 된 재난 보도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재난이 발생하면 언론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재난 관련 정보를 신속 정확하게 파악해 전달함으로써 주민을 안심시키고 그들이 침착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재난 보도에서는 보도 기능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위급 상황시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어떤 식으로 복구해야 하는지 등이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 SNS를 통해 유포되는 내용이 참인지 거짓인지도 언론이 검증해야 한다."
한국 언론에 시급하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신문과 방송, 인터넷, DMB 등 각각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언론사별 재난보도 규칙 등을 만들고 정기적인 교육을 해야 하며 기자협회나 방송협회 차원에서도 최소한의 원칙과 보도 준칙을 마련해 회원들이 준수토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배가 물에 잠겨 사망자가 나오면 시신은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든지, 사진 촬영은 포토라인을 넘지 말아야 한다든지 등의 원칙을 제정해 지켜야 한다. 1923년 간토 대지진 당시 일본인이 재일 조선인을 학살한 것도 마이니치 신문의 전신인 니치니치 신문이 유언비어를 게재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한국 언론은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중계식 보도를 피하고 피해자 중심으로 보도해야 한다.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합동취재반을 구성해 방송국 별로 역할을 분담하거나 대표 취재를 통해 방송하는 것도 신중해 고려할 때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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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보도, 정부 대변인 보는듯한 공영방송 vs 무기력한 정부에 일침 JTBC
대변인 발언에 따끔한 비판 JTBC
"신뢰 안간다" 시청자들 공영방송 성토
강은영기자
- 입력시간 : 2014/04/25 15:17:58
- 수정시간 : 2014/04/25 15:17:58
- JTBC‘ 뉴스9’
언론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냉정하고 차분하게 뉴스를 전달해야 할 국가재난 주관방송사인 KBS는 오보한 것도 모자라 뉴스를 흥미위주로 보도하면서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종편인 JTBC가 현장의 유가족이나 민간잠수부 등과 인터뷰하며 구조 상황을 현실감 있게 다루면서 차별화했다"고 말했다.
23일 방송된 KBS '뉴스 9'와 MBC '뉴스데스크, JTBC '뉴스 9' 등 각 방송사 메인 뉴스를 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KBS '뉴스 9'는 '5층까지 수색 확대…집중 수색 장소는?'을 머리기사로 보도한 이후 '지침 지키지 못한 채 잠수…매일 사선 넘어', '목숨 건 수색에 잠수병 10여명 치료 중', '수중 작업 후 목숨 위협하는 잠수병', '장시간 잠수 표면 공급 잠수로 전환' 등 구조에 나선 잠수부들의 애환을 무려 4꼭지를 할애해 주요 뉴스로 다뤘다. MBC도 청해진해운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보도를 뉴스 초반에 넣으며 무려 5꼭지를 연이어 내보냈다. 반면 JTBC는 '희생자 늘어 156명…민간 잠수요원, 해경과 갈등 빚기도', '잠수시간 늘려라, 머구리 투입 총력전…효과는?', 민감 잠수사 인터뷰 등 구조 작업과 관련한 보도를 머리기사로 다루며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담았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정부를 향한 일침을 빼놓지 않는 것도 종편인 JTBC 뉴스다. 이날 JTBC'뉴스 9'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과 관련해 '청와대, 재난 컨트롤타워 아니다' 책임론 확산 차단?' 보도를 비롯해 '오류 정정 혼선…중심 없고 대책도 없는 재난본부', '우후죽순 생긴 본부…통합해도 여전히 오락가락 대응', '명예직 가까운 총리, 재난 대처 어려워…전문가, 청와대 관여해야', '4%도 안 되는 안전 관련 예산…안전행정부 이름 무색' 등 정부를 비판하는 뉴스를 7꼭지로 채웠다.
반면 KBS와 MBC는 정반대의 보도 태도를 보였다. KBS는 이날 '검찰이 직접 전국 선박 안전 점검 나서', '정부, 오늘부터 총체적 안전 점검 착수' 등을, MBC도 '청와대, 국가개조 수준의 시스템 혁신…60년 쌓인 폐단 고칠 것' 이라며 정부를 대변하는 듯한 보도를 했다. 두 공영방송사는 JTBC에 있던 민 대변인의 발언은 다루지 않았고, JTBC가 빼놓은 '박 대통령 시진핑과 통화..북핵 중단 설득 요청'을 보란 듯이 뉴스 막판에 끼워 넣으면서 우애를 자랑하기도 했다.
세 방송사의 보도 행보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당일인 16일과 이튿날인 17일에도 갈렸다. KBS는 16일 '박 대통령, 참담한 심정…구조 최선 다해야'와 17일 '박 대통령 현장 방문…1분 1초가 급해'를, MBC는 16일 '박 대통령,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참담한 심정, 구조에 최선'과 17일 '박 대통령, 1분 1초가 급하다…구조에 최선 다할 것', '박근혜 대통령, 진도체육관 가족들 위로 구조에 최선' 등을 내보냈다. JTBC는 17일 박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한 내용을 두 꼭지 전했다. 공영방송들만 박 대통령 관련 뉴스를 이틀 연속 보도한 것. 두 방송사는 정작 17일 JTBC가 보도한 '부실 대응에 분노한 실종자 가족…정홍원 총리 물세례'와 같은 정 총리 관련 소식은 쏙 빼버렸다. JTBC '뉴스 9'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와 정동섭 전 한동대 외래교수를 연이어 인터뷰하며 구조 작업 방식과 유 전 세모그룹 회장의 비리 등을 공개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타 언론사들이 이들을 취재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현상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이유야 어찌됐건 공영방송사는 정부에 비판적인 시선을 거둔 듯한 뉘앙스로 뉴스를 내보내고 있고, 종편 JTBC가 형님들이 못하는 보도를 챙겨가는 형국이다. 23일 방영된 JTBC '뉴스 9'는 4%대의 시청률을 보이며 각 종편 프로그램 중 1위 자리를 지켰다.
대학생 이재훈(27)씨는 "왜 구조 작업이 더딘지, 유가족의 입장은 어떤지 등이 궁금한데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건 JTBC 뉴스라서 고정시켜 놓게 되더라"며 종편 뉴스에 귀를 기울이게 된 이유를 밝혔다. 회사원 박미혜(35ㆍ여)씨도 "KBS는 특히 재난방송주관사로서 얼마 전 뉴스에서 큰 오보를 내어 신뢰가 가지 않아 다른 채널로 돌린다"고 말했다.
KBS는 지난 18일 '뉴스특보' 도중 '세월호 선내 엉켜있는 시신 다수 확인' 소식을 전했지만 곧 오보로 밝혀져 앵커가 이를 정정한 바 있다. KBS는 이에 대해 23일 "논란을 일으킨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속보처리에 더욱 신중하겠다"고만 했을 뿐 아직까지 공식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는 "편파적이고 정권지향적인 공영방송들 탓에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가 지극히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보이는 것"이라며 "사실 JTBC 뉴스는 가장 기본적인 뉴스의 패턴을 지킬 뿐인데 공영방송사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어 진보적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2030 세상보기] 손석희의 사과와 백남준
- 입력시간 : 2014/05/04 14:10:07
- 수정시간 : 2014/05/04 14:10:07
나는 분노한다. 한쪽이 기울어져 가라앉는 세월호를 보며, 놀랐다. 최초의 놀라움은 탑승자에 비해 적은 구조자의 숫자에 커졌다. 특히 사건 발생 후 드러난 세월호를 둘러싼 관계자들의 무능과 무책임, 부패와 부도덕 등이 버무려진 내 조국의 민낯은 엉망진창이었다. 끔찍해서 도저히 볼 수 없는 장면들이 텔레비전에서 쉴 새 없이 쏟아졌지만, 결과적으로 정부는 단 한 명의 실종자도 바닷속에서 구해오지 못했다. 변명과 핑계를 늘어놓았다. 희망의 속보에 매달려 있던 실종자 가족들은 거듭 좌절했다.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답답함, 억울함과 안타까움 등으로 크게 파도쳤다. 내가 위험에 빠지면 국가가 나서서 구해주리라는 상식과 믿음은 무참하게 깨졌고, 국민들은 분노했다. 이번 사고의 실체적 진실은 밝혀지겠지만, 대통령과 정부는 그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비정치적인 사고가 정치적인 사건이 될 조짐이다.
방송은 속도의 싸움이다. 같은 내용도 먼저 방송하는 쪽이 이긴다. 내용이 더 자극적일수록 시청자를 잡는다. 그래서 사지(死地)를 갓 벗어난 어린 학생들에게 방송국 카메라를 잔인하게 들이댔다. 피해자와 희생자의 입장과 심정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들의 상처가 울음으로 크게 터질수록 방송은 널리 퍼질 것이었다. 이런 비인간적인 처사에 많은 시청자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대부분 변명만 해댔고,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딱 한 명만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손석희 아나운서이다. 트윗터와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 널리 퍼진 후에야 나는 그의 사과 방송을 보았다. 그는 정갈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후배 앵커의 잘못에 대해 어떤 변명이나 해명도 필요치 않다며, 그것은 선임자이자 책임자인 자신이 후배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탓이 가장 크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은 감동했다. 날카롭던 분노는 다소 누그러졌다. 하지만 나는 무언가 낯설었다.
한 조직의 수장이 부하의 잘못으로 사과한 것을 본 기억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우리에게는 상사의 잘못을 대신 떠안고 희생당하는 부하의 모습이 훨씬 더 익숙해졌다. MB정부 이후 굵직한 정치 사건들 대부분 말단 직원 개인의 일탈적 행위로 만들어서 끝냈다. 그 일을 지시했을 윗선은 사법 처리는커녕 검찰이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검찰 결과를 믿지 않았고, 불신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대한민국은 책임자가 자신의 안위만 책임지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그러니 부하의 허물을, 그를 제대로 이끌지 못한 자신의 책임이라고 진솔하게 말하는 손석희 아나운서의 모습은 낯설었다. 그것이 원칙이자 상식이었던 시대도 있었을 것이다.
무엇이 우리 사회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특히, 사건 당일 사망자의 예상 보험금을 재빨리 알려주는 극우 방송의 행태는 개탄스럽다. 희생자와 실종자의 가족은 물론 인간 자체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조차 없는 이런 천박함에 대한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이런 몰상식한 행태에 대한 분노를 적극적으로 표출해야 한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불합리와 부당함 앞에 침묵했고, 연대는 깨어지고 개인은 고립되었다. 그 결과, 모든 사건은 사건의 당사자만의 싸움이 되었다. 여기에 중심을 잃은 몇몇 방송사는 큰 역할을 했다. 세계적인 비디오 예술가 백남준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텔레비전은 '독재자의 기관'" 이라며 "말대꾸하는 게 민주주의인데 텔레비전은 여태껏 말대꾸를 못 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텔레비전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이미지를 왜곡, 조작하며 텔레비전에 거침없이 말대꾸했다. 백남준으로 말미암아 독재자의 기관으로서 텔레비전의 권위는 무너져 내렸다. 이처럼, 어쩌면 우리가 국가와 권력에 말대꾸를 하지 않았던 것이 쌓여서 이런 대참사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지금은 마지막까지 우리 모두 희망을 갖자. 희망을 믿는 한, 기적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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