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해마다 ‘세월호’ 4배의 아이들이 희생된다

도깨비-1 2014. 5. 19. 11:53

 

KBS 보도국장 “세월호 희생자 교통사고 생각하면 많지 않다” 논란

등록 : 2014.05.05 11:59 수정 : 2014.05.05 13:51

새노조 “황당한 상황 인식…국장에서 물러나야”
김 국장 “한 부분만 따서 보도하는 것은 위험”

<한국방송> 김시곤 보도국장이 ‘세월호 희생자가 많은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성명을 내고 “김시곤 보도국장이 지난 달 말, 여러 후배 기자들 앞에서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 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건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노조는 “황당한 상황 인식과 이런 발언을 서슴지 않고 뱉어내는 무모함이 현재 공영방송의 재난 방송과 뉴스를 책임지고 있는 보도국장의 현주소”라며 “재난 방송 사상 이례적인 시청률 하락은 물론 신생 종편 방송보다도 못하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김 국장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고 국장직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김 국장의 이 발언은 보도국의 한 부서와 회식을 하면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새노조 관계자는 5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그 자리에 참석했던 사람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느꼈다면 왜 노조 쪽에 제보를 해왔겠느냐”며 “전국민적인 애도 분위기 상황에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논란이 커지자 공식적인 반박 성명을 준비중이다. 김 국장은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발언의) 한 부분만을 따서 보도하는 것은 위험하다. 안전불감증과 관련한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는데 안전불감증이 가장 큰 곳이 교통 사고 분야여서 그 규모를 말한 것이다. 노조에서 문제를 삼으려면 내 발언과 생각이 뉴스에 영향을 줬다는 것을 보여줘여 한다. 하지만 한국방송은 세월호 보도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고, 제도 개선을 하라고 보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해마다 ‘세월호’ 4배의 아이들이 희생된다

등록 : 2014.05.01 20:50 수정 : 2014.05.02 16:00

 

아이들 죽음 내모는 나라
어린이·청소년 최근 5년 새
5998명 사고로 목숨 잃어
사고사율 OECD 맨 위에

 

호명되지 않던 이들의 죽음을 이제 호명한다.

 

 

대한민국은 2008년부터 최근 5년간 스무살도 되지 않은 어린이·청소년(0~19살) 1만7940명을 잃었다. 이 가운데 예방이 불가능하지 않았던 ‘사고’로 5998명(33.4%·사고사 비율)을 잃었다. 다시 이 가운데 2015명(11.2%)을 대한민국은 익사, 타살, 추락, 화재, 중독 등의 사고로 잃었다. 교통사고(2152명·12%)와 자살(1831명·10.2%)로도 수많은 아이들을 잃었다.

 

 

1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한 어린이가 손에 든 조화를 바라보고 있다. 안산/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세월호 참사는 이런 수치들 속에 이미 잉태돼 있었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로 250명의 꽃 같은 아이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2012년 한해만 어린이·청소년 1027명을 사고로 잃은 현실에 설피게 빗대자면, 대한민국은 해마다 ‘세월호’ 4척의 침몰을 기척도 없이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의문과 슬픔, 눈만 뜨면 휘모는 분노는 대한민국이 전세계 주요 국가에 견줘 아동·청소년 ‘사고사 비율’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데 가닿는다. “아동이 건강하게 출생해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한 국가 의무를 법(아동복지법)으로도 규정한 대한민국의 어린이·청소년 사고사 비율은 총기 사고가 빈번한 러시아보다 높다. 인구·경제 규모가 비슷한 스페인과 비교하면 갑절 차이가 난다. 사고 사망자 수는 인구가 우리보다 3000만명 더 많은 독일을 앞선다.

 

 

이는 <한겨레>가 유엔,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청, 건강보험공단 등이 보유한 ‘1차 자료’를 수집해 가공·분석한 결과다. 대한민국·멕시코·칠레·독일·영국·이탈리아·스페인·일본·네덜란드·스웨덴 등 10개국을 주요 비교 대상으로 삼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을 중심으로 20개 나라를 원인별로 추가 비교했다.

 

 

2009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은 인구수가 1100만~3100만명 이상 많은 이탈리아·영국·독일보다도 어린이·청소년의 사고 사망자 수가 246~561명 많다. 10개국의 0~14살 10만명당 사고 사망수(자살·타살 포함)를 분석한 결과, 해당 연령층이 이례적으로 전체 인구 4분의 1을 넘는 멕시코가 15명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칠레(9명), 한국(7명) 순이었다. 나머지 나라들은 3~4명에 그친다. 대한민국을 아동 후진국의 지표로 매김하는 수치다. ‘세월호 참사’는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그저 한국적 사건인 셈이다. 칠곡 계모 살인, 경주 리조트 붕괴, 해병대 캠프 사고가 2013~2014년 국제 데이터에 그렇게 또 포개질 것이다.

 

 

2009년 0~19살 사망자 가운데 사고사 비율을 따져보면, 우리나라(36%)는 치안 사고가 잦은 러시아(35.2%)나 멕시코(20.3%)보다도 높다. 오이시디 가입국의 사고사 비율은 대개 25% 안팎이다. 전체 사망 대비 자살(12%) 비율은 물론, 교통사고·익사·추락 등으로 묶인 ‘직접 사고사’ 비율(18.3%)도 비교 대상 9개국(자살 1.7~8.6%, 직접 사고사 11.9~16.9% 수준)을 압도한 탓이다.

 

 

인구·경제 규모가 유사한 스페인과 대한민국의 소년·소녀는 왜 생사가 달라야 하는가.(표 참조) 우리의 아이들은 왜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사고로 귀한 생명을 잃어야 하는가.

 

 

 

 

전문가들은 ‘작지만 섬세한 제도’의 큰 차이부터 강조한다. 어린이·청소년의 생존을 담보하고, 보호·권리·복지로 확대해간 선진국들의 뚜렷한 행보 때문이다.

 

 

병원 출산 뒤 아이를 데려가려는 차에 ‘유아용 카시트’가 없으면 산모가 아예 퇴원할 수 없는 국가가 있다. 정차한 통학버스를 다른 차량이 추월할 수 없는 국가가 여럿 존재한다. 아이가 홀로 차 안에 머물러 있을 때 경찰이 즉시 데려가 보호조처하는 국가가 있다. 통학 버스에 혹 엎드려 자다 남게 되는 아이가 없는지 운전사가 직접 살피라는 용도로 차 맨 뒤 칸에 확인버튼을 설치한 국가가 있다. 운전사가 확인버튼을 무시하고 차문을 잠그면 비상벨이 울리는 국가다.

 

 

이봉주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교육열이나 아이들의 국제 학업성취 결과만 강조하며 정작 아이들 권리의 기초인 생존권과 보호권은 너무 허술하게 취급했던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이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것”이라며 “어린이·청소년 보호나 권리 신장은 결국 최고 의사결정자의 정책 의지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신생아의 속옷·젖병 따위 필수 유아용품을 담아 산모에게 지급하는 국가가 있다. 스웨덴은 이를 ‘베이비 박스’라 부른다. ‘국가가 아이를 돌본다’는 기호다. 이 나라의 2009년 0~14살 10만명당 사고 사망자 수는 3명이다. 신생아를 버리는 상자가 ‘베이비 박스’로 자리잡은 국가가 있다. 이 나라는 같은 해 10만명당 7명의 아이를 사고로 잃었다. 대한민국은 반성문을 쓸 자격이 있는가. 낱말은 있는가.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서구의 경구는 아직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았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자료분석 서규석 quixote79@hani.co.kr

 


 

어린이·청소년

 

국제통계상 일반적으로 0~19살 또는 0~24살로 분류된다. 10만명당 사망자 비율은 0~14살을 대상으로 하는 게 보통이다. 국내 아동복지법상 ‘아동’은 18살 미만, 민법상 ‘미성년자’는 20살 미만, 청소년기본법상 ‘청소년’은 9~24살이다.

 

사고사

 

질병·질환을 제외한 사망. 전문용어는 ‘외인사’다. 통계청은 자살·타살(폭행)·교통사고·익사·추락·화재·중독·기타로 분류한다.

 

직접 사고사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살·타살을 제외하고, 교통사고·익사·추락·화재·중독·기타를 사고사로 묶기도 한다. 이를 ‘직접 사고사’로 표현했다.

 


 

어떻게 분석했나

 

35개국의 11년치 자료로 사망원인 세부유형 나눠

 

어린이·청소년의 사고사 현황과 비율을 나라별로 일목요연하게 비교해 보여주는 국내·국외 통계자료는 없었다. <한겨레>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이 보유한 11년치 국가·원인·연령별 어린이·청소년 사망통계, 통계청의 각종 사망통계 자료를 수집해 1주일에 걸쳐 분석했다. 국가·연령별 비교가 가능한 데이터는 2009년치가 최근이었다.

 

국제기구는 연령대(5살 단위), 성, 시점, 50가지 이상의 원인별로 각국에서 보고된 자료를 별도의 분류 기준을 더해 공개하고 있다. 한국의 2009년 사망 내역만 웹 페이지로 70쪽가량이다. <한겨레>는 35개국의 2000~2010년 자료를 축적한 뒤 질병사, 사고사, 사고사의 세부 원인 등 12가지 유형으로 추출했다.

 

주요 비교대상 9개국은 어린이·청소년 사망자가 한해 1000명이 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경제·인구 규모 등에서 우리나라와 가깝거나, 정부가 주요 비교대상으로 삼는 나라를 꼽았다. 비교대상에서 제외한 룩셈부르크의 경우 어린이·청소년 사고사 비율은 46.7%로 최고 수준이지만, 2009년 전체 사망 ‘30명’ 가운데 ‘16명’을 사고사로 잃었을 뿐이다.

 

국내 데이터는 어린이·청소년 사망에 있어 부모 소득·지역과의 상관성 등을 주로 살피기 위해 건강보험공단·통계청 등을 상대로 자료를 수집했다.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의 협조를 받았다. 16개 시·도교육청을 상대로 학교 내 사건·사고 내역 등도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대부분의 자료가 없다는 교육청, 뻔한 정보도 개인정보라며 감춘 교육청, 아예 청구 내용 전체를 비공개한 교육청 등 천차만별이었다. 아이들의 안전에 대한 무관심은 자료 취합 과정에서도 이렇게 확인됐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