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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롯데 옥스프링, 글러브 던지지 않은 이유

도깨비-1 2014. 6. 9. 15:14
롯데 옥스프링, 글러브 던지지 않은 이유
http://media.daum.net/v/20140609131406219

출처 :  [미디어다음] 야구 
글쓴이 : 일간스포츠 원글보기
메모 : [일간스포츠 유병민]

롯데 옥스프링(37)은 8일 인천 SK전에 선발 등판해 7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2-0으로 앞선 8회 1사 후 박계현에게 우전 안타를 내줬다. 옥스프링이 고개를 숙일 찰나 타구를 잡은 우익수 손아섭이 1루를 향해 공을 뿌렸다. 박계현이 1루 베이스를 밟은 뒤 오버런 한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박계현은 황급히 1루로 귀루했지만, 손아섭의 송구를 받은 1루수 히메네스에게 태그를 당했다. 완벽한 아웃 타이밍. 그러나 1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히메네스와 손아섭은 물론 옥스프링까지 강하게 항의했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옥스프링은 흔들렸다. 후속 타자 이명기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해 1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결국 김시진 롯데 감독은 옥스프링의 교체를 지시했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옥스프링은 화가 난 모습으로 글러브를 벗어 던지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손은 곧바로 멈췄다. 옥스프링은 담담한 표정으로 지으며 글러브를 자신의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동료들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무 일 없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롯데는 이날 3-0으로 승리했다. 7⅓이닝 동안 6안타 2볼넷·7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친 옥스프링은 시즌 6승을 달성했다. 그는 경기 후 "좋은 야구를 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들이 결합되어야 하는데, 그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타격·수비·투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모든 것이 이뤄졌다"며 "편안하게 던졌다. 기술적인 부분보다 마인드 콘트롤이 원동력이다. 강민호가 던지라는대로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옥스프링의 소감을 벗겨보면 그가 한국 무대에서 승승장구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바로 '마인드 콘트롤'이다. 옥스프링은 어떤 상황에서도 남의 탓을 하지 않는다. 문제가 있으면 자신을 먼저 돌아본다. 정민태 투수 코치는 "옥스프링은 문제점을 지적당하면 곧바로 수정한다. 그리고 확인하고, 다시 점검한다"며 "국내 선수, 외국인 선수를 막론하고 프로라면 자존심이 센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옥스프링은 먼저 자신을 돌아본다. 코칭스태프와 충분히 의논을 하면서 고쳐나간다"고 밝힌 바 있다.

옥스프링은 올 시즌 남 모르게 마음 고생을 했다. 유먼의 등판 날에는 타선이 폭발하지만, 본인의 등판 날에는 유독 타선이 침묵했기 때문이다. 그는 5월 두 차례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도 타선이 터지지 않아 2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오히려 "타선의 침묵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내가 점수를 주지 말았어야 했다"며 자책했다. 지난 1일 잠실 두산전에서 모처럼 타선의 화끈한 지원(14-5 승)을 받아 승리를 챙기자 옥스프링은 "1회부터 타선이 3점을 내줘서 신이 났다. 고마웠다. 때문에 더욱 집중해서 실점하지 않으려고 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패하면 자신의 탓, 승리하면 동료의 공으로 돌렸다.

옥스프링은 지난 6일 "야구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경기의 일부(part of the game)'일 뿐이다. 내 투구에만 집중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오심 역시 '경기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화를 참았던 것으로 보인다. 글러브를 던지면 자신의 화를 풀 수 있지만,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나보다 팀을 먼저 위하는 옥스프링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달콤한 승리였다.

유병민 기자 yuballs@joongang.co.kr

사진=XTM 경기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