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박근혜 대통령을 진짜 사랑한다면

도깨비-1 2013. 12. 25. 10:31

박은주의 터치! 코리아

박근혜 대통령을 진짜 사랑한다면

대통령 열혈 지지자와 반대파가 극한 대결
'포용'하는 대통령 되려면 지지자의 태도도 변해야
측근들 흥분해 '충성 과시'… 반대파 입 막으려 할수록 파열음의 데시벨은 커져
결국 '증오'는 대통령 겨눠

 

 입력 : 2013.12.21 07:36/조선일보

박은주 문화부장
"건성 박수 하지 마라. 삐딱하게 앉지 마라. 왼새끼 꼬지 마라." 시대착오 나라인 북한이 장성택 판결문을 공개한 후, 우리나라에선 요즘 이런 농담이 유행이다.

장성택 처형을 본 다수 입장은 이렇다. "이래도 대한민국에 불만이 생기더냐." 이런 소수 반응도 있다. "한국에도 공포정치가 판친다." 같은 걸 보고 정반대로 생각한다. 양측은 상대 반응에 일말의 진실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공통점은 머리 싸매고 망하기 바라는 반대파 숫자가 적잖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이 광우병 파동으로 '어퍼컷'을 맞았다면, 박 대통령은 '대선 불복은 아니지만'이라면서도 죽어라 발목을 잡는 '진드기' 작전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 대통령 지지자들이 팔짱 끼고 지켜보는 계열이었다면, 박 대통령 곁에는 '목숨 걸고 지키겠다'는 열성적 지지자가 많다. 죽어도 싫다는 사람과 죽어도 지키겠다는 사람이 백중세다. 한쪽이 압도적이면 진즉 끝났을 텐데, 이 싸움은 지루하게 오래간다.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도 끌어안겠다는 취지의 말을 여러 번 했다. 그러나 사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본인 뜻도 중요하지만, 지지자들 반발도 무시 못 한다. 있지도 않은 철도·의료 민영화 계획을 들먹이며 대통령을 공격하다가 심지어 '몸이나 팔아라'(이 말을 한 건 야당 관련 CF 모델이었던 젊은 여성이다. 몰상식 언어에는 남녀와 노소 구분이 없다)고 공격하는 상대방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지지자들이야 서로를 '원수' 삼아도 상관없지만, 대통령에겐 둘 다 끌어안아야 할 국민이다. 그게 숙제다. 대통령이 포용하는 대통령이 되려면 대통령 자신은 물론 최측근과 지지자 자세도 변해야 한다.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 "조용히 잘되고 있습니다" 식으로 보고하려는 경향이 있다. 잡음이 들리면 자기 실책이라고 생각한다. 하물며 최측근과 열성 지지자의 마음은 어떨까. '우리 대통령 정신을 사납게 하는 사람들 입을 틀어막고, 손발을 묶어 버리고 싶은 심정'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문제는 '잡음 제거'를 하려고 들수록 파열음의 데시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조용한 나라를 만들어 바치는 것만이 사랑은 아니다. 대통령에게 막말한 의원은 국민이 평가할 것이다. 측근이 더 흥분해 그걸 '충성심' 과시 기회로 삼아선 안 된다. 일리 있는 비판·비난이라면 그쪽 논리도 한번 살펴 보시라 건의해야 한다. 대학생들 대자보가 틀린 사실을 유포한다며 찢어 버리는 이들도 있다. 비논리는 논리가 치료한다. 반대파 입을 막을수록 그들의 증오는 대통령을 정조준한다.

반대파도 '박정희 유신, 유신 말기 독재' 같은 게으르고 낡아빠진 수식어 좀 버렸으면 좋겠다. 2013년 대통령을 70년대 대통령과 '엮는' 방법은 국민도, 당사자도 수긍 못 한다.

이런 풍경을 봤다. 그 건물의 높은 분이 1층 엘리베이터에 막 들어섰을 때였다. 엘리베이터에는 행색이 누추한 일꾼이 먼저 타고 있었다. 경비원이 눈 깜짝할 새 일꾼을 끌어냈다. 이걸 본 그가 비서를 나무랐다. "먼저 탄 사람을 왜 끌어내느냐. 저 사람이 경비원을 욕하겠나, 나를 비난하겠나."

비난은 정점으로 수렴된다. 애꿎을수록 더 그렇다. 지도자의 한마디는 조직의 결을 바꾼다. 대통령이 나서 허를 찌르는 말 한번 해보면 어떨까. "저들의 말, 참 일리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