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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교과서, 사실과 의견부터 구분하라

도깨비-1 2014. 1. 28. 06:07

[발언대] 교과서, 사실과 의견부터 구분하라

 

입력 : 2014.01.28 03:04/ 조선일보

  • 조연순 이화여대 사범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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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한국사 교과서 문제가 정치 이슈가 돼 신문지상에서 매일 톱뉴스가 돼 교육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어떤 일이나 행위가 표준이나 정석에 가까울 때 우리는 '교과서적(textbook style)'이라는 표현을 하곤 한다. 그만큼 교과서는 표준이나 기준을 제시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과서에서 다루는 지식은 각 분야 학자에게 검증되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세상의 지식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기에 어떠한 지식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절대불변의 것처럼 소개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 한국사 교과서 정책과 정부의 업적을 집필자에 따라 서로 대조적인 해석을 달아 집필했다는 것은 이미 교과서로서 본분을 잊은 것이다. 한국사 교과서가 교과서로서 역할을 하려면 대통령이 누구라도 이어지는 맥이 있어서, 그것을 커다란 개념이나 사건을 중심으로 구성하여 학생들이 배워야 할 가치와 의미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구나 중학교 때 전(前)근대사를 배웠다고 해서 고등학교에서는 근현대사에 집중하여 배정했다는 것도 학년이 올라가면서 내용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점차 깊어지는 것이라는 기본적인 교육과정 구성 원리에 비추어 볼 때 잘못 배분된 것이라고 본다.

    교과서에서는 기준이 되는 지식을 걸러서 학생들의 이해 수준에 맞게 제시해야 하고, 각 사건에 대한 평가와 판단은 교사가 수업시간에 여러 가지 자료를 활용·비교하여 학생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럼으로써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가 길러질 것이다. 교과서에 이미 정치적인 평가가 서술되어 있다면 학생들은 그것이 모두 절대적인 사실인 것처럼 믿게 되는데 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는 교사나 교과서가 객관적 사실주관적 판단을 구분하지 않는 것에 있다. 학생들이 자료 속에서 객관적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그것을 뛰어넘어 자기의 생각을 이끌어 낼 때 비로소 창의적 사고가 생기게 된다.

    교과서나 교사는 우선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일부터 정직하게 실천해야 할 것이다. 교과서 집필자는 교육자적인 양심을 갖고 임해야 할 것이며, 교육부는 직접적인 간섭과 감독보다는 그러한 집필자들을 신중하게 걸러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