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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는 '창조경제'의 활로

도깨비-1 2013. 11. 28. 11:45

정치인 칼럼

3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는 '창조경제'의 활로

입력 : 2013.11.26 05:20 / 조선일보

 

이혜훈/새누리당 (최고위원)

 

한동안 시중에 유행하던 유머 중에 3대 불가사의란 것이 있었다. 김정은의 마음, 안철수의 생각, 그리고 박근혜의 창조경제…. 이런 얘기가 돌만큼 창조경제에 대해서는 많은 설들이 난무했지만 아직도 오해가 많고 아쉬움이 가시지 않은 것 같다. 창조경제라는 공약이 나온 지 1년이 지난 지금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는 창조경제는 무엇일까.

궁금한 마음에 일단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창조경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최다 추천횟수를 기록한 답변이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룬 한강의 기적을 다른 말로 포장한 것으로, 정부가 당시 삼성과 같은 우량중소기업을 찾아내서 전폭적으로 지원해 키워주는 제도”였다. 의외의 답변이었지만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올려놓은 공식적인 답변에 비해 추천횟수가 무려 세배나 되었다.

일반 국민들의 인식은 그렇다 치자.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방향마저도 평생 경제문제를 고민해온 필자가 창조경제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막연하게 머릿속에 그렸던 그림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 때가 있다. 소위 박근혜정부 탄생에 참여했다고 알려져 있는 필자로서 지난 1년간 사석에서 담당자들을 만날 때마다 해왔던 충언들을 묶어서 공개적으로 얘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창조경제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설명은 ‘우리 국민의 상상력 창의력을 과학기술과 ICT와 접목해서 세상에 없는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평범한 주부가 음식물 쓰레기 건조기를 만든 경우와 대학생이 친구와 친목도모를 위해 페이스북을 만든 경우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고 있다. 이런 일들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새로운 부처도 만들었다. 그 부처의 업무는 국가가 과학기술과 ICT 기술역량을 강화하고 지원하는 일들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우주기술 자립 및 세계 선도형 원자력기술 개발, 사이버 보안 강화 및 글로벌 웹 표준 이용환경 조성, 줄기세포연구, 국가초고성능컴퓨팅 육성 등등…. 모두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들만 이루어지면 창조경제가 만개할 것이라고 믿어도 될까?

시장에서는 대박이 분명한 아이디어인데도 자금줄이 없어서 아이디어가 사장(死藏)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술은 확실하기 때문에 수익이 눈앞에 뻔히 보이는데도 투자자를 못 찾아 기회를 놓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 아이디어도 기술도 확실하고 투자자도 찾았는데 복잡하고 오랜 시일이 걸리는 행정규제 때문에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NASA(미국 항공우주국)에서 열(熱)을 동시에 균일하게 전달하는 신소재개발에 참여했던 한 한국인 과학자가 아내가 밥을 자주 태우는 것을 보고는 그 소재로 냄비를 만들면 음식을 쉽게 태우지 않는 대박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얻어 사업을 시작했지만 곧 실패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전년도 사업실적과 담보물건을 제출해야만 자금을 빌려준다. 그 과학자는 충분한 자금을 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새로운 창의력과 새로운 기술이 끊임없이 생성되고 또 양자가 접목되는 환경을 국가가 만들어 나가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우선되어야 할 일은 이미 국민들이 스스로 창의력과 기술을 접목해 사업 아이디어로 가지고 있는 것을 상품으로 만들어 팔 수 있도록 창조금융도 터주고 행정규제도 터주고 각종 걸림돌을 제거해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금융의 경우만 해도 복잡한 행정서류나 담보물건 없이 기술과 아이디어만으로 대출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려면 이 기술과 아이디어가 과연 시장성이 있는가, 그래서 돈을 빌려주면 되갚을 수 있는가 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전문성과 역량을 키워야 한다.

창업과정을 가로막고 있는 각종 행정 규제를 미래창조과학부로 모두 이관해서 거기서 한꺼번에 풀어주라는 주장은 아니다. 범정부 TF를 만들어서 차제에 다양한 창업유형별로 창업의 전 과정을 꼼꼼히 따져보면서 걸림돌이 되는 불필요한 규제는 풀고 도움이 필요한 단계는 과감한 지원책을 수립해 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행정규제를 푸는 일과 병행해 창업 유형별로 어떤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각 행정절차 단계별로 어떤 부처, 어떤 부서에서 어떤 서류를 요구하는지, 얼마나 기간이 걸리는지 등등 인허가 심사를 거쳐야 할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모든 내용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는 규제 매뉴얼이라도 만들어 주자. Q&A와 안내를 도와주는 원스톱 서비스 도우미도 배치해주면 좋겠다.

창조경제를 너무 크게 너무 어렵게 너무 관념적으로만 고민하지 말자. 오히려 현장에서 막혀있는 부분들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풀어주는 방법을 고민해 보는 역발상이 필요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