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발목을 잡지 마라
이태영-치과의사. 서울 서초구/조선일보 2013. 06. 19.
영훈국제중의 입학사정 비리로 인해 정치권 일부에서 국제중·고, 자사고 등의 폐쇄를 검토하고, 발의까지 하려 한다는 보도를 보면서 "참 우리나라답다"는 자조와 한숨이 절로 나왔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표현이다. 몇몇 특권층의 비리가 보기 싫고 국민 정서에 안 맞는다고 좋은 제도 자체를 불도저로 밀어버리겠다는 발상은 '남 잘사는 것 보기 싫으니, 같이 못살자'는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국제중·고는 소위 사회적 배려 대상이란 전형이 있으나 일부에 국한되고, 기본적으로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갈 수 있는 학교이다. '배려'로 들어가도 공부를 못 따라가면 다닐 수가 없는 경쟁 구도인 것이다. 미리 말해두지만 내 아이들이 공부를 썩 잘하지 못했기에, 이 말도 안 되는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하고자 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모아서 가르쳐야 효율이 올라간다. 강을 떠난 연어가 다시 회귀하듯이 거기서 선의의 경쟁을 하여 세계의 쟁쟁한 대학으로 진학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인재가 우리나라로 다시 들어오는 것이다. 이웃 나라 중국이 어떻게 우리의 코밑까지 따라붙었나를 살펴보면, 전 세계로 공부하러 떠났던 인재들이 모국으로 돌아와 나라 발전에 이바지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아이들은 역량에 맞추어 그룹을 따로 편성하여 가르쳐야 한다.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끼리, 영어가 떨어지면 그 아이들끼리 묶어서 가르쳐야 소위 가르치는 프로세스가 성립된다. 나는 여태껏 우리보다 좋은 교육 시스템을 갖춘 선진국에서 능력별 반 편성을 하는 데 대해 학생·학부모가 평등하지 않다고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제대로 된 나라는 능력별로 반을 잘게 쪼개고 있다. 우리는 많은 학생과 부모가 많은 돈을 써가며 일찌감치 한국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무런 교육적 의미 없는 평등주의 때문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발목을 잡지 마라. 그들이 우리의 미래다. 아이들을 잘 품어서 세계라는 바다에 방류하고, 세월이 흘러 훌쩍 커진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잘 활용해야 한다. 우리는 그래야 발전할 수 있는 나라다. 어느 제도나 어느 사회나 규정과 법의 틈바구니를 악용하려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다. 잘못된 것은 감독을 철저히 하여 고치면 될 일이다. 애꿎은 학교나 제도를 없앤다고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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