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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민의 동서남북] 국사 교육 독점하더니 '甲질' 하는 左派

도깨비-1 2013. 6. 10. 09:51


[이선민의 동서남북] 국사 교육 독점하더니 '甲질' 하는 左派


    이선민 선임기자/ 조선일보 2013. 06. 10.

 

   아직 내용이 공개되지도 않은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좌파의 대대적 공격을 보면서 가장 놀라게 되는 것은 어떻게 같은 사안에 대해 그동안 주장했던 논리와 행동에서 그렇게도 달라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2004년과 2008년 금성출판사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가 좌(左) 편향 논란에 휩싸였을 때 그들은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대해 수정 요구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학부모와 시민들이 교과서 필자들과 출판사에 항의하자 "겁을 줘서 책 내는 것을 포기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랬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한술 더 떠서 검정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교과서를 수정도 아니고 심사에서 떨어뜨려야 한다고 압력을 넣고 있다. 출판사에 대한 거센 전화 공세는 물론 교학사 출판물 전체에 대한 '불매(不買)운동'까지 대두됐다.
   좌파의 이런 태도는 그동안 자기들이 줄곧 내세워온 '역사 교과서의 다양화'라는 명분에도 어긋난다. 금성출판사 교과서의 주(主) 필자였던 김한종 교수는 몇달 전 언론 인터뷰에서 "검정이 까다로워서 교과서가 비슷비슷해진다"며 "검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더니 막상 자기들과 사관(史觀)이 다른 교과서가 나오려니까 "그런 교과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
   논리와 명분을 중시한다는 좌파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사 교육 현장의 독과점(獨寡占)이 무너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한국근현대사'가 고교의 독립 과목이었을 때 검인정 교과서 6종의 사관은 중도파에서 좌파에 걸쳐 있었고, 우파는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왼쪽에 있다고 평가된 금성출판사 교과서가 절반 넘게 채택됐을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이런 결과가 빚어진 것은 좌파 역사 교수와 교사들이 서로 밀어주며 철옹성을 쌓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파 역사학자와 교사들이 처음으로 교과서를 집필해서 그 성(城)에 구멍이 날 것 같으니까 어떻게 해서든 못 들어오게 막거나 결정적 흠집을 내려는 것이다.
   국사 교과서 논란과 관련한 좌파의 꼼수는 한국 우파와 일본 우익을 같은 역사관을 가진 집단으로 묶으려는 집요한 시도에서도 드러난다. 그들은 한국에서 '친일파(親日派)' '일본 우익과 한통속'이라는 주홍글씨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잘 알기 때문에 그렇게 몰고가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이런 주장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지극히 피상적이고 감정적인 비난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좌파는 한국 우파와 일본 우익이 '자학사관(自虐史觀)'을 넘어서자고 주장하는 점에서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본 우익이 부정하는 침략과 식민 지배, 군(軍) 위안부 강제 동원은 인접 국가들에 피해를 준 역사이고, 국제사회에서도 범죄로 규정됐다. 반면 한국 우파는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우리의 건국(建國)과 호국(護國), 산업화와 민주화를 정당하게 서술하자는 것이다. 한국 우파가 내세우는 '긍정사관'은 일본 우익의 그것과 달리 북한과 남한의 좌파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로부터도 반발을 사지 않는다.
   우리 국사 교육 현장은 교학사 교과서가 진입한다고 해도 여전히 극심한 불균형 상태에 있다. 좌파의 우위는 아직도 압도적이다. 이제 좌파에게 필요한 것은 치졸한 꼼수나 선전·선동을 통해 독과점을 지키려고 '갑(甲)' 행세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사실과 논리에 근거해서 사관이 다른 교과서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일이다. 그러면 심판은 우리 후세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심어주기를 바라는 국민이 내려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