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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민 무상의료' 하겠다는 홍준표의 무리수

도깨비-1 2013. 4. 26. 08:36

[기자수첩] '서민 무상의료' 하겠다는 홍준표의 무리수

  • 김성모·사회정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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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4.25 03:02 /조선일보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23일 '전국에서 처음 시행하는 획기적인 대책'이라며 자신이 구상한 서민 의료 대책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도내 의료급여 1종 수급자(기초생활수급자 가운데 근로능력이 없는 사람) 7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본인부담금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들의 본인부담금을 전액 지원하는 데 32억원이 필요하다. 경남도 관계자는 "서민을 위한 대책이 절실해 의료급여 수급자들이 그간 냈던 본인부담금마저 없애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하면서 그 이유로 의료원 노조의 '도덕적 해이'를 들었다. 경영 정상화 노력을 거부하고 제 이익만 챙기는 노조 때문에 나랏돈이 줄줄 새는 걸 막으려면 진주의료원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대신 이 같은 '서민 무상의료'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대책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도 1종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병원을 이용할 때 입원비가 무료다. 외래 치료비는 1000~2000원에 불과하다.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2종)가 부담하는 입원비도 전체 금액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이처럼 최소한의 돈이나마 받는 것은, 정부 예산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사소한 질환에도 무작정 입원하거나, 공짜로 약을 이것저것 받아 쌓아두고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등 저소득층의 '의료쇼핑'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

    그런데 경남도가 내놓은 이번 '서민 무상의료' 대책은 이 최소한의 견제장치마저 없애겠다는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홍 지사 얘기대로 본인부담금을 완전히 없애면 입원 일수가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생길 게 불 보듯 뻔하다"면서 "이번 정책은 (경남도가)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노조의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는 홍 지사가 또 다른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모순에 빠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