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진주의료원 문제에 대한 처방 한 가지
입력 : 2013.04.25 23:21 / 조선일보
- 김 이 영 성균관대 명예교수·정신건강의학과
우리 국민은 법적으로는 누구나 의료 기관을 이용할 수 있다. 우리 국민은 빠짐없이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에 가입되어 있다. 기초생활 수급자를 비롯한 각종 복지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의료급여법에 따라 자기 돈 안 들이고 정부나 기타 공공의 돈으로, 건강보험 가입자는 건강보험의 규정에 따라 모든 의료기관을 이용할 권리가 있고 모든 의료기관은 정부가 정한 의료수가대로만 환자에게 돈을 받고 진료할 의무가 있다. 그러니까 법으로는 온 국민이 같은 의료수가에 따라 어느 의료기관이나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도 어떤 병원에 가면 돈이 많이 들고 다른 곳에 가면 돈이 덜 드는 것은 정부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건강보험의 수가나 의료급여의 수가가 아닌 별도의 치료비를 받을 수 있는 몇 가지 예외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선택진료비, 상급 병실료 차액 따위가 그것이다.
이런 전제에서 "가난한 사람을 위한 공공 의료기관으로서 도립의료원이 필요하다"는 말이 성립할 수가 없다. 의료급여법 '제9조(의료급여기관)'에 의하면 모든 의료기관은 의료급여 대상 환자의 진료를 (의료급여라고 해서) 거부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더구나 의료급여 환자의 치료비도 국가가 정한 대로 받아야 한다. 건강보험에 가입한 환자도 마찬가지로 대우받아야 한다. 전국에 34개의 지방자치단체가 경영하는 의료기관(병원급)이 있다고 하고 그들의 거의 전부가 적자 경영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공공 의료기관이면서도 민간에 위탁해서 경영하는 병원들은 잘 돌아간다. 왜 그런지 생각해 봐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기존 의료원들이 과연 가난한 사람들을 비롯한 의료 취약 계층에 얼마나 도움을 주고 있을까. 예를 들어 진주의료원에서 치료받은 환자들을 분석해서 그 가운데 거주지 인근의 보건소나 다른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것이 본인에게나 치료비를 내는 정부나 자치단체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환자는 얼마나 되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꼭 의료원급의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아야 될 사람은 얼마나 되는지 분석해서 의료원이 아니라도 보건소나 다른 의료기관에서 치료해도 된다면 의료원은 필요 없다는 뜻이 된다. 어차피 지방 의료원에서 처리하지 못할 중증이나 첨단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그런 치료를 할 수 있는 다른 의료기관과 계약을 맺어 처리할 수도 있다. 또 진주의료원이 경상남도 도민 전체가 이용할 수 있는 곳인지 아니면 진주 근처의 몇 개 군이나 시에 사는 사람만 이용하는 의료기관인지도 짚어 보아야 한다. 근처 사람만 이용하는데 그곳의 적자를 국민(또는 도민)의 세금으로 메운다면 이용하고 싶어도 지리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불공평한 일이다.
진주의료원을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으로 다른 방법을 통해 경상남도의 의료 취약 계층을 도울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그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진주의료원을 운영하는 것과 그곳의 문을 닫고 그 돈으로 더 낳은 의료 복지를 할 수 있다면 의료원이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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