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특파원 칼럼] 한국이 부러운 일본

도깨비-1 2012. 2. 5. 13:27


[특파원 칼럼] 한국이 부러운 일본

  
    차학봉 도쿄특파원/ 조선일보 2012. 02. 04

   한국에서는 여당에서 탈당 주장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떨어졌지만, 일본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대통령이 일본인들에게 평가받는 계기는 두바이 원전 수주였다.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던 일본이 한국에 한 방 먹자 대통령까지 나선 '톱세일즈' 탓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에서는 저가(低價) 수주 논란으로 대통령에 대한 공격 소재로 활용되지만, 일본에서는 "도대체 총리는 뭐 했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후 일본 정부는 한국을 벤치마킹,'민관합동 인프라 수출'을 국가전략으로 채택했다. 미국과의 FTA 협정 체결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격상시켰다. 지도자라면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반대가 많아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논리이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서둘러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일종의 FTA) 협상 참가를 선언한 것도 한국 견제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무능의 대명사로 전락한 한국 정부가 일본에서는 만능처럼 칭찬받기도 한다. 일본의 초등학생까지 카라와 소녀시대의 춤을 따라 할 정도로 'K-POP'이 인기를 끄는 것도 다 정부 정책 덕분이라는 식이다. K-POP 성공 비결을 분석하는 기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한국 정부가 문화 수출을 조직적으로 지원·육성했다는 분석이다. 빵집·커피숍까지 손을 대 자영업 몰락의 주범으로 지목된 재벌도 찬사의 대상이다. 반도체·휴대폰·조선을 한국기업이 휩쓰는 비결이 신속한 의사결정과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재벌시스템의 강점 덕분이라는 것. 소니·샤프 등의 일본 간판 기업들이 수조원대의 적자를 내다 보니 한국의 재벌도 부럽기만 하다. 물론 일본에서도 "삼성이 잘될수록 한국 국민이 가난해진다"는 식의 비판도 나온다. 각종 공제 혜택을 받아 일본의 절반 수준이라는 법인세와 전기료, 수출가격 경쟁력을 높이지만 수입물가를 올려 서민을 힘들게 하는 고환율 등 정부의 정책이 한국 기업의 진정한 경쟁력이라는 식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도 엔고(円高)를 방치, 일본기업의 실적악화를 자초한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 논리가 된다.
   일본인들이 과장된 '한국 칭찬'을 하는 것은 우리의 약점을 몰라서가 아니라 일본의 답답한 현실 때문일 것이다. 인구는 줄고, 기업은 줄줄이 적자를 내고, 국가 부채는 급증하는 등 연일 암담한 소식만 쏟아지는데도 정치권이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남의 탓' 정쟁(政爭)만 되풀이하고 있다. 야당인 자민당은 과거에 자신들이 공약했던 정책조차 집권 여당이 추진하면 막무가내로 반대한다. 1년에 한 번씩 총리를 바꾸지만, 한두 달도 되지 않아 실망으로 바뀐다. 일본 정치는 '총리 탓만 하며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 정치시스템'으로 전락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권도 양극화·청년실업 등 당면한 과제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너의 탓' 비난에 더 열중하는 듯하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조차도 대통령만 바꾸면 모든 걸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비책을 가진 듯 큰소리를 친다. 한국이 남의 탓 논쟁으로 허송세월하는 일본식 정치를 닮아가고 있다는 걱정이 기우(杞憂)에 그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