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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욱 교수의 명랑笑說<1981~1985>] 청춘들아 아프냐… 나도 아프다

도깨비-1 2012. 1. 28. 15:44

[Why] [남정욱 교수의 명랑笑說<1981~1985>]

 

청춘들아 아프냐… 나도 아프다

  •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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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11.26 03:18 | 수정 : 2011.11.27 08:16

    너희들 엄살 아닌 것 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
    통증의 나날은 계속될 것… 그러나 이 또한 지나가리라… 청춘아, 이것이 인생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대세다. 진단인지 선언인지 모호하던 것이 이제 거의 시대정신 수준이다. 과연 강의실에 들어가 보면 환자 천지다. 눈 감고 병든 닭 포즈를 하고 있거나 눈을 떴으면 얼굴도 같이 누렇게 떴다. 강의 시간에 졸아도 잔소리를 못한다. 아프다는데. 약식으로 간담회를 했다. 그래 어디가 아프니. 애들이 하하 웃는다. 병원도 아니고 선생님 참 재미있으시다.

    실은 나도 아프다. 몸이 아프다. 쑤시고 삐걱거리고 결린다. 의사가 하는 말이 근육이 계속 없어지고 있기 때문에 조금 있으면 척추를 지탱하지 못해 주저앉고 말 거란다. 이순신 장군의 일기에도 두 번째로 많이 나오는 말이 '나는 몸이 아프다'이다. 고로 아프니까 중년이다, 했더니 옆에서 노모가 거든다. 얘야, 나도 아프다. 마음이 아프단다. 잊혀지는 것 같아 야속하고 무시당하는 것 같아 서럽고. 그렇다. 아프니까 노년이다. 통합하면, 아프니까 인생이다. 아령을 매달고 고해(苦海)를 건너는 게 인생이다.

      '살불살조(殺佛殺祖)',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노벨상 타고 내뱉은 말이다. 외국인 기자들이 해석하다가 뒤집어졌다. 허, 부처를 죽이고 할아버지도 죽이라네? 오해였다. 첫 번째 살(殺)은 '믿지 말라'의 의미였고 두 번째 살(殺)은 '의지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제대로 옳기면 부처의 말을 교조로 삼지 말고 옛 선사들의 가르침에도 휩쓸리지 말고 수행에 전념하라, 뭐 이런 뜻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이 얘기 해 주고 싶었다. 아픈 거 안다고. 엄살이 아니라는 거 안다고. 그런데 불행히도 심란은 이제 시작일 뿐이며 앞으로 꾸준히 통증의 나날이 기다리고 있다고. 그게 인생이라고. 대신 지나간다고. 그러니 고민 들어주고 고개 끄덕여주는 어른들에게 속지 말고 스스로를 믿으라고. 기대지도 의존하지도 말고. 그리고 희망은 자주 절망으로 바뀌기 때문에 정신건강에 더 유해할 수 있으며 차라리 낙관주의로 무장하는 게 전술적으로 유리하다고. 선생님, 위로가 안 돼요. 이 현실을 안 살아봐서 모르시는 거라고요. 그래? 그럼 이 현실은 어때?

    쾅! 한밤중, 정보과 형사들이 들이닥친다. 미란다 원칙은 과감히 생략하고(하긴 수입되기도 전이다) 바로 수갑을 채운 뒤 복부에 몇 차례 프리 킥을 질러 넣는다. 다음 상황은 더욱 황당하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을 대며 어디 있느냐고 족친다. 모르겠다고 하면 욕조에 처박고 폐활량 테스트를 한다. 전선을 연결해 인간의 전도체로서의 가능성도 테스트한다. 이 과정에서 탁 치면 억 하고 횡사하기도 하고 여학생의 경우 순전히 사적인 용도로 치마를 내리기도 한다. 운이 나쁘면 군대에 끌려가서 몇 달 후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죽었음, 하는 통지서 한 장으로 돌아온다.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눈에서 피를 흘린다. 영화 줄거리가 아니다. 80년대 이 땅의 청춘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어때, 만만치 않지? 이만하면 아팠던 거 맞지?

    여러분, 세상은 바뀝니다. 경제도 권력도 결국 여러분의 차지에요. 그러나 때가 이르러도 준비가 철저하지 못하면 수확은 다른 사람의 몫이라는 사실을 명심! 어떤 세상이 와도 평등한 삶이란 없답니다. 인간이라는 종의 특질이 그래요. 몇 가지 대비가 필요해요. 대단한 비법은 아니지만 최소한 네이버 지식인에는 안 나오는 얘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