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1.27 13:59
어른과 애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누군가는 그걸 짜장면에 대한 선호로 구분하더군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짜장면을 좋아하면 결국 애랍니다. 매몰 비용에 대한 집착 여부도 그 기준이 될 수 있겠습니다. 쉽게 말해 3만원짜리 뷔페를 갔는데 본전 뽑겠다고 밀어넣다가 배탈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애라는 얘기죠. 반대로 어차피 낸 돈, 우아하게 한 접시만 드시고 나오면 어른이고요. 최근에 또 하나 기준이 생겼습니다. 바로 북한 인권법에 대한 찬성 여부입니다.
어설픈 지성이지만 모여서 옥신각신 즐거웠던 골방 세미나 대신 내리 놀다가 시간 되면 방송 듣고 돌멩이 들고 뛰쳐나가는 그들이 참 놀라웠습니다. 신체의 주권을 전파에 양도한 채 매사 '주체성'을 강조하는 건 더 신기했습니다. 그들이 운동을 참 편하게는 했습니다. 그저 '지령'에 따르기만 하면 됐으니까요.
아마 저희 세대 그들이 받은 마지막 지령은 이거였을 겁니다. '공장으로는 그만 가라. 학교로, 방송으로 그리고 법원으로 가라'. 둘은 대충 접수가 끝난 것 같고 남은 하나도 제법 진도가 나간 것 같습니다. 전체주의적 사고에 익숙해서일까요. 일사불란한 맛은 있네요.
'북한 인권법'의 대상은 지도자가 죽었을 때 통곡하다 혼절한 평양 시민들이 아닙니다. 배급제로 배부른 250만 평양 시민들을 제외한, 대책 없고 버려진 2200만명의 기타 인민들입니다. "쌀 보내지 마세요. 평양에서 다 먹어요. 가축 사료 보내주세요. 그럼 저희한테 돌아와요"라고 말해 캐나다 국회를 눈물바다로 만든 탈북 그녀가 살았던 곳입니다. 남자 현역 입대 기준인 137㎝조차 못 자라 군에도 가지 못하는 19세기 체형의 남자들이 사는 곳입니다. 이 법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습니다. 아마 제게 슬로건 교체를 통보했던 그 사람이거나 같이 라디오를 애청하던 선배나 후배 기타 등등이겠지요.
사회 참여 학생들과 술 마시는 자리에서도 빠트리지 않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 어떤 반정부 투쟁도 좋은데 제발 종북·친북(종친)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요. 그거야말로 정말 '종친'애들이고 아무리 똑똑하고 잘나 보여도 북쪽의 현실을 왜곡하거나 말을 돌리거나 혹은 내재적 접근법이니 뭐니 학술적으로 돌파하려 들거나(실은 이게 제일 악질입니다)하면 결국 애들이라고요. 연령상 성인이 되었는데도 어린애의 사고와 행동으로 성인들의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피터팬 증후군'이라고 한다지요.
피터팬이 사는 곳은 일찍이 없었던, '결코(never) 나라(land)가 아니다'라는 뜻이라지요. 빨간 모자 피터팬 여러분 이제 그만 '어른' 하세요. 나이 더 들어 '아비는 3대째 종이었다' 같은 통한의 회고록 쓰지 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