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에게] '일자리'는 있는데 '일 할 자리'는 없다
이한교/ 한국폴리텍대학 신기술연수센터장/ 2012. 01. 20 조선일보
20년 전에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 값싼 외국인 근로자 수입에 대한 검토가 여론에 밀려 보류될 정도로 신중을 기했으나, 현재 그 수가 10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발표에 의하면, 이들 외국인 근로자에게 들어가는 1인당 평균 총비용이 한국인 근로자의 97.5%에 이르고 있다. 이는 아시아 주요국 중 일본 다음으로 높은 수치로, 업무도 단순 기능수준을 넘어 중요 제조분야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그들이 한국 근로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 있다. 그런데도 중소기업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더 필요하다고 아우성이다.
며칠 전 중소기업 사장들이 강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3박4일 동안 외국인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고용노동센터 앞에서 노숙(露宿)했다는 보도가 이를 잘 말해 준다(13일자 A2면). 사정이 이런데도 왜 우리 청년들은 '일할 자리가 없다'고 말할까? 여러 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땀의 가치'와 '기술의 가치'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이라고 본다. 이는 정치지도자의 근시안적인 행위와 이를 막지 못한 언론에 책임을 묻고 싶다. 요즘 방송은 앞다퉈 화려하고 선정적인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이를 보고 자란 이들로서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어려서부터 접하고 배우며 그것을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래서 '일자리는 있는데 일 할 자리가 없다'고 말하는 그들의 가치기준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어떤 제도 개선보다 먼저 언론의 보도 행태의 변화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오락프로그램 위주인 TV 방송보다는 이웃과 더불어 살고 나누는 모습을 찾아 보도하고, 땀과 기술의 가치가 왜 중요한 것인가를 담아냈으면 한다. 힘든 일을 꺼리는 청년들을 일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땀의 가치를 일깨워줘야 한다. 그래서 힘든 일은 않겠다고 말하는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 정부 정책이 몸통이라면, 언론은 피를 통하게 하는 혈관이다. 일관성 없는 정책엔 회초리를 가해 바로 설 수 있도록 당당하게 맞서고, 국민이 가야 할 방향을 잡아주는 길라잡이가 되어야 한다. 언론이 사회의 병폐를 치료할 수 있는 사회적 명의(名醫)가 되어야 '땀과 기술의 가치'를 인정하는 능력 중심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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