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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에게] 한복 '제대로, 똑바로 입기'의 불편한 진실

도깨비-1 2012. 1. 20. 17:14


[편집자에게] 한복 '제대로, 똑바로 입기'의 불편한 진실

   지수현 /원광디지털대 한국복식과학학과교수 / 2012. 01. 20. 조선일보
 

   설이 다가오면서 '한복 똑바로 입는 법' '장롱 속 묵혀둔 한복 리폼하기' 같은 기사가 쏟아진다. 우리가 평소 입는 옷들은 개성있게 입으면 그만이지 '똑바로'를 따지는 일은 좀처럼 없다. 요즘은 제멋에 겨워 입으면 '하의(下衣) 상실'을 해도 '어이 상실'이라는 비난의 화살을 피해 갈 수 있다. 그런데 한복은 '제대로, 똑바로' 라는 수식어가 단서 조항처럼 따라다닌다. 왠지 개성보다 법도를 좇아 입어야 한다는 경고처럼 보인다. 이런 불편한 진실은 '한복은 잘못 입으면 안 되는 옷'이라는 편견만 키웠을 뿐이다. 한복은 심신을 평안케 해주기 위해 오랜 세월 선조의 철학이 정제되어 현대까지 남게 된 옷이다. 이런 한복 입기에 정답만 강요하는 태도에서 조금 자유로워지면 어떨까?
   '장롱 속에 묵혀둔 한복'도 사실은 '제대로 입기 힘든 한복'의 사촌쯤 된다. 그나마 묵혀둘 한복이 우리에게 있는 것이 다행이다. 정제된 디자인과 소재, 세심한 철학을 담은 색의 배합으로 무장한 전통복식을 가진 민족은 그리 많지 않다. 한복은 추억하고 싶은 분이 입었거나, 특별한 통과의례 때 입었다는 스토리도 갖고 있다. 이런 한복을 단지 경제적 이유의 '리폼(reform·재수선)'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아줬으면 한다. 안목을 가진 한국인이라면 한복을 기꺼이 새롭게 단장해줘야 한다. 더불어 지구촌 생태 환경운동에 동참하는 차원에서도 리폼은 결국 리사이클(recycling·재활용)이고 '장롱 속의 한복'에 대한 애정 표현임을 알았으면 한다.
   '예비 신랑·신부 그리고 혼주가 알아야 할 한복 트렌드' 같은 기사에서도 또 다른 불편한 진실을 만난다. 결혼식 때 한번 입었다가 아이 돌잔치 때나 다시 꺼내 입는 게 한복 입는 '트렌드'가 됐다. 그렇다 보니 대개 웨딩플래너가 제시하는 카탈로그나 한복매장, 대여점에서 권하거나 추천하는 대로 선택하는 세태가 됐다. 이들에게 트렌드가 과연 중요한 이슈가 될까?
   그러면 한복에 관한 편안한 진실은 뭘까? 나만의 방식으로 고름을 매거나 대님을 쳐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고, 짧은 단발머리라도 앙증맞게 핀을 꽂아 정리해 자기 방식대로 즐겁게 입을 수 있는 한복이라야 한다. 자기만의 역사가 담겨 있다면 오래된 한복이면 어떤가? 또 트렌드는 잘 몰라도 부담없는 선택이었다는 흡족함이면 좋지 않은가? 이번 설엔 일단 한복을 입어 보고 싶다는 마음을 내는 것이 필요한 진실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