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기고] '고용 낳는 성장'의 길

도깨비-1 2011. 11. 17. 17:17


[기고] '고용 낳는 성장'의 길


 - 김영한 성균관대 교수/ 경제학 / 조선일보 2011. 11, 15.

 

   최근 '고용 없는 경제성장'이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반성과 함께 '고용을 통한 성장'이라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지방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에 민첩하게 대응이라도 하듯, 유력 대선후보 진영은 "성장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가 성장을 이끈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정부 재원에 근거한 사회복지 서비스 부문의 일자리를 늘려서 성장을 이룩하겠다는 아이디어까지 내고 있다.
   이는 '그들만의 경제성장'에 등을 돌린 민심에 대한 응급처방으로 생각되지만,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더욱 꼬이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먼저 '고용 없는 성장'이 발생하는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고 그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방안을 찾아야지, 목전에 닥친 선거용 대증요법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고용 없는 성장'의 원인이 사회적 배려를 할 줄 모르는 대기업들의 이윤지상주의라고 치부하는 것은 우리 산업의 기술적 특성을 도외시한 또 다른 포퓰리즘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반도체·통신·가전·자동차·조선 등 대부분 수출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이며 핵심부품 및 기술의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다. 이러한 산업구조에서는 수출이 늘어나도 국내 고용이 늘어날 여지는 거의 없다. 따라서 일자리를 낳는 성장을 위해서는 첫째, 핵심 부품산업을 포함해서 주력 수출산업의 전체 부가가치 창출 공정이 국내에서 이루어지도록 기술집약적 부품산업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 둘째, 모든 산업에 걸쳐 기하급수적으로 이루어지는 기술혁신과 자동화의 결과로 전통적 기술에 의존한 노동력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맹목적인 고용확대 정책은 저(低)부가가치 서비스업에 집중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저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의 일자리 창출이 경제성장과 소득증가에 미칠 실질적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고용 없는 성장'의 진정한 해법은 결국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특성과 기술변화 구조를 반영하여, 실직한 전통적 기술 수준의 노동력을 기술집약적 고(高)부가가치 산업에 부합하는 노동력으로 전환되도록 체계적인 직업재교육 정책과 함께 과도 기간의 최저생계를 보장해주는 사회안전망의 구축이 기본이다. 또한 이러한 사회적 기반 투자를 위한 재정수요를 감안하여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소득수준과 납세능력에 걸맞은 세제개혁이 불가피하다.
   정부 재원에 의존하여 저부가가치 서비스 업종의 일자리 창출에 매달릴 경우 결과가 어떨지는 그리스가 생생하게 말해준다. 반면에 각자의 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찾도록 직업 재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과도 기간 동안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튼튼하고도 효율적인 사회안전망에 대한 투자가 장기적인 성장전략임은 스웨덴이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사회기반 투자를 위해 46.5%에 이르는 조세부담률을 기꺼이 부담하고 있는 스웨덴의 대기업과 고소득층이 안정적 사회기반에 근거한 지속적 경제성장의 또 다른 비밀이다.
   미래산업의 향방과 산업구조의 변화를 민감하게 파악해서 효율적인 직업재교육과 직업정보 제공 등 직업알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과도 기간 동안의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고용 낳는 성장'을 이루는 첫걸음이다. 또한 이 첫걸음은 안정적 사회기반 투자를 위하여 납세능력에 부합하는 세제개혁에 고소득층이 기꺼이 동의할 때 더욱 힘을 받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