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이슈

[조선데스크] 對北정책 실패, 재연되나

도깨비-1 2011. 10. 7. 15:16


[조선데스크] 對北정책 실패, 재연되나

  강철환 동북아연구소 연구위원/ 조선일보 2011. 10. 07
 

   북한 김정일 정권이 대한민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를 농락하고 우롱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약점을 잘 알고 적절하게 이용하기 때문이다. 천안함을 폭침시키고 연평도를 포격한 김정일은 바늘방석에 앉아 있어야 하지만 오히려 항상 느긋하다. 남한의 종북(從北)세력과 지난 10년 좌파정권이 만들어놓은 안보불감증과 거짓선동을 적절하게 추동하면 북한에 대한 단죄(斷罪)보다 남남(南南) 갈등이 폭발할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종북좌파 세력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對北) 강경정책으로 남북관계가 파탄됐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대북 강경정책을 한 번도 시행한 적이 없다. 쌀과 현금 지원을 끊은 것은 강경정책이 아니다. 북한이 쌀과 현금을 맡겨놓은 것도 아닌데 주던 것을 끊었다고 강경정책으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강경정책은 북한 정권을 와해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시행했을 때나 어울리는 표현인데 이 정부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많은 국민의 분노에도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 군사적 보복을 하지 않은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 이미 북한 내부는 김씨(金氏)왕조에 대한 인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데 우리가 군사적으로 보복한다면 김정일에게 향하던 증오심이 엉뚱하게 대한민국으로 방향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생전에 "북한 정권은 가만히 놔둬도 망할 것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자꾸 나서서 건드릴 필요는 없다. 다만 그들이 무엇을 요구할 때는 반드시 조건을 걸어서 그것을 받아들이면 돕고 그렇지 않으면 내버려 두는 것이 현명한 대북정책이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난 10년간 대북지원은 마치 김정일에게 당연하게 주어야 할 것을 주는 것처럼 돼버렸다. 북한 주민들이 굶는 것이 대한민국 책임이고, 우리가 도와주지 않는 것은 반(反)인도주의처럼 매도되고 있다. 하지만 민생파탄의 주범(主犯)인 김정일을 돕는 것은 오히려 북한 주민들을 괴롭히게 된다는 사실은 2만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이미 알려졌다.
   최근 통일부 장관이 교체되면서 대북정책의 변화 조짐이 보인다. 7대 종단 대표들이 방북했고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의 부시 행정부 집권 말기에 일어났던 대북정책 변화와 비슷한 상황이다. 당시 김정일 정권을 '악(惡)의 축'으로 몰아붙이며 금융제재를 통해 숨통을 조였던 미국 정부가 느닷없이 금융제재를 해제하고 명분 없는 6자회담을 재개했다. 결국 부시 정권의 마지막 대북정책은 북한 정권에 농락당했고 핵문제는 풀지도 못하고 제재만 풀어준 꼴이 됐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부시 행정부가 정권 말기에 시행했던 대북정책의 실패를 재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남북관계의 파탄 책임은 천안함과 연평도를 공격하고 개혁개방을 거부하면서 시대착오적인 3대 세습을 단행하는 북한에 있다. 이명박 정부는 대북 강경정책을 고집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오는 부담을 내려놓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부가 유념할 것은 종북좌파 세력에 선동당한 남한의 일부 민심보다 2300만 북한 동포들의 자유와 인권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