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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데스크] 공생발전 위해 정부가 할 일

도깨비-1 2011. 9. 5. 14:55


[조선데스크] 공생발전 위해 정부가 할 일


  - 조형래 산업부 차장 / 조선일보 2011. 09. 03

 

   31일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을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는 30대 그룹 총수들의 표정에서는 안도감이 묻어났다. 이 대통령을 배웅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회의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STX 강덕수 회장은 "기업인 모두가 이 대통령의 공생발전 취지에 공감했다"고 말했고, 한화 김승연 회장도 "처음부터 끝까지 화기애애했다. 아주 유익한 만남이었다"며 밝은 표정으로 승용차에 올랐다.
   재계 총수들은 이번 회동을 앞두고 잔뜩 긴장했었다.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이 강력한 상생(相生) 드라이브를 걸어온 탓에, 이 대통령이 '총수 사재(私財) 출연' 같은 폭탄발언을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일부 그룹에서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우리도 재단 설립 같은 것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다른 그룹은 어떻게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이 대통령이 특유의 유머로 재계 총수들을 격려하자, 재계는 "역시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 다르다"며 숨을 돌리고 있다. 이 대통령이 특히 "'공생(共生)' 하니까 강제로 나누자는 것으로 오해하는데, 그게 아니라 시장경제를 지키자는 것" "제도나 법이 아니라 기업이 자발적으로 공생발전을 하자"고 말한 것을 크게 반기고 있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재계 총수들은 대통령의 생각이 자신들의 생각과 다를 게 없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예상대로 대기업들은 회동 이후 협력업체 납품대금 조기지급, 사상 최대 고용과 투자 약속 등 공생발전을 위한 약속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공생발전이 단번에 실현될 것 같지는 않다. 확실한 신성장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고용을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세계경기가 갑자기 나빠지면 지금 약속마저도 공(空)수표가 될 수 있다. 게다가 반도체·화학·정유 등 우리나라 주력사업은 대규모 시설투자 중심의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아무리 투자를 많이 해도 고용은 많이 늘지 않는 약점을 안고 있다. 국내 1위의 정유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올 매출이 50조원을 넘길 전망이지만 직원 숫자는 5000명을 약간 웃돈다. 심지어 라면공장에 가봐도 전(全) 공정이 자동화된 탓에 직원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가 공생발전의 모든 것을 대기업 책임으로 돌리는 것만으로는 고용과 서민경기가 살아나기 힘들다. 정부도 따로 해야 할 일이 있다. 기업이 돈을 싸들고 와서 쏟아부을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과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하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정부가 중점추진하고 있는 해외 자원개발은 거대자본이 아니고는 참가할 수 없는 분야"라며 "서비스업이나 IT·소프트웨어처럼 중소기업이 잘할 수 있고 고용창출 효과도 높은 분야는 상대적으로 등한시하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26일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세계 중앙은행 총재 연례회의 연설에서 정부 역할의 부재(不在)를 꼬집었다. "위기극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라"는 그의 메시지는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