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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잘생긴 '강남좌파'가 승리하지 못하는 이유

도깨비-1 2011. 9. 5. 14:46


[태평로] 잘생긴 '강남좌파'가 승리하지 못하는 이유


  - 박은주 / 문화부장/ 2011. 08. 31.

 

   "이번 정류장에는 동안수술의 강자, ○○○ 성형외과가 있습니다." "이번 정류장에 내리시면 양악수술의 1번지 ○○○클리닉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서울 강북과 강남을 잇는 472번 버스가 신사중학교부터 키네마 극장까지 6개의 정류장을 거치는 동안, 안내 방송에서는 약 10개의 성형외과 광고가 잇따라 나온다. '성형 로드' '실리콘(가슴성형에 쓰이는 재료) 밸리'로 불리는 곳이 서울 강남에 몇 군데 있는데, 이 노선도 그중 하나다. 성형외과 병원이 많다고 강남사람들이 성형을 많이 받는다 말할 수는 없다. 옷차림새, 영양상태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어쩐지 그 동네 사람들의 '때깔'은 다르다.
   이렇게 멀끔한 동네인 '강남'과 '좌파'라는 단어가 대체 어느 지점에서 공통점을 갖게 됐을까. 다소의 '냉소'가 개입된 '강남좌파'라는 말은 실제 그들 주소지가 서울 강남인지와는 상관이 없다. 학벌이 좋고, 소득수준이 높으며, 지식수준이 높은데 좌파적 주장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사실 '강남좌파'는 폭발력이 강하다. 기득권을 버리고 '낮은 곳'으로 임하는 사람들, 개인의 이익보다 공공의 선(善)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조국 서울대 교수 같은 이가 대표적으로 거론되고, 이 외에 여러 문화인도 그렇게 불린다.
   자신을 '보수'라 자처하는 여성 몇 명과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좌파에는 인물 좋은 남성들이 많은데 우파 인물은 어쩌면 그렇게 잘생긴 사람이 없나." 이런 말도 나왔다. "좌파는 말도 하나같이 잘하는데, 우파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말이 어눌하냐." "유머 감각도 지지리도 없다." 보수 혹은 우파는 '매력 없다'는 결론에 이른 그들은, 스타성·외모·언변을 인간 매력의 주요 요소로 생각하는 지금의 세태로 보건대, 곧 우리나라는 '좌파 천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통계로 밝혀진 바는 없으나,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많은 곳에서 보수의 외모는 진보에 비해 처진다. 매력도 별로 없어 보이고, 말의 전쟁에서도 번번이 진다. 그럼에도 진보의 집권확률이나 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가능성은 보수의 그것보다 떨어진다.
   좌파 혹은 진보들은 그 '멋진 말'이 얼마나 더 혐오스러울 수 있는지를 가끔 스스로 증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사건도 그렇다. "선의로 줬다"(그 선의, 나도 받아보고 싶다), "전인격적 판단에 의한 결정"(비인격적인 돈 전달법은 대체 뭐냐), "법치에 얽매이면 정이 없다"(그럼 조폭은 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인가)…. 곽 교육감을 지지하는 좌파 인사들은 이런 옹호론도 내놓는다.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한다"(보수적 인물의 범죄 의혹이 신문에 보도될 때 그들은 이런 말을 한 적 없다), "진보가 곽노현을 비판하는 것은 진보의 지나친 도덕적 엄숙주의에 해당한다"(국민이 원하는 건 교육감에게 술을 먹지 말라는 게 아니라 '매수'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곽노현 교육감은 유학을 다녀온 법대 교수이며, 외고에 다니는 자녀를 두었으면서도 '외고는 특권교육'이라고 비난했다. 자기는 높은 곳에 올라가서 남들이 그 사다리에 오르려는 순간, "이따위 사다리는 잘못된 것"이라며 사다리를 걷어차는 전형적인 '강남좌파'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의 어떤 현란한 수사, 그 주위 인사들의 어떤 옹호론도 통하지 않는 형국이 됐다. 말은 몸통과 만나야 진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