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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프랑스 韓流의 숨은 공신

도깨비-1 2011. 6. 26. 22:41


[기고] 프랑스 韓流의 숨은 공신


 손우현 한림대 개원교수/전 주불공사 겸 문화원장 / 2011. 06. 25. 조선일보

 

   얼마 전 유럽 최초의 K팝 라이브 공연이 파리에서 이틀 동안 1만4000여명의 관객을 모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세계 문화의 수도로 자부하는 파리는 일년 내내 외국 공연이 그칠 날이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연 티켓 7000여장이 발매 15분 만에 동나고 표를 구하지 못한 열성팬 300여명이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공연을 하루 더 연장한 것, 공연단이 파리에 도착하는 날 1000여명의 열혈 팬이 입국장을 가득 메우고 K팝 스타들의 이름을 연호하며 열광한 것 등은 이제 K팝이 글로벌 문화상품으로 자리매김하였으며 한류(韓流)의 확고한 마니아층이 형성됐음을 말해준다.
   K팝이 파리를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선택한 것은 당연하다. 프랑스인은 다양한 외국문화에 큰 호기심을 보여왔고 역량 있는 외국 예술인에게 늘 문호를 개방해왔다. 프랑스에는 문화쇄국 정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프랑스를 문화대국으로 만든 이유 중 하나다. 19세기 후반 일본 채색판화 '우키요에(浮世繪)' 등이 유럽 화단에 미친 영향을 가리키는 '자포니즘'도 프랑스에서 시작됐고, 쇼팽·피카소·샤갈 등 외국 예술가들이 천재적 기량을 발휘한 것도 프랑스에서다.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 대중예술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프랑스에서 한류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영화가 대표적이다. 프랑스 영화팬 중에는 한국 유명감독의 이름을 줄줄 외우고 있는 이들이 많다. 프랑스의 국립 영화박물관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임권택 감독 등 외국 영화의 거장들을 초청해 최고 예우를 하면서 회고제를 개최하여 준다.
   이번 K팝의 파리 입성은 몇 가지 면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우선 이번 공연은 그동안 해외에 주로 소개됐던 판소리 등 한국의 전통예술과 달리 현대 한국의 역동적 모습을 보여주는 장르였다. 그리고 K팝의 열기는 자생적이며 유튜브·SNS 등 21세기 인터넷 통신수단 덕분에 빠르게 전파됐고 유럽 팬은 파리 공연을 계기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기존의 친한(親韓)세력이 고령화되고 있는 유럽에서 젊은 층을 주축으로 한 한류팬의 등장은 우리에게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은 것과 같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또 이번 공연은 과거 초대손님 위주의 한국 문화행사와는 다른 상업적인 공연이었다. 르 몽드, 르 피가로 등 프랑스 주요 신문들이 대서특필한 이 공연은 한국의 이미지를 크게 높였으며 그 효과는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다.
   이번 공연의 성공을 가능케 한 인물 중에 막심 파케(Maxime Pacquet)란 31세의 IT 기술자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두 살 때 입양된 한국계 프랑스인이다. 유럽 한류 확산의 핵(核)이랄 수 있는 팬클럽 '코리안 커넥션' 회장인 그는 오래전부터 한류에 적극적 관심을 가져왔으며 1회로 예정됐던 공연을 2회로 늘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지금 유럽과 미국에는 파케 같은 사람이 많다. 이들은 불우한 환경에서 조국을 떠나야 했지만 이제는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면서 자신들의 뿌리인 한국과 한국 문화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그들이 태어난 대한민국의 성공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그들을 키워준 나라와 한국 사이의 가교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해외홍보의 중요한 숨은 자산인 이들에게 좀 더 따뜻한 관심을 보이고 이들의 도움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