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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사랑했던 전교조

도깨비-1 2011. 6. 22. 09:37


[사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사랑했던 전교조

             2011년 6월 21일 조선일보
 

   '섬진강 시인'으로 알려진 김용택 시인이 최근 전교조의 격주 발행 신문 '교육희망'에 '한심한 당신들의 동지'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그는 "(전교조 초창기에) 진짜 아이들을 사랑하고 세상을 걱정하는 교사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면서 "(그러나 그 후 전교조를 보면서) 평생 내온 회비가 아까웠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 시인은 2008년 전북 임실 덕치초등학교에서 정년퇴직할 때까지 38년을 일선 학교에서 지냈고, 전교조 소속 평교사로 교단을 지킨 사람이다.
   김 시인은 "전교조는 아직도 (자신들이) 우리 사회에서 도덕적으로 존경받고 사랑받고 있는 줄 안다" "자기들 말을 안 들으면 한물간 시대착오적인 가치의 잣대를 들이대고(비판한다)"고도 말했다. "진보적인 교육감이 당선되자 그 권력의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교사들이 늘었다"고도 했다. 그런 김 시인의 글 밑바탕에는 출범의 초심(初心)에서 벗어나 버린 자신의 '평생동지' 전교조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정이 깊이 깔려있다. 그는 "불만과 불평으로 가득찬 불편한 얼굴을 거두어들이고 부드럽고 착하고 따사로운 사랑으로 빛나는 얼굴을 우리에게 보여달라"는 호소로 글을 마무리했다.
   1989년 전교조가 처음 출범했을 때 전교조의 촌지 안 받기 운동은 손 시린 샘물처럼 청신했다. 김 시인은 "그때 전교조 교사라면 택시 운전사들이 차비도 안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전교조는 1999년 합법화 이후 WTO 세계화 반대(2003), 탄핵·이라크파병 반대(2004), 국가보안법 폐지(2007), 쌍용차 구조조정 분쇄(2009) 같은 정치·이념투쟁과 교원평가·차등성과급·학업성취도평가 반대 같은 기득권 지키기 운동에만 매달렸다. 작년 지방선거에서 이들의 지지를 업고 당선된 진보·좌파 교육감들이 밀어붙이고 있는 교사 성과급 제도 무력화와 학생인권조례 제정도 결국은 기득권 지키기와 정치·이념투쟁이다.
   2011년 5월 현재 전교조 조합원은 봉급에서 조합비를 원천공제하는 교사 숫자를 기준으로 5만6683명이다. 2003년 9만4400명 정점(頂點)을 찍은 뒤 해마다 뭉텅뭉텅 전교조를 빠져나가고 있다. 학부모와 사회가 전교조의 실상을 보고 등을 돌렸고, 그런 냉랭한 분위기를 누구보다 전교조 교사들 스스로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