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편집자에게] 유류세 인하, 과연 서민 위한 대책인가

도깨비-1 2011. 4. 19. 10:54

[편집자에게] 유류세 인하, 과연 서민 위한 대책인가

  이인구 시인/ 조선일보 2011. 04. 19

 

   대통령이 기름값을 언급한 이후 장관이 "원가 밝혀내겠다"며 부처합동 TF팀을 만드는 소동 결과 정유사들이 L당 100원 안팎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그랬더니 사방에서 정부도 유류세를 인하하라는 주장이 난무한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가 정말 서민을 위한 대책일까?
   일단 유류세 인하는 세수 감소를 초래하면서 서민을 돕는 일을 포함한 정부활동도 축소되는 부작용이 있다. 더구나 가격 부담을 느끼지 않는 한 아껴 쓰도록 유도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비싼 값으로 아껴 쓰게 한다면 절약의 고통이 서민들에게 모두 전가될 것이다. 결국 요체는 아껴 쓸 유인이 있는 가격을 유지하되 서민 가계가 필요량을 싸게 살 수 있는 조치를 따로 마련하는 것이다.
   가령 유류세를 10% 인하한다면 서민의 혜택은 얼마일까? 작년 국내 등록차량은 1813만대, 가구당 0.91대이다. 얼핏 모든 가구가 차를 갖고 있는 것 같지만 기업·관공서 차량, 중산층 이상의 2~3대 보유 등을 빼면 서민 가구의 보유 비율은 현저히 줄어든다. 또한 서민층은 주행거리나 횟수 등이 상대적으로 적고, 고유가 시기에는 더더욱 그렇다. 이를 고려할 때,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유류세 인하에 따른 소비자 편익이 100이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필요한 때만 차량을 운행하는 서민층의 수혜비율은 크게 잡아도 30이 안 될 것이다. 반면 세수부족에 따른 고통은 누가 받을까? 두말 할 것 없이 서민층이다. 이렇듯 일률적 유류세 인하는 한 꺼풀만 벗겨보면 부유층에 더 혜택을 주면서 중소기업이나 서민에게는 그리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차라리 유류세는 그대로 두고 일정소득 이하의 서민 가계에 바우처를 발행해 실제 도움이 되는 폭으로 할인된 가격에 유류를 구입하도록 직접 지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공무원들이 해당 가구에 바우처를 나눠주는 수고만 더 한다면, 도움이 필요한 서민만 타깃으로 해서 직접 지원할 수 있다. 이것이 진정 서민도 위하고 국가 예산도 절약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유사 '팔 비틀기'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부글부글 끓는 마음으로 인하를 강요하지 말고, 그대로 팔되 바우처를 지닌 서민에게는 100원이 아니라 200원, 300원씩 할인해 주면 정유사도 불특정 다수 할인보다 손실을 줄이고 서민도 돕는다는 자긍심도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