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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일 칼럼] 통일 의지가 없으니 응징 못하는 것

도깨비-1 2010. 12. 3. 16:35

 


[박세일 칼럼] 통일 의지가 없으니 응징 못하는 것

 

근본적으로 우리는 통일하려는 생각이 없기 때문에
확전 가능성이 조금만 있어도 응징 못하는 것
도발을 통일의 계기로 삼을 각오·전략 있어야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2010년 12월 3일 조선일보

 

 

   천안함 폭침, 우라늄 핵시설 공개, 연평도 공격을 보면서 우리 대한민국이 혼란스러워한다. 한동안 정부·군·시민사회 모두가 흔들렸다. 조금 지나면 북의 공격이 지난 정부의 잘못 때문인가 이 정부 잘못 때문인가를 가지고 한바탕 내홍을 겪을지 모른다.
   최근의 일련의 사건을 통해 한반도의 '역사의 신(神)'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북한은 더 이상 미래가 없다. 이제 더 이상 '분단의 시대'도, 분단의 평화적 관리가 가능한 시대도 아니다. 너희는 이미 '통일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통일을 피하려 하는가? 아직도 통일을 두려워하는가? 왜 목숨 걸고 분단이라는 민족적 비극을 종식시킬 각오를 하지 않는가? 현상유지의 대북정책 아닌 현상타파의 통일정책은 왜 추진하지 않는가?"를 다그치고 있다.
   오늘의 반복되는 비극의 근본 원인은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지도자도 국민도 통일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민족분단의 비극을 극복할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 사회에 적극적 통일정책이 없다. 응징을 제대로 못한 이유는 단순한 안보의식·군인정신의 약화가 아니라, 근본적으론 통일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도대체 왜 응징을 제대로 못했을까? 왜 확전을 두려워했을까? 그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아직 우리 대북정책의 목적은 '현상유지'이고 '분단관리'이지 '현상타파'와 '남북통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통일이 아니라 통일을 피하는 것이 목적이니 확전의 가능성이 조금만 있어도 강력한 응징은 어렵게 된다. 그래서 천안함 때도 응징을 하지 않았고 이번 연평도 공격도 형식적 응사만 있었을 뿐 적극적 응징은 못했다.
   만일 도발에 대해 강력한 응징을 했다고 하자. 물론 응징이 확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일시적으로 확전되어도 전면전까지 갈 가능성은 더욱 낮을 것이다. 그러나 가능성이 아무리 낮아도 우리는 응징을 결정할 때 확전과 전면전의 가능성을 모두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된 강력한 응징을 할 수 없다. 즉 확전이 되면 그 기회를 반드시 통일의 기회로 만들겠다는 각오 내지 준비까지, 아니 그러한 전략까지가 사전에 확실히 서 있어야 제대로 된 보복과 응징을 할 수 있는 법이다. 즉 확고한 통일전략과 통일의지가 있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보복과 응징이 가능해진다.
   우리의 통일전략과 분단극복 의지만 확실하다면 북의 도발은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북의 도발은 현상타파의 시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현상유지와 관리에만 연연해 왔다. 그래서 통일전략도 없고 분단극복 의지도 약화됐다. 그러는 동안 북한은 비(非)정상국가의 외길만을 달려와 이제는 개혁개방과 비핵화가 불가능한 나라가 되었다. 따라서 미래가 없다. 그러니 더 이상 현상유지·분단관리가 가능한 시대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의 삶에 안주하며 이미 통일의 시대는 왔는데 통일을 피하려 하고 있다.
   과거 좌파 시대에는 햇볕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무조건 돈을 주면서' 분단을 유지하려 했다. 지금 우파 시대는 '얻어맞고도 참으면서' 분단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좌파는 아직도 남북대화를 통하여 평화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북과의 대화란 한마디로 돈을 주자는 것이고 평화란 실은 분단강화를 의미한다. 반면 우파는 안보를 주장한다. 안보의 강조는 중요하지만 안보 강조가 소극적 방어적 안보에 끝나면 결국 분단관리, 즉 현상유지책에 불과하다. 좌와 우의 주장 모두에 공통적인 것은 '통일의지의 부재'이다. 현상타파가 없다. 분단이란 비극적 민족상잔의 단절의지가 없다. 통일을 통하여 한민족의 웅비를 도모하는 꿈이 없다.
   이번 연평도 공격을 통하여 '역사의 신'은 다시 한 번 우리에게 묻고 있다. "너희는 정말 통일의지가 있는가. 분단이란 민족 비극의 극복의지가 있는가. 오늘의 너희를 있게 한 너희 조국과 북녘의 동포들을 진정 사랑하는가. 후손을 위해 '통일의 시대'를 열 각오가 돼 있는가. 조국과 동포와 후손을 위해 목숨 바칠 준비가 돼 있는가. 도대체 너희는 어떤 민족이고 어떤 국민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