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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곽 교육감, 저소득층 학생들 몫 빼앗는 것 아닌가 - 조선일보

도깨비-1 2010. 7. 1. 10:26

[사설] 곽 교육감, 저소득층 학생들 몫 빼앗는 것 아닌가

   - 조선일보/ 2010. 07. 01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내년부터 교육청 예산 475억원을 들여 1인당 한 해 5만원씩 서울 초·중학생 학습준비물 비용을 지원하고, 821억원 예산으로 중학생 학부모가 학생 1인당 연간 24만9600원씩 내는 학교운영지원비도 없애고, 1036억원을 쏟아 전문계고 학생들 연간 수업료 145만800원과 학교운영지원비 33만6000원을 면제해주겠다고 밝혔다. 곽 교육감은 3924억원이 드는 초등학교 무상(無償)급식 선거공약도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정책에 모두 6256억원의 예산이 들게 된다.
   서울시교육청 올해 예산 6조3158억원 중 인건비와 학교시설지원비 등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을 빼면 실제 학생 교육에 쓸 수 있는 돈은 6500억원쯤이다. 곽 교육감측은 올 예산에서 쓰고 남은 3600억원과 서울시가 주게 돼 있는 법정 전입금 가운데 아직 받지 못한 940억원을 합치고 다른 예산을 아끼면 예산 충당엔 별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설령 남는 예산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돈을 꼭 그런 식으로 써야 하는 것인지 납득이 안 된다. 무상급식과 학습준비물·학교운영지원비·수업료 지원은 부유층과 중산층 자녀들에게도 똑같이 돌아가는 혜택이다. 이 돈을 저소득층 학생 지원에 집중적으로 투입하면 곽 교육감과 전교조가 그렇게 주장해왔던 교육 격차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서울시내 기초생활수급자와 한 부모 가정 자녀 등 초·중·고생 5만1000여명이 교육청 예산 지원으로 원어민영어·논술·특기적성 같은 과외수업을 무료로 듣고 있다. 여기에 114억원이 든다. 100억원만 더 있어도 저소득층 자녀 5만명에게 추가로 이런 혜택을 줄 수가 있다. 600억원만 있으면 교육 취약지역에 임기 중 300개를 만들겠다는 곽 교육감의 혁신학교 공약도 실행할 수가 있다.
   빠듯한 예산 형편에 '무상교육' 이념을 앞세워 부유층 학생이나 저소득층 학생이나 똑같이 지원한다면 정말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돌아갈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곽 교육감은 교육 격차를 줄여 빈곤의 대물림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곽 교육감은 지금 그 반대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