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에게] '청소년 참여법정' 취지는 좋지만

노청한/공무원/서울시 은평구

   - 조선일보 2010년6월2일

   서울가정법원이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에 대한 소년보호재판에 같은 또래의 청소년들이 참관하고 결정에 관여하도록 하는 '청소년 참여법정'을 이번 달부터 시행한다는 기사를 읽었다(5월 20일자 A12면).
   초범이거나 경미한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에 대해 또래들의 눈높이에서 사건을 심리한 뒤 적합한 부과과제를 판사에게 건의하면 판사가 해당 청소년에게 과제의 이행을 명하고, 이를 성실히 이행할 경우 보호처분을 하지 않고 심리 불개시 결정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방식이다.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소년보호사건에 접근함으로써 비행 청소년 본인은 과제수행을 통해 스스로 반성할 기회를 갖고, 참여법정에 참가한 다른 청소년들도 사법제도에 대해 친밀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기대된다. 청소년들의 준법의식을 고양하는 교육 기회의 장(場)이란 점에 수긍이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점도 있어 밝히고자 한다.
   첫째, 청소년 참여법정을 거쳐 과제수행을 잘 이행하면 보호처분보다 훨씬 가벼운 심리 불개시로 종국결정이 되므로 비행 청소년에게 '낙인'을 찍는 것을 줄일 수 있다고 했지만,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쪽은 시선 집중의 소년이고, 다른 쪽은 예의 주시의 소년들이다. 소년보호심리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사전에 동의를 했다고는 하나 당사자는 극히 제한된 인원이기는 하지만 반(半)공개된 법정에서 수치심을 느낄 수 있고 자존감을 손상당할 수도 있다.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친구는 바로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이다. 비교당하는 설움이 얼마나 큰 마음의 상처를 남기는지 유념해야 한다.
   둘째, 사건 처리의 신속성 문제다. 소년사건은 연령과 경중에 따라 처리절차가 각기 달라 획일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사건이 종국결정까지는 시일이 많이 걸린다. 성인이든 소년이든 사건이 사법당국에 계류되면 심리적 불안을 갖게 마련이다. 그 기간이 길면 길수록 불안상태가 길어지게 된다. 반면에 책임감과 가벌성, 개선 효과는 줄어든다. 소년들의 경우에는 더욱 심하다. 청소년 참여법정은 종국결정까지의 처리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노력도 해주기 바란다. ▣